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년이 훌쩍 넘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일 열애를 인정한 배우 안재욱과 최현주를 사석에서, 또 인터뷰이로 만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열애 소식에 오늘 공연계는 반색했습니다. 혼기가 늦어도 너무 늦은 안재욱의 팬들은 ‘제발 연애 좀 하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될 일이 생겼네요. 단아하고 수줍음이 많던 여배우와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알콩달콩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안재욱을 만난건 2년 전 ‘황태자 루돌프’ 초연 당시였습니다. 지인들의 술자리에 합석해 날이 밝을 때까지 작품도 분석하고 공연시장도 걱정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납니다.

   
▲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 프레스콜에 참석한 배우 안재욱과 최현주 / 사진=뉴시스

당시 무엇보다 놀라웠던건 무대에 대한 그의 강한 집착이었습니다. 이미 스타 중의 스타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 분석은 놀라울 만큼 세세했습니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태자인 루돌프에 대한 방대한 지식은 물론 자기만의 캐릭터도 명확하게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당신이 트리플 캐스팅된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은 상대배우를 감싸 안아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능력”이라며 “이건 분석이 아니라 애정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참이나 생각에 빠져 있던 그는 아주 기뻐하며 “그걸 이제 알았냐”고 답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 나눈 “결혼하고 싶다”던 이야기도 빠져서는 안되겠죠.

사람 좋고, 또 사람을 좋아하는 그가 2013년 갑자기 미국에서 쓰러져 수술을 받는다고 했을 때 공연계나 연예계 인사들 모두 한 목소리로 우려를 쏟아냈습니다. 수술이 잘 끝나고 회복기에는 “빨리 장가가서 정착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번졌습니다. 다들 “어서어서 신부감을 찾아 어여어여 장가가라”고 한동안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뮤지컬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배우 최현주와 열애설이 불거졌고,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소속사를 통해 ‘조심스럽게 알아가는 단계’라며 이를 인정했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스캔들 한번 없었던 안재욱에게, 아니 이로 인해 마음앓이 했던 팬들에게 더없는 희소식이 됐습니다.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프레스콜에 참석한 최현주(좌)와 뮤지컬 '태양왕' 프레스콜에서 하이라이트 장면을 선보이고 있는 안재욱(우) / 사진=뉴시스

역시 2년 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최현주는 단아한 이미지의 전형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무대를 꽉 채울 에너지를 평상시에 차곡차곡 쌓아가는 듯한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조근조근하면서도 조리 있는 작품 분석과 캐릭터에 대한 명확한 이해부터 출발하는 일본의 유명극단 ‘시키(四季)’에서 기본을 제대로 익혔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최현주는 한국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일본에서 먼저 데뷔한 배우입니다. ‘오페라의 유령’부터 ‘미녀와 야수’, ‘위키드’ 등의 대작에서 주인공을 주로 맡아왔습니다. 이는 한국에서도 이어졌습니다. 깔끔한 고음은 물론 성악전공 배우로는 이례적으로 가사전달력까지 갖춘 그녀의 능력은 공연계에서 충분히 인정받아왔습니다.

특히 초연부터 삼연까지 ‘두 도시 이야기’에 출연하며 그녀는 연기력까지 인정받았습니다. 발랄하고 유머러스한 영국 아가씨가 프랑스혁명에 휘말린 남편을 바라보며 가족을 지켜야하는 굳센 엄마로 변하는 과정을 깔끔하게 소화해냈죠. 특히 극중 남편의 처형을 앞두고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내용의 ‘위드아웃 어 워드(Without a word)’는 지금까지도 팬들에게 두루 회자되고 있습니다.

무대에서는 노래 하나만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는 수줍음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본격적인 작품이야기를 하기 전까지 쩔쩔 맸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 그녀는 캐릭터에 대한 분석으로 들어가자 180도 달라졌습니다. 조리 있게 인물사와 해당 장면의 감정선을 조근조근 설명하며 주인공에 대한 심도 있는 해석을 전했습니다.

처음 분위기를 살려보려고 그녀의 캐릭터를 ‘18세기 된장녀의 양다리 성공기’라고 놀렸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져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모습도 스칩니다.

두 사람은 ‘황태자 루돌프’라는 작품을 통해 만났습니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황태자 루돌프가 정치적 이상을 펴지 못하고 연인과 함께 별장에서 권총자살하는 내용이 주요 내용입니다. 유럽 뮤지컬다운 감미로운 넘버와 연인의 안타까운 사랑이 핵심이죠.

그래서였을까요, 프레스콜에서 키스신을 연출하던 두 사람은 실제 연인으로 발전했습니다. 핵심 메시지인 ‘죽음을 넘어 사랑으로 하나되리’가 현실에서 이뤄진 셈이죠. 작품은 두 사람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끝났지만, 현실은 아름다움으로 맺어지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한번 만나면 형님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안재욱과 ‘천상여자’ 최현주의 열애 소식은 당분간 공연계의 가장 큰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팬들도 관계자들도 두말할 것 없이 ‘빨리 국수먹자’고 재촉하고 있는데, 너무 섣부른 걸까요? 그만큼 이들의 열애 소식에 모두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습니다. [미디어펜=최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