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력 미화' 논쟁을 촉발시킨 남성잡지 '맥심'의 9월호 표지 화보사진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남성잡지 ‘맥심’의 표지사진이 촉발시킨 논란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칼럼니스트인 정소담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페이스북 글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21일 ‘맥심’이 9월호 표지로 공개한 사진 한 장이었다. 각종 영화에서 악당을 연기한 배우 김병옥을 모델로 내세워 “진짜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거다. 좋아 죽겠지?”라는 설명을 덧붙인 화보였다. 온라인상에서는 ‘폭력을 미화했다’는 반응과 ‘나쁜 남자에 대한 환상에 일침을 놓는 사진’이라는 찬반양론이 파생되며 엄청난 논란이 시작됐다.

‘맥심’의 표지사진을 촬영하기로 했던 한 모델이 같은 날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시선을 가진 잡지의 표지모델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자 합니다”라는 견해를 밝힘으로써 논쟁은 더욱 가열됐다.

정소담 칼럼니스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한 것은 지난 22일이었다. 정 씨는 ‘여성주의를 주의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가장 심각한 건 이 (맥심) 커버를 보고 여성에 대한 폭력적 시선을 문제 삼는 그 피해의식들이 뒤집어쓰고 있는 탈이 바로 '여성주의'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글은 무려 160여 개의 ‘공유하기’를 받으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 정소담 칼럼니스트의 글 '여성주의를 주의하라' 내용 일부/사진=정소담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캡쳐

같은 날 정 씨는 ‘여성주의를 주의하라2’를 올려 논지를 계속 이어갔다. “이 사회는 다른 요소는 전혀 없이 ‘오로지 여자라는 그 이유’ 단 하나만으로 억압을 당하는 사회가 아니”라며 이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많은 문제들은 권력 문제 등의 다른 요소를 수반한다고 밝혔다. 이 글 역시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디시인사이드' ‘오늘의유머’ 등 대형 커뮤니티에 전재됐다.

글에 대한 반응은 커뮤니티마다 판이하게 달랐다. ‘오늘의유머’에서는 비판적인 댓글이 많았고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에서는 정 씨에 대한 수많은 인신공격성 악성댓글이 달린 뒤 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반면 ‘디시인사이드’에서 이 글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2만 건이 넘는 클릭수와 150여 개의 댓글을 받기도 했다.

연일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24일엔 오마이뉴스 또한 이 글을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맥심이 왜 폭력 미화?" 프리 아나운서 발언 '시끌'”이라는 제하의 보도는 정 씨의 글과 SNS의 반응을 소개했다.

칼럼니스트인 정소담 아나운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양성평등을 지지하지만 지금의 차별은 권력관계, 갑을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어 여성주의라는 시선 하나만으로는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에서는 정 씨에 대한 수많은 인신공격성 악성댓글이 달린 뒤 글이 삭제되기도 했다. /사진='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화면 캡쳐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등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쏟아진 인신공격 댓글에 대해서는 “글쓴이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모와 결부시키거나 남자들에게 잘 보이려는 것이라는 식의 비난이 대다수인 게 흥미로웠다”며 “여성주의를 옹호하는 이들로부터 나온 비판이 도리어 가부장제 프레임에 갇혀 있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정 씨는 “스스로가 그토록 강렬하게 비난하고 있는 대상의 모습을 어느 틈에 닮아버린 이들을 보며 여성주의의 적은 바로 그 자신들이라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