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 지역구도 타파…국익 해치는 포퓰리즘 공약 ‘우려’

당선인 소감을 말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는 그을려 있었다. 한여름의 선거 열기가 보이는 모습이었다. 이 당선자는 소감 중에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전남 순천곡성에서 그렇게 한 시대는 저물어 갔다. 26년간 뿌리 깊게 유지되던 동서 지역구도는 순천곡성 유권자의 손으로 허물어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 중 이 당선자의 승리를 예측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다. 열에 여덟은 새민연 서갑원 후보의 당선을 예측했으며, 나머지 소수만이 예측불허의 접전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 당선자는 2014년 전남 순천곡성 지역구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이었던 서 후보(40.32%)를 상대로 49.43%를 득표(6만815표)하여 1만1204표 차이로 승리했다.

   
전남 순천곡성 이정현 새누리당 당선인/사진=뉴시스

승리의 요인, 본인의 정치역정과 어부지리

이 당선자 승리의 요인은 여러 가지로 거론된다. 서 후보에 대한 이 당선자의 인물 경쟁력이 가장 먼저 거론되는데, 이는 서 후보에 대한 지역민심이 여러 가지 이유로 좋지 않다는 점과 더불어 이 당선자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지난 6년간 순천곡성 지역의 국회의원 선거는 4번이나 치러졌는데, 이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잦은 의원직 상실 때문이다. 이에 따른 지역구민들의 정치피로도와 자존심 하락 또한 이 당선자가 승리한 세부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특히 이 당선자의 맞상대였던 서 후보의 경우, 연이은 재보궐 선거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서 후보는 현역의원이던 2008년에 비리 의혹으로 인하여 순천대 교수와 학생들의 사퇴 시위를 겪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2010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어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선출되고 재선까지 역임했던 김선동 통진당 의원(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전력) 역시 다시금 서 후보와 마찬가지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서 후보와 달리 이 당선자의 개인 이력은 순천곡성 유권자에게 크게 주목받았다. 2년 전 광주광역시 서구에 출마하여 40%에 달하는 득표를 올린 전례가 있으며, 박근혜 정부 실세 중의 하나로 꼽히는 정치 거물이라는 점도 표심의 향방을 좌우했다.

이 당선자와 서 후보의 양대 구도에서 통진당 이성수 후보가 6%의 득표를 올려 야권의 표가 분산되었다는 점 또한 이 당선자의 승리에 기여했다.

지리적으로는 이 당선자가 인구 3만 규모인 곡성 태생이라는 점에서 곡성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음 또한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순천곡성 지역은 경남과 경제적 지리적으로 밀접한 곳이라는 점에서, 다른 호남지역 보다 야권 성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표심의 향방을 이끌었다.

이정현 당선자의 의미, 작지만 매우 크다

1980년대 초중반 치러진 2번의 총선은 하나의 지역구에서 2명이 선출되는 중선거구제였다. 당시 집권당인 민정당은 전남 전북의 선거구 18곳에서 각각 17명, 18명의 지역구 의원을 배출했다. 동서지역구도가 나타나지 않던 시대였다.

하나의 지역구에서 1명이 선출되는 소선거구제로 개정된 이후 실시된 1988년 13대 총선에서, 동서지역구도는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북 전남 광주 등 호남 선거구 37곳에서 집권여당이 전패한 것이다. 이후 지금까지 26년간 호남에서 치러진 총선은 보수 정당의 계보를 잇는 민정당,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모든 후보들에게 무덤이었다.

이번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포함하여 1988년 13대 총선부터 2012년 19대 총선까지 총 238번의 지역구 선거가 있었는데 이 중 38번은 아예 후보등록을 포기하였다. 보수 정당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26년간 200번의 지역구 선거를 호남에서 치렀지만, 그동안 전북에서 3명의 의원을 선출했을 뿐 전남과 광주에서는 전무했다. 전북에서는 1992년에 2명(양창식, 황인성), 1996년에 각 1명(강현욱)씩 당선되었다.

동서 지역구도의 양상과 그 추세는 보수 정당의 당시 득표율을 보면 확인할 수 있다.

   
▲ 1988~2014년 호남지역 보수정당 득표율. 자료출처) 미디어펜 분석. 원자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

 

   
▲ 호남지역 보수정당 득표율 추이 

보수 정당의 호남지역 총선 200번을 모두 살펴보면, 이 중에 15% 이상의 득표율을 올린 경우는 모두 10번 있었다. 전북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던 3번의 경우를 제외하면, 보수정당 후보는 지난 26년간 7번에 걸쳐서 15% 이상의 득표를 기록했다. 괄목할 만한 사실은 이 중 6번이 지난 2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이정현 후보(이 당선자)는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여 39.7%의 득표를 기록했다. 전북에서도 2명의 새누리당 후보가 각각 35.8%(정운천), 16.12%(김경안)의 득표를 기록했다.

이번 2014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 당선자는 고향인 순천곡성 지역구에 출마하여 49.4%의 득표를 기록하며 당선되었고, 새누리당 김종우 후보와 이중효 후보도 각각 22.2%(나주화순), 18.7%(담양함평영광장성)의 득표율을 보였다.

순천곡성 뿐만 아니라 나머지 재보궐 선거 모든 지역구의 유권자들이 지역구도에 매달리는 정치인들에게 경종을 울린 것이다. 야권의 텃밭이라는 이유로 호남 지역 유권자들이 무조건 표를 주는 시대는 이렇게 끝나가고 있다.

포퓰리즘이 아닌 국가와 지역을 함께 위하는 정치로 거듭나야

이 당선자가 선거에 이기기 위하여 내놓은 많은 공약들에 대해서 우려할 점이 적지 않게 있다. 일명 ‘예산폭탄’ 공약 및 지역발전론이 그것이다. 정치인의 모든 공약은 예산에 대한 제약을 가진다는 점에서, 현실가능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 당선자의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선거 전 “예산폭탄, 이정현이면 반대하지만 서갑원이 당선되면 찬성하겠다”는 박영선 새민연 원내대표의 발언을 염두에 놓고 본다면, 이 당선자의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의 성패는 막대한 예산 투입이 수반되어야 하는 지역숙원 사업 여부에 매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서 지역구도를 타파한 첫 경우라는 점에서, 이 당선자가 1년10개월 남은 재임기간동안 지역구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잘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순천곡성 유권자들의 마음이 누그러지기를 소원한다.

하지만 이 당선자는 국회의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2항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해야 한다. 이 당선자가 지역이익에만 매몰되어 국가이익을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이 당선자가 향후 국가이익보다 지역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이 당선자를 지지한 순천곡성 유권자는 지역이기주의 시각에서 포퓰리즘 공약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당선자에게 표를 던졌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

동서 지역구도를 타파한 이 당선자에게 보다 큰 짐을 씌우는 것 같지만 이 당선자는 앞으로의 행보에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큰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이 당선자를 선택한 순천곡성 유권자와 그를 지켜보며 기대하는 국민 모두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이 당선자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을 함께 위하는 정치가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