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대·기아차의 고임금을 언급해 화제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자동차 업종"이라며 "현대·기아차 양사의 임금 평균이 9400만∼97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과 비교할 때 현대·기아차는 3.3배, 도요타는 1.7배"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 때문에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완성차 5개사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9234만원에 이른다.

이는 독일 폭스바겐(6만4783유로·약 9062만원)보다 근소하게 많은 수치라고 협회는 밝혔다.

또 사업보고서를 근거로 추산한 도요타의 838만엔(8351만원)보다도 많다. 하지만 도요타의 사업보고서에는 국내 업체와 달리 성과금 액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도요타의 임금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국내 5개사의 1인당 매출 규모는 7억4706만원으로 도요타(1억6005엔·15억9440만원)와 폭스바겐(61만2700유로·8억5712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역시 한국 5개사 평균은 지난해 기준 12.4%로 폭스바겐(10.6%)이나 도요타(7.8%·2012년 기준)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대당 평균 수출 가격은 한국 5개사가 1만4천900달러로 도요타(2만3100달러), 폭스바겐(2만9100달러), GM(3만8800달러)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이를 종합해보면 외국 업체보다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을 생산하면서 임금은 비슷하거나 더 많이 준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은 임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합한 노동비용이 2007∼2014년 연평균 6.6%나 증가했다. 반면 독일과 미국, 일본, 프랑스 자동차산업의 연평균 노동비용 증가율은 각각 -0.4%, 0.1%, -6.6%, -4.1%로 감소하거나 근소하게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한국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 5월 간담회에서 "인건비에 대해 우려가 크다"면서 "한국 자동차산업의 인건비는 5년간 50% 올랐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급격히 인건비가 올라간 나라가 없다. 한국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동차 수출은 올 들어 작년 대비 5개월 연속 감소하다 6월에 회복세로 돌아서는가 싶었지만 7월 들어 다시 주저앉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엔화 및 유로화 평가 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인건비는 높은 반면 생산성은 낮은 편인 것으로 파악된다.

자동차 공장의 대표적 생산 지표인 1대당 투입시간(HPV·hours per vehicle)을 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업체는 26.4시간이며 도요타는 24.1시간, 미국 GM은 23.4시간이었다.

HPV는 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시간으로 자동차 메이커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수치가 낮을수록 제조경쟁력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6월말 기준 울산공장 등 국내공장의 HPV는 26.8시간으로 미국(14.7), 중국(17.7), 체코(15.3), 인도(20.7), 터키(25.0) 등 해외공장과 차이가 났다.

이에 대해 공장마다 자동화율이나 생산 차종 등이 다르므로 단순 비교로 생산성을 따지기는 어렵다고 노동계는 지적한다. 가령 오래된 현대차 울산공장의 HPV는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아산공장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전문가는 분석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울산공장이 70년대에 만들어졌는데 반해 해외공장은 2000년대 이후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산성이 더 높다는 말은 맞다"면서도 "이런 걸 고려해도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차이가 너무 나는 것을 보면 국내 공장의 생산성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공장은 생산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적 의견이다.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등의 탄력적인 생산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국내공장은 해외공장과 달리 노조와 오래 협의해야 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근래 노동조합 집행부가 바뀐 이후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과거의 좋지 않은 관행이 아직 있기는 하지만 변화하는 기류가 있다"고 말했다. HPV도 2011년 이후 주간 2교대 도입으로 인한 노동시간 단축 등의 영향으로 3년만에 5시간 정도 단축됐다고 했다.

위기에 처한 국내 자동차산업에는 미국 '빅3' 업체가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을 확보한 사례가 하나의 모델로 제시된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는 2011년 고임금 근로자의 명예퇴직을 시행하는 동시에 신규 저임금(티어 2) 근로자를 충원해 인건비를 절감했다. 아울러 고정급 중심에서 경영성과에 연동한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임금과 고용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경쟁력이 하락해 국내 생산과 고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업체들이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해 환경 변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는 등 유연성을 높이고 임금도 성과급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