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노동시장 유연성, 정치적 타협 대상 될 수 없어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입장의 간극이 크다. 정부·여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파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야당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파견근로 허용범위를 제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노동개혁에 있어 첨예한 대립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해외 선진국 사례 검토를 통해 파견법 개정안을 분석하고 향후 우리나라 파견제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4일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430호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주최로 열린 ‘한국 파견법제의 방향, 어디로 가야하나’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파견법 및 관련 입법안은 헌법 제23조 제1항(재산권 보장)에 위반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직종에서 파견근로의 형태로라도 근로를 하고 싶어 하는 실업자들의 근로기회를 박탈하는 위헌적 입법권 행사라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파견대상, 파견기간 모두 제한하는 파견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입법목적도 정당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전삼현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파견법제의 개선방안

I. 문제제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25일 5대 노동개혁과 관련하여 기간제법은 포기하더라도 파견법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청년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대국민 호소를 한 후 파견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이 파견법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견대상과 파견기간을 제한하고 있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는 대표적인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고용동향’ 에 따르면 2015년 청년층(15∼29세) 실업률이 9.2%로 1999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비록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더라도 청년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어떠한 노력이라도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2015년 9월 새누리당은 현재 32개로 돼 있는 파견허용 업무를 만 55세 이상의 고령자·고소득 상위 25% 전문직 등 파견 허용업무 확대와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6개 뿌리산업'에도 파견근로자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함으로써 조금이나마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의 안대로 파견법이 개정되면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물론, 이해가 되는 면이 없지는 않지만 결국 야당의 주장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어도 국민 모두는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

이는 국민의 대의기관이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 제32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파견법 개정에 대한 반대의견들의 위헌성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 파견대상, 파견기간을 모두 제한하는 파견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이는 입법목적도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방법의 적절성, 피해 최소성, 법익균형성 모두를 침해하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여지가 크다./사진=미디어펜

II. 파견법 개정 반대의견에 대한 헌법적 검토

1. 국가의 근로자고용증진의무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제1항에서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함으로써 국가에게 근로자고용증진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현재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들의 노동안정성 보장보다는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비정규직 또는 파견직이라도 일자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국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파견법을 통하여 엄격히 파견근로시장의 진입을 차단하는 입법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 위반될 여지가 크다고 본다. 즉, 파견법 개정을 반대하는 것은 근로조건이 정규직보다 열악하기는 하지만 다양한 직종에서 파견근로의 형태라도 근로를 하고 싶어 하는 실업자들의 근로기회를 박탈하는 위헌적 입법권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의 근로자고용증진의무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법률을 통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적극적 의무가 아니라 파견근로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근로관계를 형성·유지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2. 국민의 행복추구권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민은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하여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자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이 있다고 본다. 또한 국가는 이러한 국민들의 행복추구를 보장하야 할 의무를 진다고 본다.

비록 파견근로의 경우 근로조건이 정규직보다 열악하지만 파견계약기간을 연장하면서라도 지속적으로 근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 국민의 행복추구를 보장하는 입법정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더불어민주당의 파견법 개정 반대는 파견근로자 자신의 행복추구를 위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입법권행사라고 할 수 있다.

3.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15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직업선택의 자유란 개인이 바라는 바에 따라 어떠한 직업이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고 해석된다.

물론, 이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헌법 제37조 2항)고 해석된다.

즉, 이러한 제한이 입법목적이 정당하고 (정당성), 그 방법이 적절하고 (방법의 적절성), 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최소이어야 하며 (피해 최소성), 이로 인해 얻는 공익이 침해당하는 사익보다 최소한 동일하거나 커야 한다(법익균형성)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파견대상과 파견기간을 제한하는 현행 파견법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보면 입법목적도 정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방법의 적절성, 피해 최소성, 법익균형성 모두를 침해하는 과잉금지원칙 위반의 여지를 안고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러한 파견법의 제한을 완화하는 입법안에 대하여 정규직보호라는 인기영합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개정에 반대하는 것은 위헌적 입법행위라고 할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안대로 파견법이 개정되면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된다며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더민주의 주장은 경제성장률이 둔화되어도 국민 모두는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모순을 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III. 결어

파견법 개정안이 마치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개정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무책임한 입법권 남용인 것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해외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파견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들을 활용하여 왔으며, 지난 20여 년간 노동시장의 경직화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였던 독일과 일본도 파견근로제도 확대를 통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경제적 위기를 탈출했던 경험들이 이번 파견법 개정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문제가 대한민국의 가장 난제임을 인정해야 할 사람들이 이를 부정하고 오히려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화 시키려는 정치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하여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하여 노동정책, 특히 노동시장 유연성 문제는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되어서도 안된다는 인식들이 널리 확산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울러 발제자가 언급하신 바와 같이 일본과 독일처럼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을 사용하여 대부분의 업무에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것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