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5MHz 통해 하루 10시간이상 책 낭독 시도

EBS는 ‘봄개편’을 맞이해서 EBS FM에 “책 중심 방송 프로그램”을 대거 신설했다. 문화관광부가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지정한 것과 아울러 EBS 방송의 정체성 회복 차원에서 ‘책’을 통해 국민적 교육 수준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소설가 은희경의 미발표작 ‘태연한 인생’,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 시(詩) 콘서트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미정이지만, 은희경 작가는 직접 낭독하겠다는 의중도 비친 상태로 전해진다.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는 라디오극으로 드라마로 제작해서 방송된다.

(맨좌측) 곽덕훈 EBS 사장.
▲(맨좌측) 곽덕훈 EBS 사장.


◆왜 책일까 스마트 혁명시대에!!

스마트폰 시대에 왜 EBS는 ‘책(冊)’을 고집할까 하루 11시간동안 책(冊)을 낭독하고, 일요일에는 10시간 동안 ‘평일 낭독 작품’중에서 낭독 부분만 연결해서 방송한다. 책을 읽음으로 들려주는 새로운 교육 혁명이라고 하는데, 스마트폰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 않다”고 EBS측은 말한다.

김유열 EBS 편성기획부장은 “스마트폰은 모바일의 대혁명이다. 모바일이 중요해지면서, 오디오가 중요해지고 있고, 더불어 라디오가 다시 주목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EBS FM은 사실상 점점 잊혀져가는 채널이었지만, 이번에 ‘책’을 통해서 새롭게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열 부장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로서, 모든 것을 잘하려고 하면 모든 것을 잘 할 수 없게 된다. EBS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서 공익성과 공영성 차원에서 교육사업으로서 ‘책’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은 한 달 책읽는 독서량이 0.8권밖에 안되는데, OECD국가에서 꼴찌, 199개국에서 166위를 했다고 한다. 국민적 독서운동이 일어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김승우, 김남주 홍보대사로 위촉

배우 정진영, 김승우와 김남주 부부가 ‘책읽는 방송’ EBS FM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배우 정진영, EBS 책읽는 라디오의 홍보대사)


특히 배우 김진영은 봄개편 설명회에 직접 참여해서 “책읽는 것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재밌고, 흥미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래이션을 10분동안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50분동안 책을 읽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시민들이 EBS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서 헌혈증처럼 독서증을 제공받는 ‘새로운 독서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준범 담당 PD는 긍정적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독서증은 봉사점수로 변환되거나, 또는 문화상품권처럼 책으로 교환되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정진영 배우는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긴 것인데, 세상에 없는 것들은 원인이 3가지다. 첫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둘째 불필요한 것, 셋째 효율성이다. 책읽는 방송은 누구나 공감하고, 꼭 필요한 것이므로 세 번째 원인인 효율성 즉 시장성의 원리 때문에 지금껏 존재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공영방송으로서 시장의 논리에 흔들리지 않는 교육 채널을 만들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루한 책을 방송에서 읽는다고 안 지루할까

책은 보편적 이미지가 지겹다. 지겨운 책이 라디오로 읽혀진다고 해서 지겹지 않을까 몇몇 우려섞인 질문이 있었다. 특히 기존 지상파에서 ‘책읽는 프로그램’들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문학 프로그램들과 어떠한 차별성을 제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김준범 PD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김 PD는 “EBS 역사 이래 이러한 편성은 처음이다. 다시 태어날 수 없는 방송 편성이다. 각 방송사별로 책읽는 프로그램이 1~2개는 있다. 대부분 새벽시간 혹은 심야시간, 주말 아침에 편성된다. 구색 맞추기이다. 왜냐면 책읽는 방송은 시청률과 청취율이 낮기 때문이다. 명분과 가치가 있더라도 수익이 안되니까 방송사가 꺼려하는 것이 책읽는 프로그램이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EBS FM은 평일 전체가 ‘책읽는 방송’으로 도배가 됐다. 김 PD의 표현이다. 김 PD는 “모든 방송 시간을 책읽는 프로그램으로 도배를 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하지만, 확신이 있다. 기존에 책읽는 방송은 재미없고 시청률이 낮다는 편견을 완전히 깨뜨리겠다”고 자신했다.

끝으로 김 PD는 “기존의 지상파 책읽는 프로그램은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도서 평론가가 등장해서 책을 전체적으로 요약하고, 비평하고, 설명한다. 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EBS FM이 만들려는 책읽는 방송은 책을 통해 감동을 주려는 것이다. 책읽는 방송의 재미란, 오락의 재미가 아니고, 감동의 재미다”고 말했다.

◆무슨 특별한 방법이

27일 첫 방송을 앞두고 EBS는 ‘책읽는 방송’의 실체를 일부 공개했다. 라디오 연재소설은 오후 7시부터 50분동안 방송되는데, 계속 책만 읽어주는 것은 아니다. 음악 프로그램처럼 운영된다. 50분간 책만 읽어주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북 텔러(책 읽어주는 사람)가 별도로 존재하고, 책의 작가가 직접 북 텔러가 될 수도 있다. 진행자가 생방송으로 진행하면서, 책을 소개하거나 관련 음악을 선보이면서 방송이 진행된다. 책의 나래이션은 직접 낭독하거나, 음악처럼 녹음을 틀어주게 된다.

곽덕훈 EBS 사장은 “60년, 70년대 TV가 없던 시절 라디오를 들으면서 울고 웃던 때가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귀로 듣는 청각적 감성도 호소력이 깊다. 이번 책읽는 방송 프로그램은 틀이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책을 읽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또 곽 사장은 “눈이 즐거운 컨텐츠로는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가슴을 울리는 컨텐츠를 제작해서, 국민적 정서를 함양하고, 학교 폭력, 가족 불화,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자양분이 되고자, 책읽는 방송을 새롭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