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대타협 예고된 한노동의 파기 선언…국회의장 결단 내려야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이런 사정을 반영하여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2%에서 3.0%로 낮추는 등 안팎으로 한국경제 저성장 흐름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노동시장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정치권은 올해 총선 자리경쟁을 위한 이합집산에만 전념하고 양대 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 논의는 답보상태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한국경제가 당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진단하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노동시장의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21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바른사회의 ‘절벽에 선 한국경제와 고용시장, 돌파구는 없는가’ 토론회에서 발제자 오정근 건국대 금용IT학과 특임교수는 “중국경제도 더 추락하고 위안화도 더욱 절하돼 기업부실이 증가하는 등 한국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노동개혁이 안되면 기업구조조정도 요원하다”고 밝혔다. 아래 글은 오정근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오정근 건국대 금용IT학과 특임교수

위기의 한국경제 진단과 노동개혁의 과제

1.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노동개혁

2014년 8월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1개월여 만에 이루어낸 지난 해 9월 15일의 역사적인 노사정대타협을 한국노총은 1월 19일 일방적으로 파기를 선언하고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선언했다. 최근 한국노총이 지난 1월 11일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선언하고, 양대 지침(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대해 원점에서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원회 탈퇴 등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해 한노총의 대타협파기와 노사정위 탈퇴선언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지난 1월 11일 한노총의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 이후 노사정위원장과 정부의 거듭된 접촉과 재고부탁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역사적인 노사정대타협이 파기되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2014년 8월 노사정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 1개월여 만인 지난 해 9월 15일 역사적인 노사정대타협을 이루어내었었다.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두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하고 이 합의안이 일부 산별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를 통과했었다. 9·15 노사정대타협은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한국 노동개혁 사상 처음으로 노사정이 오랜 논의 끝에 합의를 통해 절충안을 만들어 냈다는 데 의미가 컸었다.

합의 내용은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두 핵심 쟁점에 대한 정부의 지침 마련이었다. 근로기준법은 정리해고와 징계해고를 제외한 해고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를 새로 추가한 것이다. 경쟁국의 절반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노동생산성과 과도하게 경직적인 고용 유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저성과 근로자에 대한 일반해고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노사정은 일반해고에 대해 공정한 근무평가제도를 구축하고 법과 판례에 따라 노사가 충분히 협의해 지침을 마련하고 입법화는 중장기적인 과제로 넘겼었다. 3년 연속 최저수준 근무평가를 받고 업무역량제고과정에 참여하고도 업무성과가 개선되지 않은 저성과 근로자의 해고는 합당하다는 판례도 있다.

2014년 4월 30일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고령화 추세에 맞춰 정년 60세 제도를 도입했다. 금년부터는 이미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기업에 도입되었고, 내년부터는 300인 미만 사업장과 중앙 지자체 정부기관에 대해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도록 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업의 임금부담 급증으로 인해 신규 청년고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새로 늘어나는 정년 부분에 대해서는 임금이 일정비율 감해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노사가 충분히 협의를 해 취업규칙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고, 절감되는 임금은 청년고용에 사용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었다.

이와 같이 두 핵심 쟁점에 대해 정부가 지침을 마련하기로 합의를 봤지만 ‘노사가 충분한 협의’를 하도록 해 추후 합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불씨를 남겼었다. 또한 법제화가 아니고 정부지침이어서 통상임금 문제처럼 관련 소송이 봇물을 이룰 우려도 있다. 이러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노사 안정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노총이 지난 1월 11일 제61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노사정 대타협 파탄을 선언하고, 양대 지침(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에 대해 원점에서 협의할 것을 요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원회 탈퇴 등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힌데 이어 마침내 1월 19일 한노총은 역사적인 노사정대타협을 파기하고 노사정위마저 탈퇴해 노동개혁은 험로에 직면하게 되었다.

   
▲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경제를 지탱해 오던 한 축이 완전히 붕괴 직전이다.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정도가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 마저도 중국의 급속한 추격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기술변화로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감량경영에 들어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의 업무상 재해 인정이 핵심이어서 노동자에게 유리해 법제화 과정에 별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통상임금 범위를 명료화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 파견규제 완화와 파견·도급 기준을 명확화하기 위한 파견법 개정, 기간제 사용규제 완화를 위한 기간제법 개정은 노사 동수의 국회 환노위 통과는 물론 본회의 통과도 국회선진화법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대통령은 새해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기간제법은 양보할 것이니 나머지 4법은 통과시켜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지만 야당은 파견법도 안된다고 주장하는 등 이 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2. 위기 점증하는 2016~17년 한국경제

2016~17년 한국경제는 우울한 전망 일색이다. 도무지 대내외 환경이 쾌청한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문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외환(外患)부터 살펴보자. 단연 G2 리스크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해 12월 단행된 미국금리 인상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당장 중국에서 자금이 대거 유출돼 일년 새 외환보유액이 5000억 달러 넘게 줄어들었다. 이처럼 신흥시장국으로부터 자본유출이 일어나면서 외화유동성이 취약한 일부 국가들에서는 외환위기 발생가능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동남아국가들의 위기는 일정 시차를 두고 한국경제로 옮겨 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기술력은 한국을 바짝 추격해 오고 있는 가운데 성장률마저 빠른 속도로 추락해 대중국 수출비중이 큰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설상가상 글로벌 유가마저 폭락하면서 세계 최대 석유매장량 국가인 베네주엘라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매장량 세계 2위 국가인 사우디아리비아의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9%에 달하고 러시아도 재정위기에 직면하는 등 산유국의 재정난으로 산유국이 대거 발주해 오던 건설 플랜트 수출도 급감이 예고되고 있다.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로 이란특수가 기대되고는 있지만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이란의 원유증산으로 유가는 더욱 하락할 전망이어서 양날의 칼이 되고 있다.

내우(內憂)도 만만치 않다. 수출이 벌써 2012년 이후 4년 째 안되니 기업부실이 급증해 22,000여개 외부감사대상 기업 중 3년 동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 갚는 한계기업이 3,300여개나 되고 이마저 미국 금리인상으로 금리가 0.5% 포인트 오르면 300여개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좀비기업은 3만여 개에 달하고 있다. 투자는커녕 부실기업을 잘라내야 하는 기업구조조정이 초미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조선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경제를 지탱해 오던 한 축이 완전히 붕괴 직전이다. 자동차 전기전자 반도체 정도가 겨우 버티고 있지만 이 마저도 중국의 급속한 추격과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기술변화로 안전을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오죽하면 삼성전자도 감량경영에 들어가고 있겠는가.

부실기업을 그대로 두면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되어 금융위기로 까지 비화될 수도 있다는 것이 금융위기가 가르쳐 준 역사적 교훈이다. 금융기관 부실이 가시화되면 한국금융기관들에 대출해 준 외국금융기관들이 자금을 회수해가고 급전으로 쓸 수 있는 크레디트라인을 단절하면서 외환위기도 발생할 수 있다.

3. 1997년의 데자뷔

1994년 1월 중국은 위안화를 달러당 5.8위안에서 8.7위안으로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단행하고 이어 4월 미국은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일본은 역플라자합의로 엔화절하를 시작했다. 미국금리인상과 역플라자합의로 엔/달러 환율은 1995년 4월 달러당 83.59엔에서 1998년 8월 144.58엔 까지 상승했다. 슈퍼달러 초엔저현상이었다. 그 결과 1994년 7월 817.05원이었던 원/100엔 환율은 1997년 2월 704.65원 까지 하락했다. 평균 20% 수준을 기록해 오던 한국 수출증가율은 1996년 하반기에는 –1.3%까지 추락해 기업부실이 증가하고 여기저기서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전이되면 금융위기가 발생하므로 문민정부는 1996년 12월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정리해고제 도입, 복수노조 도입유예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법을 야당 반발 속에서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날치기통과라는 비판에 발목이 잡힌데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파업 시위로 결국 1997년 3월 정리해고유예 복수노조인정, 즉 민주노총 합법화 등 신노동관계법으로 개악되고 말았다.

기업구조조정은 어렵게 되고 기업부실은 금융부실로 전이됐다. 수출감소로 보유외환도 줄어든데다 금융부실이 증가하자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한국신용등급을 연이어 내리고 기아차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두고 시위와 파업이 1년 내내 지속되자 외국금융기관들이 한국 금융기관에 대출해 준 자금을 급거 회수하고 한국금융기관들이 언제든지 끌어다 쓸 수 있는 크레딧라인도 중단해 마침내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구조조정이 안돼 위기까지 가서 끝장을 보고야 만다는 한국경제를 두고 외신들은 마치 폭포 같다고 하여 ‘폭포경제’라는 비아냥을 쏟아냈다.

   
▲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의 가장 큰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신흥국들의 경제위기는 수출중심의 한국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각 부문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성장잠재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근년으로 돌아와 보면 일본은 아베노믹스 일환으로 2012년 중반부터 엔화의 대폭적인 절하를 추진하고 있다. 2012년 중반 달러당 78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25엔대 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엔화 강세로 다소 하락하고 있다. 엔화 약세로 2012년 중반 1450원대였던 원/100엔 환율은 최근 950원대로 하락했다가 최근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일시적인 엔화 강세로 다소 상승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용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국은 금년 8월11~13일 위안화를 4.6% 대폭 평가절하했다. 지난 해 12월 미국금리 인상 후 위안화 약세는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금년 중 8~10% 추가 절하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 이번에는 중국경제 성장둔화도 겹쳐 한국수출은 급락하고 기업부실이 폭증하면서 기업구조조정이 초미의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노동개혁법은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고 민노총을 비릇한 각종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벌써부터 폭력적인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1996년 겨울의 판박이다.

미국금리인상과 일본 양적완화 지속으로 슈퍼달러 초엔저 현상이 지속되면 달러강세에 따른 원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일본엔화가 더 큰 폭으로 절하되어 원/엔 환율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중국경제도 더 추락하고 위안화도 더욱 절하돼 한국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기업부실은 증가할 것이다. 노동개혁이 안되면 기업구조조정도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구조조정을 앞두고 파업과 시위는 격화되고 4월 총선, 내년 대선과 맞물려 정치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다. 다시 위기가 오면 1%대 성장이다. 어디서 청년 일자리를 찾을 것인가.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생각하며 여야 노조 시민단체 모두 자중자애 합심해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불량 환부를 도려내어야 우량부문이 회생되면서 기업이 소생할 수 있고 그 결과 고용도 회복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정기간 해고가 불가피해 진다. 노동계는 벌써부터 파업과 시위다. 다가오는 4월 총선을 코앞에 앞둔 국회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위한 “노동개혁법”은 물론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안과 원활한 사업재편을 위한 “기업활력제고 특별법”(기활법) 조차도 대기업은 제외하자고 하는 야당의 주장으로 통과조차 못하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문제와 정년연장에 맞추어 도입하고자 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변경은 논의의 대상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구조조정을 못하게 되면서 금융기관이 부실화되어 금융위기로 바로 연결된다. 금융위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외환보유액이 3600억 달러라고 하지만 4400억 달러 외채(단기외채 1200억 달러 포함), 위기가 발생하면 33% 정도가 유출되는 외국인주식투자자금 4100억 달러, 수입하지 않고는 안되는 원유수입액 등을 고려하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금리 인상과 중국 경제성장 추락이 겹치면서 동남아 취약국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1997년처럼 그 여파는 4~5개월 시차를 두고 한국을 강타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감지하고 대처하는 관리들도 별로 보이지도 않고 국회는 더더욱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오직 선거를 앞두고 정파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한심한 모습 뿐이다.

위기의 그림자가 엄습해 오고 있다. 1997년의 데자뷔다. 그 때도 엔화절하에 따른 원화의 대엔화 강세로 수출이 둔화되어 기업부실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노조와 야당의 반대로 노동개혁이 무산돼 기업구조조정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금리인상으로 자본이 유출되고 동남아 국가들에서 1997년 7월에 위기가 발생하자 한국은 그해 11월에 위기가 발생했다. 최근 시위와 파업을 보면 1997년 말 선거를 앞두고 1년 내내 시위와 파업이 지속되었던 그 때가 판박이처럼 떠오른다.

4. 노동개혁은 위기의 첫 번째 탈출구

지금 한국경제는 사면초가다. 중국경제 추락과 미국 금리인상 리스크는 목전에 이르러 수출은 감소하고 있고, 청년실업자는 112만명에 이르며, 퇴직 후 할 일 없는 장년들은 영세자영업에 내몰리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실제 청년실업자는 110만명, 청년실업률은 20%다. 청년만이 문제가 아니다. 무급가족종사자를 포함한 자영업자는 683만명, 이 중 월수입 100만원 안팎의 영세자영업자만 400여만명에 달한다. 55~70세 장년 중 연금이 많은 퇴직 공무원, 군인, 교사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세자영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과당경쟁으로 대부분 2~3년이면 폐업한다. 이를 두어 번 반복하고 나면 퇴직금, 전세금을 날리고 빈곤층으로 추락하기 십상이다. 임금근로자 1931만명 중에서도 임시·일용직이 664만명을 헤아린다. 경제활동인구 2,706만명 중 44%인 약 1,200만명이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이다.

성장률이 낮아져 파이가 작아지면서 청년, 장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국민소득은 1,485조원이었다. 이 중 62.6%인 930조원이 근로자에게 분배됐다. 이 비율을 더 올리기도 힘들다. 기업들도 영업이익이 계속 하락해 지난해 말 외부감사 대상 비(非)금융법인 2만5452개 중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기업이 3295개, 전체 기업의 15.2%에 이르렀다. 특히 대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3년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해 한계기업 증가율이 가파르다.

   
▲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근로기준법, 파견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5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 더민주와 노동계 귀족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무기력한 식물국회가 이어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근로자에게 분배된 930조원을 2014년 경제활동인구 2657만명으로 나누면 3500만원이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소득이 그렇다. 고소득층은 연봉이 8000만~9000만원 정도 되므로 자연 저소득층 연봉은 1000만~2000만원 수준이란 계산이다. 1200만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임시·일용직의 실상이 이렇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파이를 키우는 길밖에 없다. 파이가 커지면 청년들 일자리가 생기고 장년들도 일찍 퇴직하지 않아도 된다.

파이를 키우는 데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유일한 최선의 대책이다. 기업투자가 활성화되지 않고서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기업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은 국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청년일자리,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운운하면서 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경제활성화법을 반대하는 정치논리를 대다수 국민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일이 어렵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차선책으로 나온 대책이 임금피크제다. 너무 빨리 퇴직해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장년문제 해소를 위해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기업의 임금부담 완화를 위해 임금을 덜 받는 임금피크제를 도입, 완화된 임금부담분으로 청년들을 고용하자는 취지다. 정치권은 이것도 반대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는 것도 반대하고 파이를 청장년이 나눠 갖는 것도 반대하면 어떻게 청장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정년은 연장하되 임금은 연공급을 유지하고 청년들은 의무적으로 할당해 고용해 주면 되지 않느냐는 반(反)시장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은 순환출자금지, 내부거래 축소 등 각종 경제민주화법에다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단기간에 급등하는 임금부담으로 투자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대기업 매출증가율은 2013년 이후 감소해 2014년~15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고, 청년을 고용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외면한 채 선거철을 앞두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쁜 정치권 모습에 국민은 절망하고 있다. 이런 정치를 확 바꾸는 정치개혁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 위기를 넘어서는 데 필요한 첫 번째 과제가 노동개혁이다. 독일·영국·네덜란드 등 선진국도 노동개혁을 통해 위기를 넘겼다. 네덜란드는 대타협으로, 대처의 영국과 슈뢰더의 독일은 정부의 강력한 리더쉽으로 노동개혁을 성공리에 추진해 경제를 안정성장 궤도에 올려 놓았다. 이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합법적이면서도 강력한 공권력의 집행이 불가피한 경우도 있다. 이번의 지침 시행과정에서 불거질 수도 있는 불법시위 등에 대해선 엄격한 사법적 조치가 뒷받침돼야 지침이 실효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노동시장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2%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사실상의 청년 실업자는 1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중에 양대 노총은 총파업 카드를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있어 노동개혁 논의는 답보상태다./사진=연합뉴스

추락과 반등의 기로에 선 한국경제가 노동권과 경영권 균형회복을 통해 기업경쟁력 회복과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사정, 여야 모두 합심해 지혜를 모으는 일이 노사정 합의정신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4월 총선과 내년 대선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임시국회가 노동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얼마남지 않은 마지막 골든타임에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경제가 위기로 치닫기 전에 부득이 국회의장 직권상정 등 비상한 조치를 강구해서라도 두 핵심 쟁점을 포함한 제대로 된 노동개혁을 단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1997년 같은 위기를 당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량실업사태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는 이제 선진국 도약은 요원해 지고 추락의 길 밖에 없게 되기 때문이다.

새해는 특히 박근혜정부 4년차다. 내년에는 대선이 있는 마지막 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금년이 사실상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지막 해다.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내어 한국경제를 재도약의 반석 위에 올려놓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1997년과 같은 위기로 추락할 수도 있는 백척간두에 서 있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정파나 좌우이념을 떠나 위기극복을 위해 전심전력 힘을 모아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 기업 가계 모든 경제주체의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특히 2016~17년 정치의 계절에 정치권과 노동조합 시민단체들의 자중자애가 절실하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