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막말·갑질로 얼룩진 사상최악의 19대 국회는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는 기관차와 다름없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회의록검색시스템과 주요 일간지, 방송 및 통신기사를 통해 분석한 ‘19대 국회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막말) 현황’에 따르면 4명중 1명꼴인 73명이 막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중 국회 윤리위에 회부된 건은 41건이다. 문제는 41건 중 단 한 건도 징계 처리된 게 없다는 점이다. 윤리위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막말과 갑질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였지만 임기 종료 4개월을 앞둔 지금까지도 민생과 안보 법안 등 법안 처리율은 40.9%로 참담하다 못해 처참할 지경이다. 몸싸움 폭력국회를 막아보자는 선의에서 시작된 선진화법 실험의 실패에 기인한 점도 있지만 이도 핑계거리일 뿐이다.

무엇보다 걸핏하면 거리로 뛰쳐나가 ‘투쟁’ 심리를 부추겼다.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풀어야 할 당사자들이 국회를 팽개치고 거리정치를 펼치면서 되레 사회갈등을 야기했다. 19대 국회는 개원 44개월간 36차례 국회 밖으로 뛰쳐나갔다. 37일마다 1번꼴로 장외활동을 벌였다. 장외투쟁에서는 노조위의 국회다.

법안처리율을 보면 17대 국회 50.3%, 18대 국회 44.8%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마저 법안 끼워 팔기가 난무하며 최악의 국회에 국민의 정치 불신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입법부의 입법 기능이 죽은 것이다. 그 자리에는 막말과 갑질만이 난무했다.

   
▲ '공갈 막말' 파문을 일으켜 당내 윤리심판원에 제소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 5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징계 결정을 위한 윤리심판원 2차회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9대 국회의 막발 대상은 한솥밥 먹는 같은 처지의 동료에 대해 36번, 전·현직 대통령 26번, 국무위원이나 공직자 및 공직후보자 22번, 국민에 11번이다. 이중 입에 담기조차 낯 뜨겁거나 도를 넘어 국회 윤리위에 회부된 안건은 모두 41건이다. 문제는 윤리위에 회부된 41건 중 징계 처리된 안건은 딱 1건이다. 지난해 10월 성폭행 혐의를 받은 심학봉 무소속 의원의 ‘사직의 건’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 무기명 표결된 것이 유일하다.

그야말로 있으나마나한 윤리위다. 실제로 18대 국회에서도 54건의 징계안 중 30건은 임기만료 폐기됐으며 나머지 24건도 가결된 것은 1건에 불과했다. 7건은 의원들 자신들에 의해 부결됐고 16건은 철회됐다. 이는 ‘제 식구 감싸기’란 고질병과 땅바닥에 떨어진 국회의 윤리의식 탓이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가 2012년 박근혜 대통령(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그년’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해 8월 윤리위에 징계안이 회부됐지만 3년 반이 지나도록 본회의에 조차 올라가지 않았다. 이외에도 더민주 홍익표 의원의 ‘귀태’ 발언, 장하나 의원의 ‘대통령 사퇴’,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의 ‘하사 아가씨’ 김태호 최고위원의 ‘국민을 홍어X’ 등도 전혀 제제를 받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2014년 ‘대리기사 폭행 사건 논란’에 휩싸여 재판을 받고 있는 더민주 김현 의원도 윤리위에 회부됐지만 19대 국회 내 결론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윤리위 징계안이 임기내 처리되지 않으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된다.

자조 섞인 소리가 나온다. “국회의원에게 법이란, 이해관계가 있을 때만 법”이라는 것이다. 가히 무소불위 그들만의 세상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더 크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국민이 뽑은 대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를 배신하고 스스로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는 건 당연하다.

헌법 제64조 2항에 ‘국회는 의원의 자격을 심사해 의원을 징계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의원 스스로 자격심사와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이다. 이를 정파적으로 악용되고 특권으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윤리위다. 하지만 현실은 ‘특권위의 특권’으로 변질돼 윤리위 자체의 자정 능력조차 상실했다.

윤리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15명의 여·야 동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윤리심사자문위도 정파별로 구성돼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긴 격이다. 서로 봐주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다. 이제 바뀌어져야 한다.

독립적인 윤리위를 국회 안이 아닌 국회 밖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윤리위 구성 인사를 도덕성이 검증된 외부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 독립적인 윤리위의 의견은 국회가 무조건 수용하는 방법을 지향해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은 그대로 두면 고이고 썩고 악취가 풍길 수밖에 없다. 과감한 수혈로 새 피를 돌게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한지 오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