정부세금이 60%이상...기름값 인하는 사실상 불가능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제유가가 6년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 휘발유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 국제유가가 6년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국내 휘발유가격에는 큰 변동이 없어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10일 블룹버그 집계자료에 따르면, 국제유가의 벤치마크로 꼽히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지난 4일 가격은 6개월만에 각각 36.5%와 37.3%로 떨어졌다. 이후 8일까지 가격이 더 내려간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은 40%다. 이날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457원으로 6개월 전(1577원)에 비해 7.6% 낮아지는데 그쳤다.

최근 6개월간 국제유가가 40%가까이 폭락한데 반해 전국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8%밖에 떨어지지 않은 셈이다.

국내 휘발유 가격의 하락 폭이 국제유가 하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배경에는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도입해 제품화하기까지 시차와 장기 도입 계약 등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기름값이 원천적으로 세금에 묶여 있는 구조 때문이다.

국내 휘발유 판매가격은 정유사 세전 공급가, 정부세금인 유류세, 주유소 마진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정부세금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른다. 교통세·교육세·주행세로 묶여진 유류세는 유가하락과는 관계없이 고정된 금액이기 때문에 사실상 휘발유 가격인하는 어려운 구조라는 것.

정유업계의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는 대개 전주 국제 휘발유가를 기준으로 국내 공급가를 결정하는데 국제 휘발유가와 정유사 세전 공급가는 사실상 큰 차이 없이 반영되고 있다”며 “저유가 체감을 하기 힘든 이유는 휘발유 관련 세금이 800~900원대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종 세금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아무리 내려가더라도 휘발유 가격은 1000원이하로 내려갈 수 없는 구조다”며 “900원 가까운 세금은 유가변동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금액인데 이를 감안하면 1100원이 마지노선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4)씨는 “최근 들어 국제유가가 떨어졌음에도 ‘왜 기름값은 변동이 없느냐’는 일부 손님들의 따가운 시선을 접할 때 마다 속이 말이 아니다”며 “국내 기름값이 인하되지 않는 이유는 정부의 세금 탓이 큰데, 마치 우리가 큰 이익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기름값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오해하고 있어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정부의 정책으로 몇 해 전부터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주유소들로 인해 우리도 모두 제 살을 깎아먹으며 힘들게 운영하고 있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하락분을 반영해 기름값을 내리고 싶지만, 그런 구조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돼 있는데 우린들 어쩌겠느냐. 매달 적자를 감수하고도 주위 주유소들과 가격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다들 힘들게 운영한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