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간호사 등 민간 자원 활용 '탁상공론'으로 실효성 의문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

서울시가 또 한번 해냈다. 응급환자가 생기면 ‘옆집의사’가 연락 받아 의료 조치를 취한다는 시스템 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2016년까지 민간의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름도 거창한 ‘통합자원관리시스템’의 요지는 이렇다.

서울시에 응급환자가 생기거나 재난이 발생할 경우, 민간 자원을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장비를 일괄적으로 관리한다.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 재난 분야 교수, 전직 소방관 등 전문가와 포크레인 등의 중장비 정보를 전산망에 입력한다. 민간의 인적 물적 자원의 위치 정보를 입력하여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민간 전문가에 대한 연락 한번으로 위급함을 알려 도울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 서울시가 2016년부터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해 화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정의 모토 <함께서울>, <공유서울>과 맞물려 2014년의 세월호 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의 긴급 구호시스템이다.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은 의사 간호사 등의 민간 인력을 포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머니투데이가 단독으로 밝힌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 관계자는 “어떤 집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는데 바로 옆집에 의사가 살고 있었는데도 위급상황을 몰라 돕지 못한 경우가 있다. 통합시스템을 통해 의사에게 문자를 보낸다면 도울 의지가 있을 경우 구조대보다 더 빨리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서울시는 민간인에 대해서는 시스템으로 활용해도 좋다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구한 후 추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보완책>도 함께 마련할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통합자원관리시스템에 대한 발상을 낸 서울시 공무원에게 한마디로 ‘제정신인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행태가 독재국가가 마음대로 ‘징발’ 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민간 자원을 공무원들 입맛에 맞게 마음대로 약탈하고 휘두르겠다는 것과 같다”는 말로 서울시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을 응용한다면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 의도는 좋다. 선한 의도 그대로 다른 분야에 적용해 보자.

집근처에 사는 경찰이 오프라도, 집이 비게 되면 와서 순찰을 돌게 한다. 집근처에 보육교사가 살면 급할 때 연락해서 아무 때나 아이를 맡긴다. 집근처에 동사무소 직원이 살면 급한 민원을 집에서 24시간 처리하도록 한다. 집근처에 소방관이 거주하면 돈과 시간 드는 119 부르지 말고 바로 호출해서 부른다. 집 근처에 교사가 살면, 애 성적 떨어지는 위급한 시기에 호출해서 과외를 공짜로 맡긴다. 옆집이 급하게 파티를 하게 되면 이웃 요리사가 방문해서 음식을 마련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관 인근에 사는 주민은 정말 좋겠다. 급한 민원이 있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을 24시간 아무 때나 불러 민원 해결을 시킬 수 있다.

   
▲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정의 모토 <함께서울> <공유서울>과 맞물려 2014년의 세월호 사고를 예방하자는 차원의 긴급 구호시스템이다.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은 의사 간호사 등의 민간 인력을 포함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서울시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은 민간의 자발적 참여만을 바탕으로 하겠다면 정말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민간의 자원을 조금이라도 서울시 마음대로 쓰겠다는 것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방식이며, 더 나아가 전체주의에 이르는 길이다.

서울시민은 각자 자신만의 재산권과 노하우, 지식을 갖고 있다. 이에 대한 처분은 오로지 개인에게 달려있다. 개인의 니즈에 대한 또 다른 개인의 대응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선택과 의지에 달린 문제다.

민간의 자원을 서울시가 응당한 보상을 해서 사거나 고용하지 않는 한, 서울시는 이를 이용할 수 없다.

한국 의료제도의 병폐, 의료서비스는 공공재가 아니다

내가 가진 시간은 내 것이다. 내 휴식시간과 사생활은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시는 공공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범하려 한다. 전적으로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에 따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현재 심평원 및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의 머리로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사회주의식’ 의료제도는 제도일 뿐이다. 의사들의 의료서비스 자체는 공공재가 아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의사들이 공무원인지 박원순 시장에게 묻고 싶다.

   
▲ 손을 맞잡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서울시정의 모토 <함께서울>, <공유서울>은 향후 주목할 만한 정책과제다. /사진=연합뉴스 

평소 일상에서 옆집 의사를 부르는 것과 하늘을 날고 있는 기내에서 의사를 찾는 것은 경우가 다르다. 정 응급처치 시스템의 보강이 필요하다면, 119 응급구조대 및 각 거점병원의 응급실 체계 및 의사들의 응급근무 여건을 개선시키면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부탁한다.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을 굳이 추진하겠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들만 불러라. 그래도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면 수의사라도 불러라. 대신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은 모두 서울시 박원순 시장이 져라. 서울시의 ‘옆집 의사’ 응급처치 시스템에 따른 의료사고는 옆집이든 동네 놀이터든 어디서도 일어날 수 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