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 롯데케미칼에 동시 매각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SDI의 케미칼사업 부문을 롯데에 매각하기로 결정, 삼성은 화학사업을 정리하고 IT·금융·바이오 산업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확실히 했다.

올해 초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을 비롯해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한 바 있다. 삼성은 이렇듯 비주력 부문을 과감히 정리하고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SDI가 30일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미디어펜

30일 삼성SDI에 따르면 케미칼 사업 부문을 분할해 신설법인을 설립한 후 해당 지분 전량을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했다. 매각 금액은 2조5850억 원. 이에 따라 삼성SDI는 배터리 사업과 전자재료 사업 부문이 남게 됐다.

이날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 전량을 2189억 원에 롯데케미칼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삼성SDI는 매각하는 케미칼 사업부문 지분 90%는 즉시 매각하고 나머지 10%는 3년 후에 넘길 예정이다.

케미칼 사업 부문 분할 기일은 내년 2월 중 계획이다. 임시 주총과 법인설립, 기업결합 신고 및 승인을 거쳐 2016년 상반기까지 거래를 종결할 계획이다.

삼성SDI 케미칼 사업 부문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자산 1조5000억 원, 부채 4000억 원으로, 여수·의왕 등 국내사업장 2곳과 해외 8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누계로 케미칼 사업부문에서 매출 1조3000억 원, 영업이익 953억 원을 거뒀다. 종업원 수는 약 1200여 명이다.

삼성SDI가 케미칼 사업과 정밀화학 지분 전량을 매각하는 배경과 관련해 "향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배터리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향후 5년간 총 2조 원 이상을 투자해 2020년에는 세계 탑(Top) 수준을 달성할 계획이다. 금번 매각을 통한 재원을 생산라인 증설과 배터리 소재 R&D 강화에 집중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들어 삼성SDI는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의 전기차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중국 시안(西安)에 업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해 본격 양산에 돌입하는 등 선행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SDI의 케미칼 제품은 ABS, PC 등의 합성수지로 석유화학 기초원료부터 수직 계열화를 이루지 못해 원가 경쟁력과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 그룹 화학 계열사 매각 이후 계열사간 시너지도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계약으로 수직 계열화를 통한 고부가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해, 양사가 주력사업을 글로벌 일류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은 지속해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2013년 9월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 ▲2013년 9월 삼성SDS의 삼성SNS 인수합병 ▲2013년 11월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의 에스원 인도 ▲2014년 삼성SDI-제일모직 합병 ▲2014년 4월 삼성종합화학-삼성석유화학 합병 발표 ▲2015년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진행했다.

삼성은 방산·화학부문을 완전히 정리하면서 삼성의 구조를 전자·금융을 중심으로 건설·중공업·서비스 등으로 단순화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