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차입금 상환 성실히 했지만…업황 불황 파장, 은행들도 속사정

[미디어펜=고이란기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권 여신이 1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관리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조달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은행권 여신이 1년 사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단기차입금은 지난 2013년 말 8699억97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251억8800만원으로 74.12%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8년 6개월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유동성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단기차입금을 상환한 것이다.

단기차입금은 1년 내 갚아야 할 대출금으로 은행들은 대부분 만기연장 등을 통해 기업의 유동성을 돕는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악화에 은행들이 최근 1년 새 여신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대부분의 금액을 줄인데 이어 타 은행들도 줄이고 있는 분위기"라며 "은행 업황이 최근 악화되면서 실적 부진을 겪는 기업들의 지원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3년 1000억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을 지난해 초 46억원 수준까지 줄였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올해 1분기 각각 750억원 수준에서 130억원 수준으로, 985억원 수준에서 226억원 수준으로 줄였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은행에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작년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월 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올해 2월 3500억원을 발행했다.

회사채 발행도 예전 같지 않을 전망이다. 올 1분기 신용평가사들이 일제히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을 강등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장기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이어 22일 한국기업평가도 대우조선해양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강등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의 해양부문 손실과 매출채권관련 대손 인식으로 올해 1분기 80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는 등 영업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 등에서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선박금융은 아직도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어려운 업황 속에 대우조선해양의 2분기 전망도 어둡다"고 내다봤다.

당장 돌아오는 회사채 만기도 부담이다. 오는 7월과 11월에 각각 2000억과 3000억이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만기도래하는 회사채는 올해 하반기 인도되는 선박들과 해양플랜트의 대금(영업비용)으로 상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줄어든 은행의 대출자금과 부진한 1분기 실적, 신용등급 강등이 맞물려 대우조선해양의 자금조달에 노란불이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