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서울 대형호텔 시행사의 대표가 회삿돈 200억원을 횡령해 개인 빚을 갚거나 유흥비로 썼다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조재빈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서울 중구 반얀트리호텔(구 타워호텔) 시행사인 어반오아시스 대표 권모(4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7∼2010년 금융기관에서 총 1500억원 가량을 호텔 사업비 명목으로 대출받아 약 211억원을 개인 빚 탕감과 유흥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07년 권씨가 연대보증을 선 회사가 저축은행에 61억원의 채무를 지자 대주단(특정 건설사업에 투자한 금융회사들로 이뤄진 채권단)의 허가 없이 70억5000만원 상당의 호텔 회원권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권씨는 2008∼2010년에도 쌍용건설로부터 받은 사업자금(PF) 60억원과 회사 예산 71억여원, 수억원 상당의 호텔 회원권 등을 개인 빚 탕감에 쓰는 등 회삿돈을 쌈짓돈처럼 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개인 투자금 한푼 없이 사채 등을 끌어모아 시행사 운영비와 타워호텔 인수 계약금을 조달한 뒤 호텔 시행사업을 벌였고, 이를 명목으로 대출받아 빚을 갚거나 유흥을 즐긴 것으로 보고 있다.

권씨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금 집행을 승인해달라며 쌍용건설 김모(63) 전 대표와 박모(55) 전 상무보에게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상납하기도 했다.

김씨와 박씨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6월과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권씨는 2년 전 수사가 시작되자 한 차례 조사를 받고 잠적했으나 올해 5월 자수했다"면서 "혐의 확인과 입증에 시간이 걸려 다른 관련자들보다 늦게 기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