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 인격·행동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매년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람의 이중심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자상하고 다정한 남편, 고고한 인품으로 존경받는 목사님, 청소년 보호를 위해 앞장서는 정치인, 다정한 엄마…. 이는 일반적으로 그들이 이른바 ‘지킬 박사’의 모습일 때다. ‘하이드’로 변한 이들은 어떤 모습일까.

   
▲ 인격·행동장애 환자 급증…현대판 '지킬 앤 하이드' 실제 유형은?

임신 중인 아내를 살해한 바람둥이, 낯선 도시에 가면 술집과 윤락가를 전전하는 난봉꾼, 청소년에게 음란 메일을 보내는 파렴치한, 아이들에게 욕을 해대며 물건을 내던지는 엄마….

문제는 도저히 통합될 수 없는 이 상극이 한 인물 속에 같이 들어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지킬 앤 하이드’에게 상극적인 두 요소는 경중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동일한 비중을 지닌다. 그들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두 사람이다.

지킬 박사는 하이드로 변신하기 위해 특별히 조제한 약을 먹었지만, 현실 세계의 지킬 앤 하이드는 그런 약조차 필요 없다. 이들은 순식간에 기분이 극에서 극으로 변하며, 자신의 기분이 그렇게 급변한 이유를 외부에서 찾는다.

그들은 설령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더라도 이는 다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주변 사람은 자신이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가해자로 인식하는 반응을 보인다.

관련 학계에 따르면 ‘지킬 앤 하이드’들의 일반적인 유형은 ▲한 순간 착하고 다정하다가 다음 순간 사납게 변한다 ▲도대체 언제 불같이 화를 내며 날뛸지 알 수 없다 ▲완전히 이중생활을 하는 이들로 가족에게 대하는 태도와 밖에서의 행동이 전혀 딴판이다 ▲알코올, 마약, 도박 등을 통해 극적으로 변할 수가 있다 ▲철저하게 위장하기 위해 성격뿐 아니라 이름까지 바꾼다 ▲남들을 평가할 때 "완전히 좋다" 혹은 "완전히 나쁘다"는 식으로 본다 ▲자기 뜻대로만 되면 아무 문제없다가 조금이라도 반대에 부딪히면 사람이 180도 달라져 지나치게 방어적이거나 공격적이 된다 등이다.

누구나 은밀하고 어두운, 하이드의 속성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 지킬 박사는 그 하이드의 속성을 철저하게 은폐하려 했고, 현실 세계에서 완전무결한 자신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하이드다.

선악의 경계를 완벽하게 넘다들 수 있다고 생각한 그는 결국 파멸로 끝났지만, 현실의 지킬앤하이드는 주변 사람들을 파멸로 몰고 간다.

전문가들은 이 세상에 완전무결하게 선한 사람은 없은 만큼 수많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우리 주변의 지킬 앤 하이드를 돌아볼 것을 당부한다. 이는 그들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다 .

무엇보다 지킬 앤 하이드의 피해에서 벗어나는 첫 번째 방법은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스스로 지킬 앤 하이드의 속성으로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