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민법상 계약변경 취소소송 우려...민간에 자율권 줘야

서울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터널 경남 마창터널 등 민간투자사업이 계약변경을 통해 재구조화한 것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신용도를 떨어뜨리고, 국가에도 해로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같은 민자사업 재구조화 러시는 향후 민법상 강박에 의한 계약변경으로 취소소송 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일부 여론과 정치권 요구로 인해 정당한 계약에 의해 이루어진 민간투자사업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면산터널이나 지하철9호선 마창터널 등은 민간의 사업이지 공기업이 아니다라는 점에서 재구조화사업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키려면 민간에게 자율권을 주고,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지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반면 민간투자사업이 교통량 수요예측 부풀리기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계약변경에 따른 재구조화는 합리적 요금체계 구축과 장기간 저렴한 시설 이용등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론도 제기됐다.

민투사업의 재구조화가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예산을 도시계획 숙원사업 예산 등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추진에서 더 나은 여건 조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계약변경과 재구조화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이를두고 정부의 강박에 의한 계약변경은 법치주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신용도를 추락시키는 대표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민간사업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와 합리적 요금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프리덤팩토리 재산권센터가 18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중구 정동 17번지) 420호에서 민간투자사업 해법을 모색하는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박원순의 서울시정, 홍준표의 경남도정, 광주와 대구 등 여러 광역단체에서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움직임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모색하기위해 마련됐다. 국토교통부도 전국 모든 민자시설에 대해 자금재조달 방식의 재구조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슈가 되고 있다. 재구조화작업은 재정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민간계약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무력화와 한국에 대한 신용도하락 등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 재산권센터가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공동주최한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정부의 강박에 의한 계약변경은 신용도를 훼손하는 포퓰리즘정책으로 향후 취소소송 등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간투자사업은 사회간접자본(SOC) 구축에 있어서 부족한 정부의 재정을 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고자 도입됐다. 기본적으로 민간자본 선택의 영역에 속한다. 다만 지금까지의 사업들을 재구조화나 공익처분을 통해 정리한다면, 앞으로의 민간투자를 어떻게 더 잘 이끌어낼 것인지, 정부에서 추진하는 앞으로의 민간투자사업에 리스크나 또 다른 문제들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문제의식이 있다.

토론자로 김호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와 양동완 SOC포럼 회장,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가 참석했다.
김연규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RG 보장에 의한 재정부담 증가, 장기간의 고정운영비 및 고정수익률로 인한 위험성 증가, 공공성 요구에 의한 재정부담 증가 등이 기존 민자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사업시행자에게는 안정적인 회수구조 예측이 가능하며, 주무관청에게는 정부부담금 감소와 외부 비판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재구조화에 의한 재정절감을 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MRG 폐지로 인해 민간재원 조달이 어려워져 민자사업이 침체되고 있다”면서 “새로운 재구조화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가 정착돼 민자사업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사업시행자의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서 수익률 차등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신규사업에 대하여는 새로운 민자추진방식을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제에 나선 김인수 법무법인광장 변호사는 “민간투자사업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할 필요성이 있으나 민간의 위험부담을 원칙으로 하되 그에 상응하게 계약으로 부여된 민간의 권리는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기관의 헌법원칙 준수는 응당한 것”이라면서 “정부의 협약 당사자로서의 준수의지는 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수요에 대한 책임을 왜 전적으로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가와 수요 부족으로 도산 상태에 있는 사업을 방치할 것인가라는 대립된 쟁점이 있다”면서 “현존하는 계약을 감사원 감사 및 정치사회적 여론을 이유로 부정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쟁점이 민간투자사업에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정책 신뢰성 회복을 통해 사회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와 효율을 이용한다는 민간투자법의 입법취지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정호 프리덤팩토리 대표는 “서로간의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만,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의 상당 부분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함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약속의 파기는 당장의 이익이 있을지 몰라도 신용도 저해 측면에서 국가에게도 해로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어 “여론 때문에 민간투자사업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며, 해당 민자사업은 민간의 사업이지 공기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대표는 “재구조화 과정에서 조건의 변경에 대해 민자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합의해줬다고 정부가 표현하는 것은, 민법상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여서 사후적으로 취소 가능한 행위”라면서 “강한 힘을 가진 정부가 그 상대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소송까지 가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민자사업을 하려 한다면 민간에게 자유를 주고, 그 대신 그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민간사업자가 지게 하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토론자인 김호철 단국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는 “민간투자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인 교통량 수요예측 부풀리기는, 민간사업자의 도덕적 해이와 더불어 정부 전문성 부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재구조화는 합리적 요금체계 구축을 통해 장기간 저렴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민투사업의 재구조화는 정부의 재정지출을 억제하여 이를 도시계획 숙원사업 예산 등으로 돌릴 수 있게 하여 도시계획 사업추진 환경에 더 나은 여건 조성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재구조화는 공익과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등을 비교하여 합리적인 수준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요리스크 및 정책리스크를 민간사업자와 정부가 적정한 수준에서 분담해야 할 것이다”고 제언했다.

마지막 토론자인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투자사업의 정상적 추진을 위해서는 투명성, 시장성, 경쟁성의 3대 원칙이 모두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현재 민투사업의 최대 문제점은 시장성 및 투명성의 결여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민투사업의 적정 수익을 확보해 줘야 한다”면서 “정부가 민자시장의 안정적 운영을 도모한다는 정책적 신뢰감이 형성될 때 비로소 민투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를 위하여 “민간투자 대상사업의 확대가 필요하며, 공공성이 높은 인프라 시설에는 최소한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 현황>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재구조화에 이어 우면산터널에 대한 재구조화에 나서고 있다. 경상남도는 거가대교 재구조화를 완료했다. 마창대교에 대해서는 재구조화를 넘어 공익처분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고속도로와 인천대교 등 전국의 모든 민자시설에 대해 자금재조달 방식의 재구조화를 검토하고 있다.

재구조화의 명분은 정부의 재정절감과 이용자들의 통행료 부담 완화를 위함에 있다. 재구조화의 골자는 최소운영수입보장(이하 MRG) 폐지나 기준 축소, 운영 중인 사업의 자금재조달에 있다. 재구조화는 사업자와 계약을 맺었던 초기와 달리 최근 변화된 저금리 시장의 여건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시작되었다.

국토교통부 및 광역단체들은 사업자가 자본금 감자, 조달금리 인하 등을 통해 발생하는 이익을 자신들과 공유하여 통행료 인하 및 MRG 축소/폐지를 하도록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익처분을 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3년 5월 국토교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MRG 약정이 있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와 협의하여 해당 사업의 위험 분담방식, 사용료 결정방법 변경 등을 조정(사업 재구조화)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정부와 광역단체에서 추진 중인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의 목적은 금융시장 여건 변화와 달라진 경제 환경에 발맞추어 재정 절감을 도모하고 이용자 통행료 부담을 완화하는 데에 있다.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는 긍정적인 면이 다수 존재하지만, 사업 재구조화에 따른 주주 교체 과정에서 오히려 ‘관(官)’의 ‘민(民)’에 대한 간섭이 이루어지는 등 계약에 대한 폄훼와 정치리스크로 인한 정부신뢰도 하락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일부 부정적인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SOC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정부재정 만으로는 부족하여, 정부가 SOC 공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도입한 투자사업의 일환이다. 민간투자사업은 기본적으로 사업시행자와의 계약인 실시협약에 기반하고 있다. 정부, 광역단체와 사업시행자(민간투자자 포함)는 계약 상 동등한 자격으로 협약조건, 통행료 및 MRG 수준 등 사업별 여건에 대하여 양자의 권리가 이미 법적으로 보장된 상태였다.

몇몇 광역단체에서 재구조화 및 공익처분을 통해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직접적인 조치에 들어간 가운데, 현재 정부에서 대대적인 재구조화 방침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민간투자사업의 해법과 향후 새로이 추진될 민간투자사업의 향방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미디어펜=이의춘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