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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교학사 역사교과서 집필자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26일 현재 한국 역사학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단체들에 대해 “학문을 빙자한 정치운동단체”라며 지난해 해산된 구 통합진보당과 같은 ‘인민민주주의’ 이념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새누리당 국가경쟁력강화포럼 세미나에 참석, 강연에서 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 내용에 만연한 민중사관적 서술 행태와 국사편찬위원회의 좌편향 행보를 지적한 뒤 해당 단체들로 구성된 소위 “한국사 카르텔”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우선 국내 최대 역사연구단체인 한국역사연구회의 창립취지문(1988년) 내용 중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과 조국 통일, 사회변혁과 진보를 실현시켜나가는 주체가 민중임을 자각’ ‘민중의 의지와 세계관에 들어맞는 역사학을 추구’ ‘역사학의 과학성은 사회적 실천을 통해서만 검증’ 등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권 교수는 학문 연구 목적은 “진리 자체를 알기 위해서지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누구를 동원하기 위해서 하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한역연 취지문은 정치운동강령에 불과하지 학문적인 것이 아니”며 “그것도 인민민주주의 정치운동 단체”라고 꼬집었다.

둘째로 그는 민족문제연구소를 지목해 “우리나라에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며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걸핏하면 이사람 저사람 굴레 씌워 마치 친일을 무기로 삼는 폭군처럼 행사하는 조직”이라고 거듭 비판한 뒤 그 창립선언문(1991년) 내용을 지적했다.

이 선언문은 2차세계대전의 종식과 광복을 ‘세계 진보적 민중들의 도움’ 덕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권 교수는 이에 대해 “소련의 프롤레타리아, 농민 등의 도움으로 우리가 해방됐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해방 후 현대 역사에 대해 ‘매국, 배족들의 무리들이 참회하고 참회하고 자숙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민족·반민중적 지배구조를 온존시킴’이라고 명시된 것에 대해선 “대한민국은 반민족·반민중적 지배구조를 가진 나라라는 뜻인 반면 북한은 민중이 주인되는 나라라는 얘기”라며 “완전 반국가·반헌법적 단체라고 할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경우 그 강령(1989년)에서 ‘민주주의사회의 실현은 민중이 그 사회의 주체가 될 때 가능’ ‘역사교육은 이런 관점에서 역사발전의 주체세력으로서의 민중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향’ ‘당연히 역사교육은 의식화의 과정’ 등을 명시했다.

권 교수는 이같은 내용에 대해 “완전한 인민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으며 “지금 역사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의식화’ 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역사문제연구소에 대해선 그 설립자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김일성 만세를 불러야 우리나라는 제대로된 민주주의를 하는 것’이라는 발언과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등 친북 행보로 논란을 빚었으며 과거 남조선노동당 지도자인 박헌영의 전집을 편찬했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지금 한국사 카르텔을 형성하는 민문연·역문연·전역모 등 이런 각종 단체들을 일관하는 이념은 다름아닌 인민민주주의 사관”이라며 “이는 통진당의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2012년 5월10일 확정된 구 통진당 강령에는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고 민중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사회의 실현’이라고 명시돼 있다. 권 교수는 이 내용이 “앞의 단체들과 다를 게 없다”며 “이 강령은 바로 남로당 수괴였던 박헌영에게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1945년 10월11일자 언론에 보도된 인터뷰에 따르면 박헌영은 ‘진보적 민주주의혁명 (의 필요성) 을 인정한다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은’이라는 질의에 대해 ‘아직 민족문제, 토지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민주주의혁명의 과정을 지나지 않았으니 프롤레타리아혁명은 그 뒤에 오는 것이며 현재는 준비단계’라고 답변했다.

또한 같은해 11월30일 보도에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의 강령 밑에서 민족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다’는 발언이 실렸다.

권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통진당이 따르고 한국사 카르텔이 따르고 있다”며 “박헌영은 스탈린에게서 이같은 주장을 따왔다”면서 “스탈린과 박헌영이 공유하는 민주주의 의식이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에 의해 가르쳐지고 있다”며 “가공할만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일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한국사 카르텔 중심에 민문연이 있느냐’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제 소관이 아니라 잘 모른다”고 답변한 점에 대해 “한국사 카르텔이 완전한 민중주의 사관을 구축해서 학생들을 (혁명의) 연료로 쓰려는 마당에 총책임자인 국편위원장이 카르텔이 구성된지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것이 바로 정부의 잘못 아닌가. 우리가 정부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꿀 때에만 앞으로 개혁이 가능하다”며 향후 교과서 편찬 방향에 대한 소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우선 대한민국 헌법 상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체제에만 입각해 국정교과서를 집필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적어도 국가 체제에 있어선 절대 중간을 택할 수 없다”면서 좌우 중립, 다양성 역시 자유민주적 가치가 전제될 경우에만 가능하며, “가치문제와 좌우문제를 여기서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집필진 구성과 관련해서는 “분명한 것은 헌법가치에 충실한 집필·감수진이 구성돼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민중주의사관을 가진 사람은 배제해야 한다고 여당 의원들에게 촉구했다.

국편에서 앞서 자신을 ‘극우’인사로 분류하고 국정교과서 집필진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힌 대해선 “우리나라에 나치, 군국주의 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없는데 무슨 극우가 있다는 것이냐”며 재고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