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수익성지표 기반이 심각히 훼손되는 것과 관련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 논의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통합(2012년)되기 전인 2011년 하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조207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550억원으로 46%나 줄었고, 같은 기간 외환은행은 1조6220억원에서 3600억원으로 78%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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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이 2011년과 비교해 2013년 -28%의 순익감소를 겪은 것에 비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고 실제 거래를 하는 '활동고객 수'도 다른 경쟁 은행에 비해 훨씬 적다.
외환은행의 활동고객 수는 170만명, 하나은행은 370만명으로 두 은행을 합쳐도(540만명) 국민은행 활동고객 수(1250만)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이우공 하나금융 부사장(CFO)은 "외환은행 인수 이후 예상과 달리 금융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두개의 은행체제로 가다보니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 효과도 없을 뿐더러 구조적인 이익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구조적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하나금융의 약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외환은행은 은행 수익성의 척도인 구조적이익(이자이익+수수료이익-판관비) 기반이 심각하다.
외환은행은 강점으로 꼽히던 외국환 부문에서도 우리은행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외환은행의 외환수수료 이익은 지난해 1920억원으로 2011년 2180억원보다 260억원(11.9%) 줄어들며 시장점유율 25%로 우리은행27%의 뒤로 밀려났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외환은행은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합의서 준수도 중요하지만 이대로 방치해 두기에는 상황이 너무 안좋다"고 말했다.
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인도네시아 통합법인의 성공도 조기통합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올해 3월 인도네시아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PT Bank KEB Hana Indonesia'로 통합출범해 인도네시아 최대 경제 일간지 '비니지스 인도네시아(Business Indonesia)' 가 선정한 '최우수 민영은행'에 뽑혔다.
'PT Bank KEB Hana Indonesia'는 통합직전인 2월 총자산이 12조9790억루피(IDR)에서 통합후인 6월 14조6490억IDR로 12.9%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월 540억IDR에서 1550억IDR로 세배 가까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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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하나금융 제공 |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이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합의서를 의식해서인지 "지금 당장 통합한다는 것은 아니고 통합을 논의할 시점이라는 것"이라며 "나 혼자 결정할 사안은 아니고, 두 은행의 행장 및 이사회와 충분히 협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는 당일 성명서를 통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조기 통합 필요 발언은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합병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은 가장 명백하고 중대한 합의위반 행위"라고 소리 높였다.
이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 2012년 2월 발표된 '2.17 노사정 합의서'는 외환은행의 법인 및 명칭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합병여부도 '5년경과 후 상호 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회장의 이번 발언은 가장 직접적이고 원천적인 도발행위"라며 "합의서는 하나지주 회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직접 서명했고, 신제윤 현 금융위원장과 김 회장 본인도 수차례 철저한 준수를 강조한 바 있는 대국민 약속"이라며 거듭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한편 카드사(하나SK카드·외환카드) 및 두 은행의 중국 법인의 통합은 올해 안에 완료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톈진(天津)의 외환은행 법인과 베이징(北京)의 하나은행 법인이 (통합 신청서를) 제출해 10월 중 승인을 받고 통합될 것"이라며 "통합 법인명은 현지 법규에 따라 모그룹 이름(하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외환카드 본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본인가를 받게 되면 외환카드 분사는 본격 수순을 밟게 될 예정이다.
앞서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카드사업 분사를 반대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되면서 합병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장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