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석학, 프리드먼교수, 의원들 무책임 선동공약 매달려

   
▲ 김규태 미디어펜 연구원 
수많은 인명피해가 뒤따른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둘러싸고 각계 각층 전문가들의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시장실패와 정부개입-정부규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주된 이슈는 개인(회사)의 무한한 탐욕과 공무원들의 결탁과 무능이 어우러져 일어난 것이라는 것이다. 해운업계에 더욱 강한 규제를 가하고 해상구조구난과 관련된 통합위기관리부서를 신설할 것을 정부에게 주문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기존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음을 지적함과 동시에, 해운항로의 독점 운영권을 정부가 부여하고, 해운가격에 대해서 지속적인 규제 및 상한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입 가능한 프리드먼 교수의 통찰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이유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둘러싸고 백가쟁명하는 상황에서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의 시장실패-정부개입에 대한 통찰은 눈여겨봄직 하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의 아들인 데이비드 프리드먼 미국 산타클라라대학 법과대 교수는 자유경제원과 프리덤팩토리 국제협력실 주최로 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특별강연회에서 시장실패와 정부개입의 문제점등에 대해 명쾌하게 논지를 전개했다.
 
프리드먼 교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고, 자유주의 시장경제학파의 본산인 시카고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공을 경제학으로 바꿨다. 프리드먼 교수는 현재 미 산타클라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선친 밀턴 프리드먼교수에 이어 대표적인 자유주의자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가 자유경제원과 프리덤팩토리가 8일 공동주최한 정책세미나에서  '시장실패, 정부개입으로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고 있다.  
 
 시장실패, 정부개입을 정당화하는 믿음의 근거
 
‘시장실패’란 개인의 합리성이 개인의 합인 사회의 합리성 및 효율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가운데 남에게 손해를 끼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는 개인에게만 합리적 선택을 맡길 수 없으므로 정부개입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더군다나 시장실패는 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교차로 교통체증 속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한 한사람으로 말미암아 나머지 다수의 차들이 더욱 늦춰지는 경우나, 현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죄수의 딜레마 사례에서도 발견된다. 시장실패는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장실패를 주장하는 많은 이들의 의중에는 정부개입이 옳다는 믿음이 자리 잡고 있다.
 
 시장실패를 능가하는 정부의 오류
 
이처럼 시장실패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논리적 이유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시장개입에 대한 동일한 논리를 정부에 대입해 보면, 정부는 민간 및 공공 참여자에 대한 조치와 개인의 합리성, 부처별 공무원별로 개별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애쓴다는 점에서 시장보다 더욱 큰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지닌다. 정부개입은 주로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데, 정치시장(유권자는 수요자, 정치인은 공급자)을 살펴보면 사회가 장기적인 발전정책을 추진할 수 없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채택해서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의제가 실질적으로 최대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표와 같은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유권자가 후보자에 관한 정보수집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본인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는 후보자를 가장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보수집의 비용은 상당하지만, 그 선택에 따른 결과-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은 유권자 모두에게 분산되기 마련이다. 결국 상당수 유권자들은 선택을 위한 노력을 하더라도 이만큼의 이익이 뒤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정치정보의 분석을 기피하게 된다.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 특강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경청하고 있다. 
  
 유권자에게 작용하는 합리적 무지
 
이처럼 경제적으로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정치시장의 수요자인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정보 분석을 게을리 하는 등 정치적으로는 무관심하고 무지하다는 점을 들어 ‘합리적 무지’라 일컫는다. 마트나 재래시장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장바구니 의사결정과는 달리, 유권자에게는 ‘합리적 무지’가 작용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합리적 무지는 정치인에 대한 신뢰 부족에 기인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현 대의제의 한계-점차 낮아지는 투표율 등 정치에 대한 무관심-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러한 ‘합리적 무지’로 인하여 정치인들은, 특히 입법부의 국회의원들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따질 수 있는) 정책의 견고함과 재정건전성, 지속가능성 등을 두고 정치시장에서 겨루기 보다는, 유권자들에게 즉각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정책, 더욱 선동적인 공약에 매달리게 된다.
 
더구나 정치권, 정치시장에서는 미래의 보다 큰 이익을 위하여 현 시점에서 온갖 비용과 수고를 들이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큰 역할을 담당하는 현직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20년 뒤의 수혜를 기대하고서 각종 정책을 입안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정치적 수혜는 20년 뒤의 후임자가 받을 것이기에, 현직 정치인들은 국가의 장기 발전을 위한 미래 전략보다는 현재의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에만 관심을 표명한다.
 
   
▲ 데이비드 프리드먼 교수 
 
정부개입의 한 형태로 작용하는 규제정책도 마찬가지이다.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규제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과 편익(규제로 인한 보이지 않는 효과 포함)이 본인들의 이익과 비용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에, 규제를 개선하거나 없애서 전체적으로 비용보다 편익을 가능한 높이려고 하는 경제적 유인이 없다. 따라서 규제정책도 시장실패를 해결할 수 있는 유효한 정책수단으로 작용하기 힘들다.
 
사법부도 동일한 양상을 보여준다. 사법부의 법 규정 및 적용도 본인들의 비용과 편익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사회비용 대비 편익을 높이도록 법제도를 운용할 유인이 없다. 사법부도 결국 시장실패를 교정하기에는 한계를 보인다.
 
 시장 실패의 예외, 정치시장에서의 더 큰 실패
 
공공재를 제외하고 민간시장에서의 시장실패는, 시장참여자들이 각기 행동하는데 있어서 비용의 대부분을 지불하고 그로 인한 이익의 대부분을 받는 기본 원리를 훼손하지 않는다. 개인들이 때때로 비용과 편익이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가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실패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개인행동의 총 효용은 사회적 이익 모두와 정확히 동일하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정부의 규제로 이루어진 정치시장에서는, 몇몇 일부 참여자들(유권자, 정치인, 로비스트, 판사 등)로서는 자신들의 행동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뿐더러 이로 인한 대부분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받을 만한 경우가 거의 없기도 하다. 이러한 맹점은 결국 정치시장에서의 더 큰 실패로 야기된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 suslater53@midiap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