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 이익기반 흔들, 인도네시아 통합법인 성공도 김 회장 마음 돌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에 대해 언급해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우려된다.

김 회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운을 뗏다.

이어 "지금 당장 통합한다는 것은 아니고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두 은행의 행장 및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하나금융 제공

앞서 하나금융은 2011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사 간에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서를 작성하며 노조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약속한 5년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회장이 조기통합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예상과 달리 금융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두개의 은행체제로 가다보니 당초 예상했던 시너지 효과도 없을 뿐더러 구조적인 이익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은행업계의 2011년 전체 순이익은 9조5000억원이었으나 2013년엔 4조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그러나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이 2011년과 비교해 2013년 -28%의 순익감소를 겪은 것에 비해 하나은행은 -31%, 외환은행은 -40%로 급감하며 그룹 생존 기반이 약화됐다는 것.

특히 외환은행은 외환수수료 이익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시장점유율 1위의 자리를 내준지 오래다.

외환은행은 2009년 외환수수료 이익 2230억원을 거뒀으나 2010년 2130억원, 2011년 2180억원, 2012년 2100억원, 2013년 1920억원으로 시장점유율면에서 27%를 가져간 우리은행에 외국환부문 1위의 자리를 내줬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의 성공도 김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 인도네시아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PT Bank KEB Hana Indonesia'로 통합출범해 인도네시아 최대 경제 일간지 '비니지스 인도네시아(Business Indonesia)' 가 선정한 '최우수 민영은행'에 뽑혔다.

'PT Bank KEB Hana Indonesia'는 통합직전인 2월 총자산이 12조9790억루피(IDR)에서 통합후인 6월 14조6490억IDR로 12.9%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월 540억IDR에서 1550억IDR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한편 김 회장의 조기통합과 관련된 발언에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앞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지난달 3일 하나금융으로부터 외환카드 분사 절차를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노조는 은행측이 노조와의 협의절차를 성실히 이행할 때까지 직원들에 대한 전적 동의서 징구, 전적 명령 등 일체의 인사절차를 중지시킬 것도 법원에 요청했다.

또 같은달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이 보유한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직원의 동의없이 교육위탁업체인 H사에 무단 제공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는 등 끊임없이 하나금융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