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직후 27일 대형마트 매출 일부 감소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을 좋아하는 신랑도 불안한지 안 먹겠다고 하더라"며 "햄 종류 그런 건 당분간 안 먹을 것 같다"
 

   
▲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육가공업체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미디어펜
28일 오후 서울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는 아기와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젊은 주부가 WHO에서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지난 26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보고서 발표를 통해 소시지·햄·핫도그 등 육가공식품을 담배나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또한 매일 50g의 가공육을 먹으면 대장암 또는 직장암에 걸릴 위험이 18%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이에 육가공협회에서는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햄, 소시지 소비량이 4.4kg로 연구소 발표에서 제시한 섭취량 연간 18.3kg에 비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5대 필수 영양소의 한가지인 단백질 순기능은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확산되는 듯 했다.
 
실제 방문했던 대형마트에서 가공육이 놓여져있던 곳에는 물건들이 그다지 빈 공간 없이 채워져 있었으며 고객들의 발길도 뜸해보였다.
 
해당 대형마트에 방문한 또 다른 주부는 "어느 정도 불안감이 있다. 그런 얘기가 나왔는데 영향을 안 미친다고 하면 거짓말인 것 같다"며 "본인의 판단에 따라 먹고 싶으면 먹겠지만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어서 아마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가공육이 주식도 아니고 자주 먹는 것도 아닌데 먹어봤자 얼마나 먹겠나 싶어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불안감 확산은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듯 했다.
 
실제 가공육에 대한 발표가 난 이후인 지난 27일 이마트의 육가공(햄·소시지) 매출은 전주 대비 1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마트 역시 같은날 전년동기 대비 소시지는 18.4%, 햄은 16.3% 등으로 육가공 매출이 평균 17.9% 가량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동안의 매출로 소비자의 반응, 트렌드를 파악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공육을 취급하는 육가공업체들은 타격이 예상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구나 어떤 첨가물 혹은 보존제가 발암물질로 작용하는지, 만약 매일 50g을 섭취했을 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면 적정 섭취량은 어느 정도인지 등 구체적인 발표가 없어 대책 마련에도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상반기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 하반기에 회복하나 싶었는데 이러한 발표가 나와 더욱 힘들어질 것 같다"며 "사실 여부를 떠나 그러한 얘기가 나왔는데 누가 사려하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아마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