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뜻 운운하는 것은 '자유'지만 실력행사로 남의 자유 막는 것은 '방종'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자유는 다른 이의 자유와 부딪히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자유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타인의 자유를 막아서고 책임지지 않으면 방종이다. 29일 이화여대에서 일어났던 이대생들의 시위는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었다.

제50회 전국여성대회가 29일 서울 서대문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개최됐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축사를 했고 전국의 여성지도자 3500명이 참석했다. 안은 순조로웠지만 밖의 풍경은 달랐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저지하려다 사복 경찰에 막혀 일대 실랑이가 벌어졌다.

경찰 추산 100여 명의 이대생들은 ‘박근혜는 이대에 발도 붙이지 마라’, ‘박근혜는 여성을 말할 자격 없다’고 쓰인 피켓을 든 채 길을 막고 나섰다. 경찰과 학생이 대치한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일부 이대생은 오열했다. 시위에 앞서 이대 총학생회는 이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뜻을 거스르는 박근혜 대통령 환영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손솔 이대 총학생회장은 시위 후 “유신정권시대가 돌아온 줄 알았다”고 말했다.

바깥 한쪽 귀퉁이에서 고성을 높이든 엎어져 오열을 하든 이대생 100여 명의 시위는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다른 이의 길을 막고서, 대통령 축사를 듣고 행사에 참석하려는 청중 3500명의 자유를 훼손할 권리는 없다. 이화여대 캠퍼스는 여의도 국회처럼 치외법권 지대도 아니다. 학생들에게 타인의 행사를 막을 권리는 없다. 더욱이 이화여대는 시위를 벌인 이대생들 100여 명의 것도 아니다.

   
▲ 이대생들 100여 명의 시위는 그들의 자유지만, 다른 이의 길을 막고서 대통령 축사를 듣고 행사에 참석하려는 청중 3500명의 자유를 훼손할 권리는 없다./연합뉴스TV 영상캡처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던 행사는 이대와 주최 측의 협의 하에 마련된 여성대회다. 대회에 참석하러 전국에서 350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행사가 열린 이화여자대학교는 학교재단 소유다. 교수 등 교직원은 학교에서 일하는 종사자다. 학생에게 무슨 권리가 있는지 의문이다.

이대생이든 다른 학교 대학생이든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한다. 학생은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지불하는 소비자다. 4년간 학부 커리큘럼을 마치고 학사라는 일종의 라이센스를 취득하는 교육서비스 이용자다.

시위를 벌였던 이대생들에게 고한다. 우리나라에서 면책특권을 부여받는 자는 의사당 안에서의 국회의원뿐이다. 그것도 대의민주제 입법기관으로서 언행하는 경우에 한해서다. 국민 뜻 운운하는 것은 자유지만, 실력을 행사해 남의 자유를 막는 것은 방종에 불과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 29일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저지하려다 사복 경찰에 막혀 일대 실랑이가 벌어졌다./연합뉴스TV 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