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 길거리 내몰고 갈취…제 발등 찍는 정부·국회가 경제 망쳐
   
▲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업하기 좋은 2016년을 위한 필수 과제

1. 적대적 M&A 방어법제


2015년 경제계를 강타한 주제는 단연 헷지펀드인 Elliot Management의 삼성물산 - 제일모직 합병에 있어서의 경영간섭이다. 경영간섭에 대한 방어수단은 적대적 M&A 방어수단과 같다.

현재 한국은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주요수단으로서 Poison Pill(기존 주주들이 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선택권 부여하는 제도), 차등의결권주식(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 부여하는 제도), 황금주(단 1주만 보유하더라도 회사의 주요 안건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부여된 특별한 주식), 황금낙하산(인수대상 회사의 CEO 등 임원의 사임에 대비해 거액의 퇴직금, 저가의 주식 매입 등을 조건으로 하여 인수대금을 크게 높여 인수를 포기하게 하는 방법), 초다수의결제[적대적 M&A관련, 주주총회에서 특별결의보다도 강화된 결의(예컨대 발행주식총수의 75% 동의 등)를 요건으로 하도록 정관에 규정] 등을 인정하지 않는다.

현제 활용가능한 유일한 수단은 자기주식의 취득과 처분이다. 그런데 각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여 보유하려면 엄청난 금전자원이 묶이게 되며, 긴급한 사업에 투입할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적대적 M&A방어비용이 매몰비용으로 사장된다. 적대적 M&A방어는 모든 한국 기업이 언제든지 당면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각 개별기업에게 그 대책을 강구하도록 맡겨둘 것이 아니고 국가적 차원에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적어도 Poison Pill과 차등의결권주식제도 정도는 도입하여야 한다. 나아가 일부 국회의원은 자기주식 취득과 처분을 다시 규제하기 위한 법안까지 상정하였다.

2. 규제만능 공화국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지도 못하는 가운데, 두 곳의 면세점 연 매출 대략 9천억 이상의 수출사업장을 폐쇄하게 만들었다. 일자리 창출을 외쳐대더니 있는 일자리마저 날려버렸다. 이번에 면세점 심사에서 탈락된 두 곳의 직접고용 인원은 2200명이라고 하지만, 그 사업장의 협력사에 고용된 사람들까지 합하면 수 만 명이 된다. 작년부터 중국관광객 수에서 일본과 한국이 역전되었다.

일본과 중국 간에 분위기가 험악한 가운데서도 중국인들은 한국보다는 일본에 더 많이 간다. 중국인 관광객의 재방문 비율은 2012년 29.7%에서 2014년 20.2%로 떨어졌다. 여행 수입은 9월까지 작년 대비 13.7% 줄었다. 2016-2018 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재앙이다. 면세점이 없는 송파구 잠실지역에 이제는 중국 관광객들이 올 이유가 없어졌다. 롯데 제2월드 정도 높이의 건물은 이미 중국에도 여럿 있다.

면세점 탈락으로 롯데만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 지하상가와 석촌호수 주변의 음식점, 크고 작은 가게가 모두 타격을 입는다. 송파구 재정에도 큰 구멍이 생긴다. 광진구는 어떨까. 워크힐 면세점이 없어지면 카지노가 있어도 그 먼 데까지 올 사람은 많지 않다. 워크힐 호텔은 물론, 워크힐 주변의 상가도 타격을 입고 광진구 재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매출 9천억에 이르는 사업장은 한국 경제규모에 비하면 매우 큰 사업장이다. 이 사업장은 소중한 외화를 알뜰하게 벌어 국가경제에 기여하였다. 이 사업장이 그동안 운영상의 비리나 관세포탈이나, 어떠한 위법행위를 한 적도 없으며,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준 적이 없다. 경제논리를 배제한 채 밀실심사로 하루 아침에 매출 9천억원 폐쇄하게 만든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테러이다.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잘못된 법률이 어떻게 국가와 경제를 망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얻어맞으면서도 언제나 미소를 지어야만 하는 사업주는 이번에 수 천 억원의 투자금을 날리고도 “겸허하게 수용한다.”고 한다. 이 말에 무슨 진정성이 있을까.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근로자들에게는 무슨 죄가 있나. 이들도 겸허하게 수용할 수 있는가. 최소 수 천명이 멀쩡하던 직장을 하루 아침에 잃어버리고 자신과 가족의 삶의 터전과 희망을 잃어버리는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이다.

   
▲ 정부는 국회가 법률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 없다. 국회선진화법 핑계를 대는 것도 염치없다. 이 법률을 누가 만들었나를 생각하면 누워서 침밷기이다. 법률을 탓하지 말고 현행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절박한 기업들을 지원해야 한다./사진=미디어펜

“한국 정부는 제 발등을 쐈다.”는 조롱이 들린다.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반드시 정부가 정해 놓은 숫자의 면세점만을 허용하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5년마다 심사하는 이유는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구조를 깨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독과점을 막겠다고 숫자를 줄이는 것은 수출기업을 몇 개로만 제한하자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면세점 사업의 본질은 수출산업이고 중개무역이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하는 것이다.

면세점이 너무 많아서 국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피해를 주는지? 대기업의 독과점이 그렇게 미우면 진입장벽을 낮추어 사업자를 늘이면 될 것 아닌가. 뿌리 깊은 반(反)대기업정서를 드러내는 편협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다. 한국 30대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의 대기업에 비하면 대부분이 중소기업 수준이다. 세계 500대 대기업에 드는 기업은 한국에 4개밖에 없다.

중국은 37개, 미국은 209개, 홍콩은 14개를 헤아린다. 정부는 내달 초까지 개선안을 내 놓는다고 한다. 그러나 재심사 기간을 10년으로 늘여도 마찬가지이다. 등록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정부는 시행 1년도 안 되어 법률을 다시 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소위 김영란법은 시행도 하기 전에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시행이 1년이 되었든 반 년이 되었든 무슨 상관인가. 잘못된 법은 당장 고쳐야 한다.

3. 기업활력제고법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법은 누더기가 다 되어 원샷법이 아니라 반샷법, 반의 반샷법이 되었지만 아직도 국회를 통과되려면 멀었다.

1993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University of California at Berkeley의 Douglas Cecil North 교수는 신제도경제학(New Institutional Economics) 주창하면서 제도가 장기성장의 기반이 된다고 주장하였다(institutions as a fundamental cause of long-run growth). 한국은 2015년 제도경쟁력 부분에서 34개 OECD회원 국 중 29위로 거의 꼴지 수준이다.

한국의 제조업의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았던 조선·해운·건설·석유화학 업종은 아직 기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과 신흥국 경기 침체에 철강 화학, 전자부품업체 가동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현재는 미세조정만으로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진단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이다. 언제든 부도날 기업 170곳에 달하고, 이것은 경제규모에 비해 볼 때 미국의 2배·일본의 5배에 달한다고 한다.

야당은 아마도 현정부의 성공은 자신의 패배로 보는 듯하다. 어떻게든 잘 된 꼴을 보지 않겠다는 심보가 아니고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일삼을 이 없다. 야당은 이 법안을 '재벌특혜법’으로 비난하고 있다.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첫째, 우선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과 비교해 보면 너무도 명백하다. 일본은 2013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제정하여 2015년 현재에는 이미 기업체질개선에 상당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일본 同志社大學 法學部 川口恭弘(가와구찌) 교수 2015. 10. 13. 국회 의원회관 발표).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의 특징은 그 적용대상이 ① 사업재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경우, ② 첨단설비투자를 촉진하는 경우, ③ 벤처기업에게 적용된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과잉공급업종’에 한하여 인정된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이 부실기업뿐만 아니라 정상기업에도 폭넓은 세제 및 규제완화 혜택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에서는 재벌특혜라는 소리는 전혀 나온 바 없다. 한국의 뿌리깊은 반(反 )대기업정서를 엿볼 수 있다. 우리 법은 적용 대상이 과잉공급의 해소를 통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하여 합병 등 조직개편과 병행하여 사업혁신을 꾀하는 국내기업에 한정된다. 즉, 구조조정 기업(과잉공급 업종)으로 한정된다. 정상기업은 이 법률에서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다. 사전에 자발적인 사업재편을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무용지물이다. 사업재편보다는 부실기업 정리에 소용되는 법률이 되고 말았다.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업종은 사실상 정부가 해당 업종을 과잉공급분야라고 낙인찍는 부정적 효과만 우려된다. 이 법률은 정상기업의 선제적 조직재편에는 아무 소용이 없으니, 기업활력제고법이라는 법률의 이름이 부끄럽다. 문제는 이 법률이 적용되면 상법 등의 규정은 사문화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지만, 이 법률은 한시법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어려워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법률 발효 후 최대 5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되도록 만든 법이기 때문에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상법 등이 적용된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효과를 보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좀 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미지근한 이 법률은 나는 환영하지 않는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비하면 기업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은 영양가 없는 법률을 극력 반대하는 것도 명분이 없다. 혹여나 도움이 된다면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조금 될 것인데, 번지를 잘 못 찾아 재벌특혜법이라 하여 매도하는 것은 더욱 민망하다.

둘째, 이 법률이 적용되려면 원샷법은 정상기업 중에서도 공급과잉 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이다. 법안은 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의 부실징후기업, ② 통합도산법상의 부실기업(회생절차개시신청기업 및 파산신청기업) 및 ③ 금융산업구조개선법상의 부실금융기관은 이 법률의 적용에서 제외되는데(제4조 단서), 법안 스스로 한계를 설정한 것은 답답한 모습이다. 다만, 부실징후기업이더라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본법이 적용된다(동법 제4조 제1호 괄호).

먼저, 원샷법은 공급과잉 산업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원샷법의 적용 프로세스를 보면 공급과잉업종이 어느 업종이라는 게 전혀 지정이 안 되어있어 통과되더라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재 부실징후를 보이는 해운조선업이 원샷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이나 이미 채무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기존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또는 통합도산법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굳이 예외를 만들 필요 없이 부실징후기업에 대하여도 당연히 이 법률의 서비스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보며, 굳이 이 법의 적용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기촉법이 적용된다고 해서 이 법이 적용될 수 없는 배타적인 구조는 아니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기업에게 선택의 자유를 줄 수 있다고 본다.

   
▲ 현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구조조정 압력을 넣어야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동안 문어발식 그룹확장이라고 욕먹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동이며, 칭찬받아 마땅한 조치이다. 이와 같은 선제적 구조조정이 더욱 강렬하게,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셋째, 대기업특혜법이라는 주장과 관련하여 산업통상자원부는 이와 관련해 ① 과잉공급 분야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 ② 민관합동 심의위원회 운영, ③ 사업재편 목적이 경영권 승계 등인 경우 승인 거부, ④ 불법행위 적발시 사후 승인취소 및 과태료 중과 등 '4重’ 안전장치를 뒀기 때문에 악용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심의위원회 위원장을 야당 추천인사로 임명하겠다는 고육지책까지도 내 놓았다.

어떤 학자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대략 200조원이므로 원샷법처럼 주주총회가 필요없는 소규모기준을 10%에서 20%로 완화하면 40조원짜리 기업과의 합병도 '소규모 합병’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심의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니 반드시 반대할 사항이 아니다. 그럼에도 재벌법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밖에는 이해할 길이 없다.

4. 심각한 수준에 이른 기업 준조세

갈취수준의 기업 준조세로 이 정부 들어서도 재단법인 미르,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혁신센터 건설과 운영, 평창동계올림픽기금 조성, 미소금융, 동반성장기금, 세월호 사고 위로금, 연말불우이웃돕기, 온누리상품권, 부담금관리기본법에 해당하는 준조세, 기타 기업 사회공헌팀을 통한 음성적인 갹출로 연간 수백 건의 사업이 지원된다.

여야는 韓·中 FTA 국회 비준 조건으로 '농어업 지원’이라는 기준도, 근거도 없는 황당한 합의하였다. 정치권과 정부는 한·중 FTA 농어업 대책으로 정부가 1조6000억원을 내고, 기업들에게도 추가로 1조원 내도록 했는데 모자라면 정부가 채워 넣기로 한 것이다. 한·중 FTA로 피해를 보는 농어촌을 지원하는 용도로 기업들로부터 매년 1000억원 씩 10년간 1조원의 '농어업 상생기금’(가칭)을 기부금으로 걷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산안에는 정부출연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돈은 기업이 내는데 생색은 정치권의 몫이며, 아무래도 내년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으로 봐야 할 것같다.

기업의 추가기금의 출연은 자율이라고 함. 알아서 내라는 것인데, 어느 업종, 어느 기업이 한·중 FTA 시행으로 이익을 보게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누가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놓을지? 말이 기금이지 실상은 부담금이다. FTA 혜택 못 받는 기업, 손해를 본 기업이라도 피해갈 재주가 있을 것인지? 결국 기업들에게서 돈 뜯겠다는 것. 아무리 자발적이라지만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여론 재판과 각종 규제를 앞세워 기업들을 압박. 전형적인 준조세. 상생기금을 낸 기업에 대해 기부금 손금(비용) 처리와 세액공제, 동반성장지수 가점 부여 같은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지만 이것은 미끼에 불과하다.

FTA가 무언지 어린애도 알 만큼 흔하지만, FTA체결 때마다 이런 준조세를 걷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FTA 비준에 따른 농어업 지원은 FTA 보완 대책으로 항상 거론되어 왔다. 한·미 FTA 때도 정부가 농어업 분야에 23조원을 지원하기로 함. 어떤 긍정적 효과도 분석되거나 검증된 바 없다.

이런 식으로 퍼주기가 계속되면 국민을 거지로 만든다. 갈취한 돈을 받기만 하는 농민은 마음이 편할 것인가? 관련 없는 기업으로부터 눈먼 돈을 받아 버릇하면 거지근성만 쌓인다. 습성이 되어 당연시하게 된다. 기업가 정신과 도전정신은 사라지고 공짜만 바라는 국민성 형성에 卽效가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그 분야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

5. 결론: 정부는 법률 탓 말고 선제적 구조조정 기업을 지원하라

한국병은 이미 진단되었다. 양극화, 저성장, 고령화가 병명이다. 급격한 복지요구, 성장동력 상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 고용과 연금 등에 있어서 세대갈등 표면화, 경제활력 상실이라는 증상에 대한 정부의 종합진단의 결과이다. 그 진단은 옳다. 30대 그룹 중 2/3 가량이 부채비율 200% 이상, 이자보상비율 1 이하로 현재 재무적 불안상태에 직면하였다.

진단을 끝낸 정부가 긴급처방전을 발급하였으나, 과연 이 약이 주효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일단 약을 써 보아야 하는데, 약을 조제하여야 할 국회가 몽니를 부린다. 국회를 탓하기에도 지쳤다.

기업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엉터리 법률이 지배하는 상황이든, 필요한 법률이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든, 모두 기업의 생존 조건이고 생존환경이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기업의 도전과 혁신은 멈추지 않으며 기업가정신은 오히려 빛난다. 면세점법으로 한국의 면세점 사업을 일거에 죽였다. 면세점 사업자에게 상생기금까지 갹출하고 있다. 세계 3위를 달리던 면세점 사업이 갑작스럽게 언제든 갑자기 사업을 접어야 하는 불투명한 사업으로 전환되었다. 이와 같은 명백한 테러도 기업은 감수하고 있다.

   
▲ 경제논리를 배제한 채 밀실심사로 하루 아침에 매출 9천억원의 면세점을 폐쇄하게 만든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자 테러이다. 한국에서 사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잘못된 법률이 어떻게 국가와 경제를 망치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사진=연합뉴스

주파수 경매도 불안요인이다. 칼자루를 쥔 정부가 어떻게 난도질을 할지 알 수 없다. 차라리 정부 부처가 없고, 공무원이 없어야 그 산업이 발달한다고 한다. 화장품에 대한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K-부티가 발달하였고, 인터넷을 규제하는 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한때 한국이 IT 최강국, 인터넷 게임강국이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정부가 IT산업에 공무원을 투입하고 공인인증서제도, 실효성도 없는 게임 셧다운제도 등 규제를 시작한 이래 IT강국과 인터넷 게임강국의 지위를 상실하였다. K-뷰티를 의료 또는 의약품으로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화장품 산업도 종말을 고할 것이 틀림 없다.

기업은 생존을 위하여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실행하고 있다. 삼성은 방위산업을 한화에 매각하였으며, 정밀화학은 롯데에 매각하였다. CJ는 방송사업을 SK에 매각하였다. 통신업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를 인수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은 매우 합리적이며, 따라서 세계적인 추세가 되었다. 아날로그 TV시대는 이미 저물었으므로, CJ그룹은 현명한 판단을 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정부가 구조조정 압력을 넣어야 가능했던 일들이다. 그동안 문어발식 그룹확장이라고 욕먹던 것과는 반대되는 행동이며, 칭찬받아 마땅한 조치이다.

이와 같은 선제적 구조조정이 더욱 강렬하게, 더욱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로 그친 것이 불만이다. 대통령께서 거의 날마다 호소하시듯이 지금은 기업이 선제적 구조조정을 하여야만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GE, 다우케미칼, 듀폰, 히타치, 신일철, 소니, 오카모토유리, 세가 등은 주력산업을 팔아가며 선제적 구조조정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야당은 기업활력제고법을 아무 명분도 없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여당도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회가 법률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국회선진화법 핑계를 대는 것도 염치없다. 이 법률을 누가 만들었나를 생각하면 누워서 침뱉기이다. 법률을 탓하지 말고 현행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라도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하는 절박한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별별 위원회가 현행 법률에 따른 자발적 구조조정까지도 규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법률 탓 말고 선제적 구조조정 기업을 음으로 양으로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찾아보면 지원할 수 있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딴지를 걸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기 때문이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