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 등용 등 낙하산 인사 근절, 경영권 견제를 위한 통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아시아금융학회와 공동으로 14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에메랄드룸에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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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
개회사에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금융사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 관행을 자제하고, 금융지주회사 회장과 자회사 경영진의 권한과 책임을 각각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독립성을 보장해줄 때 경영진 견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금융계의 삼성전자나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탄생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학회장은 “금융산업이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과도한 금산분리정책에 따른 주인 없는 금융기관 양산 문제, 내부통제시스템의 불완전성, 독립성 없는 금융감독체계 문제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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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
첫 번째 발제자로 <은행소유구조의 현주소와 발전방향>을 발표한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정부가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의 경우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의 금융산업은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는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교수는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행의 주인 찾아주기가 급선무”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대기업 구분 없이 10%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은 20%까지, 은행지주회사는 34%까지 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이어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현행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고, 산업자본은 4%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은행과 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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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연구원 및 아시아금융학회 공동개최, <KB금융사태로 본 위기의 한국금융: 현주소와 발전방향>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 |
두 번째 발제자로 수고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배 구조의 현주소와 발전 방향>이라는 발표를 통해서 “이번 KB금융사태는 금융지주사가 각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KB금융사태는 근본적으로 주인이 없는 금융지주회사체제에서는 지주사 회장과 행장을 선임함에 있어 책임 있는 지배구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주주의 권리가 이사회를 통해 구현되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 구성은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통제하는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는 등 지배구조 상의 근본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리스크 관리의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이나 감사위원회 위원장 등은 상임이사로 두어 리스크 관리 업무를 상시적으로 담당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 발표자로 나선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금융의 현주소와 내부통제강화 및 규제완화방안> 발표를 통해 최근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능력을 갖춘 경영진을 임명하기보다는 낙하산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야기되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영진이 이면합의로 인사·복지를 결정하는 등 고비용 구조를 정착시켰다”고 지적하면서, “금융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자리보전과 단기적 과시성 실적에 연연해 정부의 각종 정책금융에 동원되는 정치금융을 하게 된 데에서 금융사고의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문 교수는 “추락하고 있는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능력 있는 CEO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강제적인 정책금융 참여 권유 또한 외국금융기관과의 경쟁을 고려해서도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공정한 감독과 검사 재제가 이뤄지도록 금감원 독립을 보장하고, 재제심의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준법감시인의 역할 강화, 엄격한 사외이사의 선임요건 수립, 금융지주사 내 경영관리협의회·위험관리협의회 설치 등을 통한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책임경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바람직한 금융감독제도의 형태와 지배구조> 발표를 통해 ‘금융감독제도 10대 개편방향’으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국내외 금융정책 조화도모 ▲감독의 분권화와 전문화 ▲건전성규제 강화 ▲중앙은행 금융안정기능 강화 ▲소비자보호 강화 ▲감독당국의 책임성 투명성 제고 ▲감독당국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오 학회장은 “개편방향에 따라 현행 금융감독원의 기능을 은행과 제 2금융권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고 금융건전성감독원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두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학회장은 이어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은 금융건전성과 금융시장감독에 대한 정책수립과 감독검사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임원의 임기가 보장된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학회장은 “금융위원회는 해체하여 국내금융정책기능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기능과 통합하고, 금융시장감독기능은 금융시장감독원의 금융시장감독위원회에, 금융건전성감독기능은 금융건전성감독원의 금융건전성감독위원회에 이관하고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능은 금융시장감독원에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미디어펜=김규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