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뭘하고 살지...” A그룹 B임원은 요즘 창밖만 보면 한숨만 나온다. 최근 재계 전반에 걸쳐 단행되고 있는 구조조정으로 제2인생을 모색해봐야할 처지다.

C그룹 D임원도 B임원과 비슷한 처지다. “이번에는 잘 넘어갔지만 다음에는 괜찮을지...” 이번 구조조정에 대한 후폭풍에 대한 불안함이 가시질 않아 보였다. 이 처럼 요즘 기자를 만나는 사람마다 불아함을 하소연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 뉴시스 자료사진

현대중공업 이어 삼성·포스코·KT 등
산업계 주요기업 임직원 구조조정 단행

최근 단행된 현대 중공업의 인사 칼바람이 재계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 같은 구조조정은 IMF위기 이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례로 충격을 주고 있다. 산업구조가 중공업 위주의 장치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첨단산업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세계 경제 불황까지 겹쳐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16일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중 31%인 81명을 감축하는 고강도 임원인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지난 12일 오전 본부장 회의에서 전 임원 사직서 제출과 조기 임원인사를 결정한지 4일만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인사에서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대표이사 부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또 현대중공업 이성조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31명을 승진발령하고, 박희규 부장 등 28명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했다. 조선사업본부 생산현장에서 드릴십(원유시추선) 품질검사를 담당하고 있는 노동열 기정(技正)이 상무보로 승진하며 그룹 역사상 최초로 생산직 출신 임원도 탄생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기의 현대중공업을 구해낼 임원진 구축 작업은 마무리가 된 만큼 앞으로는 조직 및 사업 개편 작업이 진행된다. 하지만 아직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임원 인사의 면면으로 사업 조직 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추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현대중공업 인사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SK그룹 계열사 곳곳에서도 인력 감축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최대 석유화학기업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며 내부적으로 부서 통폐합이 진행되고 있다.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 회사가 사업부 적정 인원 조사를 시작했는데, 이 작업이 구조조정을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당업체들의 계속되는 실적 악화를 고려하면 인력 구조조정 추진은 시기상의 문제일 뿐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며 “현상황을 벗어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원은 사실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거나 진행중인 곳도 있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에서도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 금융계열사에서 1300여명이 회사를 떠났고, 삼성SDI에선 지난달 사업 구조조정에 따라 200여명 직원을 내보냈다.

연말엔 실적이 악화된 삼성전자 등 전자계열사에서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철강업계도 마찮가지다. 업계 1위 포스코에선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하고 계열사들이 소유한 국내외의 백화점도 정리했다.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일부 계열사들은 이미 인력 감축이 단행됐다. 포스코엠텍은 최근 임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았다. 이 회사는 사업 적자에 올해 상반기 세무조사 추징세액 391억원이 더해지면서 총 572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냈다.

플랜트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도 마찬가지다. 지난달부터 12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일부 인력은 계열사로 파견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4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르노삼성도 재작년 800여명 명예퇴직에 이어 지난 4월 생산직을 대상으로 30여명 희망퇴직을 추가로 실시했다.

KT의 경우는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 4월 8000여 명 초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내부 불만을 무릅쓰고, 사상 최대 규모 명예퇴직이 진행됐다. 그럼에도 업계일각에서는 KT가 향후 추가적으로 인원을 감축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퍼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 5월 인원을 감축했다. 주로 재직기간 20년이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해 총 300명을 줄였다. 그러나 이러한 감축 인원 규모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적은 규모이기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올 12월 추가 인력 감축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기도 했다.[미디어펜=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