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도 못하는 축제, 즐기라고 강요당하는 느낌"

[미디어펜=신진주 기자] 할로윈데이를 앞두고 각 유통업계에선 관련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할로윈데이가 과거 유아들의 코스튬 중심의 이벤트데이에서 확장돼 2030세대들의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면서 유통업계 입장에선 놓칠 수 없는 기회인 것이다. 반면 청년들이 현 시대를 살면서 겪고 있는 우울한 환경 속에서 외국의 기념일을 이용한 상술이 도를 넘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밀러·스텔라 아르투아 등 맥주브랜드들은 일찍부터 '할로윈 클럽 파티'를 준비하며 이색 이벤트를 마련했다. 거리 곳곳엔 할로윈 관련 프로모션도 한창이다.

   
▲ '세븐일레븐과 함께하는 할로윈 축제' 프로모션 관련 사진. /세븐일레븐 페이스북 캡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30일 하루 동안 어벤져스 히어로가 나타나는 롯데월드 키자니아점·KT강남점·소공점 등 서울 다섯 점포에서 인증샷 이벤트를 펼친다.

컨테이너 복합 쇼핑몰 커먼그라운드는 입점 업체들이 참여하는 할로윈 카니발을 진행해 마켓홀 내부에서 DJ파티가 열린다.

화려한 할로윈 파티를 즐기기 위해 준비 중인 사람이라면 들뜬 기분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 백수에겐 할로윈 데이는 먼 얘기다. 고용절벽 상황에서 취업 관문을 뚫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만큼 어려운 일이다.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결혼과 출산,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는 청년들도 많이 늘었다. 현재 많은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여러 상황이 지옥과 같다며 '헬조선'을 외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청년 공식 실업률은 9.7%이지만, 청년층의 평균 체감실업률은 22.4%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올 정도로 청년층의 취업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로윈 같은 축제 분위기는 실업률로 좌절을 맞본 청년들을 우울하게 만들 뿐 아니라, 축제를 즐기는 비슷한 또래 청년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 할로윈데이 관련 상품. /G마켓

취업준비생인 고 모씨(26)는 "할로윈에 시험 공부해야하는 입장에서,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프로모션을 하는 업체들을 보면 날 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하필 이번에 토요일이라 더 뒤숭숭하고 우울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의 기념일에 흥청망청 돈 쓰게 하기 위한 업계의 상술이라는 지적도 SNS를 통해 제기됐다. 관련 업계가 할로윈을 '빼빼로데이'처럼 일종의 '데이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해, 무분별한 소비를 촉진시키고 판매율을 증가시키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트위터 아이디 'priv******'는 "할로윈을 그냥 지나칠 리 없지. 이벤트하고 바로 이벤트하네"라고 업체들의 할로윈 프로모션을 꼬집었다.

또 다른 트위터 아이디 'o_bea****'는 "할로윈인지 핼러윈인지가 다가오면서 그걸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서비스, 업체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근데 난 그 이벤트는 둘째 치고 할로윈을 모른다. 알지도 못하는 문화의 축제를 즐기라고 강요당하고 있으니 기분이 별로랄까"라고 자신의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