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수많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 '정희진처럼 읽기'

<정희진처럼 읽기>는 어떻게 글을 읽을 것인가에 관한 ‘정희진식’ 독서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독서란 각종 관습과 규범에 대한 도전이며 자기만의 고유한 인식을 확장해 가는 행위임을 강조한다.

저자 정희진은 칼럼과 논문, 비평 등을 통해 ‘남성 언어’가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통념’과 ‘상식’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정희진처럼 읽기>에서도 정희진 특유의 날카로운 통찰과 전복적인 사유가 펼쳐진다.

현실의 문제에서 출발하는 글쓰기, 학자들의 전문 용어가 아니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로 풀어 가는 정희진의 이야기는 우리의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만나는 정희진은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친근하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삶과 죽음에 대한 고통스러운 성찰, 달콤한 과자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유쾌한 고백까지, 이 책은 끊임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정희진과 그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정희진처럼 읽기>는 저자가 지난 2012년부터 올해 봄까지 쓴 서평들 가운데 79편을 선정해 다시 다듬은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고통’과 ‘주변과 중심’, ‘권력’, ‘앎’, ‘삶과 죽음’으로 집중된다.

정희진은 스스로 “책에 관한 책을 쓸 자격이 있나 싶을 정도로 다독가나 애독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그러나 말 그대로 ‘살기 위해’ 책을 읽는 사람이고 “독서의 즐거움에 중독”된 사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책 읽기는 생각이 입체화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누가, 어느 순간, 어떤 내용과 만나는가에 따라 다양한 사건이 만들어진다. 때문에 한 권으로 열 권을 읽어내는 사람이 있고, 열 권을 읽고도 한 권도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책이든 경험이든 사람이든, 대상과 접촉한 후 그 이후를 적는다는 점에서 독후감에 해당하지 않은 글은 없다.” 저자는 “세상 모든 글은 독후감”이라고 말한다. 다만 텍스트가 책일 때 특별히 독후감이라 할 뿐이다.

또 정희진은 좋은 독후감의 전제는 ‘다르게 읽기’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알 만한 진부한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후감이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책 읽기에도, 독후감에도 정답은 없는 셈이다. 책의 내용도, 책을 읽은 후의 감상과 변화도 모두 읽는 사람의 위치와 조건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