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자 복직판결, 구조조정 무력화와 외자유치 악영향

   
▲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최악의 자금난과 판매부진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쌍용차가 근로자들을 해고한 것은 법원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직격탄을 맞았던 쌍용차는 판매격감과 신차개발 부진으로 부도가능성이 높아졌다. 회사는 2009년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고자 하는 극약처방이었다.

회생법원은 쌍용차가 인력감축 등 과감한 구조조정과 자금조달 여부가 파산으로 가느냐, 회생의 길을 가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의 회생은 채권자와 주주, 종업원 등 제반 이해관계자의 희생을 전제로 진행됐다. 구조조정도 임금동결과 복지중단, 자산매각등과 함께 강도높게 진행됐다.

경영진은 읍참마속(泣斬馬謖)으로 2009년 6월 153명에 대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회사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심각한 풍랑을 만나 표류중인 쌍용차란 배를 살리기위해 고심 끝에 인력감축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경영이 정상화하면 언젠가는 복귀시킬 것이라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회사는 죽어가는데, 노조는 단 한명의 구조조정도 안된다며 정문을 폐쇄하고 옥쇄투쟁을 벌였다. 야당과 민노총 등 급진노동단체, 좌파시민단체들이 총동원돼 정리해고를 철회하라며 쌍용차 평택공장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노조원들은 공장 라인에 시너와 화염병 등으로 무장하며 극렬 투쟁을 벌였다.

노조의 불법파업과 공장점거가 장기화하면서 생산중단과 자금난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공권력이 평택공장에 투입돼 불법 점거중인 노조원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회사는 잔류한 임직원들과 함께 라인을 재가동하고, 판매회복에 전력을 기울였다.

   
▲ 서울고법이 7일 쌍용차가 긴박한 경영위기에 몰렸던 법정관리 당시 실시한 정리해고에 대해 무효라며 노조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줬다. 고법 판결은 회생법원의 구조조정요구를 충실히 따랐던 쌍용차회사측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의 법정관리중인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인수한 마힌드라그룹측도 적지않게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외자유치와 대외신인도에도 악향이 예상된다.좌파단체들이 지난해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유일 사장 등 임직원들의 피와 땀은 서서히 보상을 받기 시작했다. 주력인 코란도 등 RV차를 중심으로 판매가 서서히 회복됐다. 라인가동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법원은 쌍용차에 희망의 빛이 보이자 회생절차를 종결했다. 제 3자매각에 나섰다. 인도의 마힌드라그룹이 새로운 주인이 됐다. 마힌드라경영진은 뉴머니를 투입하고, 신차개발차종 확대와 국내외 판매 촉진을 통해 조속한 정상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와중에 야당 등 정치권은 법정관리와 정리해고에 전혀 책임이 없는 인도 마힌드라경영진을 국회로 소환해 정리해고자를 조속히 복직시키라고 다그쳤다. 쌍용차를 살리려고 온 외국투자자에게 정치권이 무례하게 반강제적인 압박을 가했다.

당시 정치권이 쌍용차를 사랑한다면, 무책임하게 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할 게 아니라, 판매부진에 시달리던 쌍용차를 사주는 게 백번 도와주는 것이었다. 쌍용차 한 대 사주는 것은 전혀 도외시한채 포퓰리즘적 정치논리로 쌍용차 경영진을 거칠게 몰아댔다.

쌍용차는 지금 서서히 경영이 회복되고 있는 중이다. 주력차종들의 내수판매와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아난드 마힌드라그룹 회장은 1월에 인도를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1조원의 추가투자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대통령도 경영이 정상화하면 정리해고자들의 복직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고법이 7일 2009년에 회사가 백척간두에 직면했을 때 단행한 정리해고에 대해 무효라며 노조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은 충격적이다. 쌍용차는 당시 구조조정과 채무축소를 하지 않으면 파산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1심은 회사측의 정리해고가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심이 이를 180도 뒤집었다.

고법 판결 내용을 보면 당시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도 안하고 내린 것 같아 안타깝다. 재판부가 애써 회사의 긴박했던 경영난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고 노조편향적인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고법의 판결 중에는 사실을 왜곡하거나, 회생법원의 입장과 정반대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쌍용차의 정리해고는 회생법원의 인가내용을 충실히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구조조정을 안하면 파산시키겠다는 법원의 결정을 존중해서 인력감축을 한 셈이다. 그런데 고등법원이 이제와서 회생법원의 입장을 묵살한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고법이 회사측이 제출한 손익계산과 관련, 회계장부상 산출근거 자료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가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며 공격해왔다. 하지만 회사는 적법한 절차에 의해 회계를 작성했음을 누누히 설명했다.

노조가 요구해서 법원이 서울대 회계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회계보고서도 회사측이 합리적으로 손상차손을 계상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히려 서울대 교수는 유형자산의 손상 차손 금액이 금속노조등이 주장하는 것처럼 과대계상된 것이 아니라, 되레 과소 계상됐다고 주장했다. 손실을 줄여서 회계장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서울대 교수는 다만 과소계상된 금액은 회계원칙에 비춰서 유의미한 금액은 아니며, 회사의 손상차손 금액은 합리적으로 계상됐다고 결론내렸다. 노조가 주장하는 회계조작을 통한 과대계상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고법은 회생법원이 국내 최고의 회계학자에게 의뢰해서 만든 보고서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법원이 같은 법원이 의뢰해서 만든 보고서를 불신하고 엉뚱한 판결을 내리면 사법부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번 고법 담당판사중에는 마은혁씨가 부심판사로 참여했다. 마판사는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80년대 후반 급진노동운동을 주도한 경험을 갖고 있다. 1987년 결성된 사회주의 지하 혁명조직인 인천지역 민주노동자 연맹(인민노련)'의 핵심 멤버였다고 한다. 서울대 정치학과 81학번인 마 판사는 정의당 노회찬 전의원, 현 조승수 의원과 당시 인민노련의 조직원으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마 판사는 당시 핵심 이론가"였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이런 급진 노동운동가 출신이 법원의 명령에 의해 추진한 기업구조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편향판결을 내린 것은 사법부 신뢰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고법 판결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을 무력화시키면 앞으로 한국기업들은 긴박한 경영위기에서 구조조정을 할 수 없게 된다. 회사가 부도지경에 몰려서 인력감축을 못하게 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더구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은 기업들은 앞으로 어떤 자구노력도 할 수 없게 된다. 고법이 어처구니 없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기업들은 앞으로 채용을 더욱 기피할 것이다. 사법부가 한국적 기업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국제신인도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쌍용차는 법정관리를 졸업한 후 국제적인 인수합병(M&A)를 거쳐 마힌드라그룹에 매각됐다. 마힌드라는 신규자금 투입과 국내외 판매확대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대통령에게 조단위 투작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고법이 마힌드라가 인수하기전에 일어난 정리해고자를 전원 복직시키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마힌드라로선 황당한 일이다. 이런 한국의 사법부에 대해 외국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국내기업도 온갖 경제민주화와 과도한 규제로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법원이 외국기업이 책임질 수 없는 책임을 지라고 강요하는 것은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회복과 일자리창출을 위해 세일즈외교와 해외투자에 공을 들여왔다. 법원은 박근혜정부의 외자유치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은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국제적인 불신을 자초할 것이다. 대법원은 상고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기업회생을 위해 불가피했던 구조조정을 법원이 부정하면 우리경제와 대외신인도에 어떤 악영향을 가져오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 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