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국회가 함께 소비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입법예고하여 지난 10월 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편 불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즉 단통법 시행의 결과는 정부의 무분별한 시장개입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참사에 가까운 정책실패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를 위해서라며 보조금, 출고가, 판매가를 다 공시하도록 했지만 결국 기업이 담합하기 좋은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확히는 이동통신사들이 담합하기 좋은 구조이다.

어쨌든 이로 인하여 현재의 시장은 스마트폰 구매 등 모든 거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고, 스마트폰을 다른 나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게 주고 사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정이 연출되고 있다.

   
▲ 지난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컨슈머워치의 '이동통신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위한 소비자 1만명 서명운동' 에서 시민들이 단통법 폐지에 찬성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되었는데도 미래부의 정책당국자들은 시장이 반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 두고 보자는 말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단통법이 자리 잡는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대답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이통사-제조사 보조금)분리공시 재도입을 추진하실 것이냐”는 물음에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방통위가 할 일”이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통법은 할인 가격을 주간단위로 사전 공시하라고 강제하고 있다. 이 조치가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풀어서 설명한다.

“이렇게 되면 한 회사가 가격을 내려 공시하면 경쟁사는 그에 상응하거나 그보다 내려서 대응해야만 한다. 그러면 가격을 내리려는 회사는 가격만 내리고 고객을 확보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들은 가격을 할인하지 않고 묵시적으로 동일한 가격으로 담합 아닌 담합을 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들의 묵시적인 담합. 이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 흉내만 낸 최소한의 단말기 할인금액이 차이 없이 나타나는 현상의 이유인 것이다.”

“이는 게임이론의 기초만 이해해도 충분하게 예상됐던 결과다.” 

   
▲ 단통법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컨슈머워치의 삽화. 단통법 시행 후, 이통사들의 담합을 풍자하고 있다. 컨슈머워치는 소비자의 권익과 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로서, 단통법 폐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 서명은 http://consumerwatch.kr/를 통해 할 수 있다. 

제조사나 이통사가 가격을 할인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그것은 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는 이유이거나 재고를 시급히 처리할 필요가 있을 경우이다.

현재의 단통법 체제로서는 제조사 이통사 모두 가격 경쟁을 통해 고객을 확보할 유인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휴대폰 단말기도 하나의 엄연한 시장이다. 단통법 입안에 참여한 미래부 공무원들과 입법에 동의한 국회의원들이 시장이 돌아가는 기본적인 경제 원리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