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실험은 20세기로 족해…'반값 식당' 실패 전철 안돼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박원순은 틀렸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무언가를 목도하고 아연실색했다. 서울시의 사회적경제 홍보판넬이었다.

“서울시가 더 행복해집니다.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이 많아질수록” 문구로 시작하는 서울시 홍보판넬에는 이어 “조금 더 특별한 사람들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키고, 더불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세상, 그 소중한 가치를 나누고 실천하는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입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서울시가 고안한 문구를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시가 기업들을 더 역차별합니다.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이 많아질수록”

“서울시에게 선택 받은 사람들이 모여 시민 세금을 쓰고, 적자를 보더라도 인건비를 충당해가며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서울시 기생경제 우수기업입니다.”

서울시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마을공동체 육성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에 경도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내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틀렸다.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헌법과 배치된다. ‘사회적 경제’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헌법의 시장경제 이념과 배치된다. 헌법재판소가 판결한 바,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자세히 풀어보면 ‘사회적 경제’에 근간한 서울시 사회적기업 정책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 기업의 경쟁 및 기업활동의 자유, 소비자 행복추구권에서 파생된 자기결정권, 마지막으로 평등권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다. 왜 시민이 낸 재원, 세금을 투입해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가. 당장 다른 기업(중소기업 대기업 모두 포함)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한다.

시민들이 자신의 힘만으로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은 하등 문제될 것 없다. 자본을 어떻게 모아 어떻게 설립 운영하든 개인이 선택할 자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윤이 목적이든 사회적 책임이 목적이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문제는 서울시가 시민들로부터 세금을 걷어 사회적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 서울시의 사회적기업 정책은 마을공동체 육성과 더불어 사회적경제에 경도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내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틀렸다./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서울시가 서울시민을 둘러싼 경제, 시장 전체에 대하여 더 잘 알고 더 잘 할 수 있으며 더 착하다고 보는가. 당신이 원하는 뜻대로 서울시 고용과 경제성장을 늘리며 원하는 방향으로 소득 재분배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

‘제 3의 길’, ‘따뜻한 자본주의’와 같은 말은 집어치워라.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를 가장한 사회주의 이념과 다를 바 하나 없다. 서울시든 대한민국이든 마찬가지다. 시정부 중앙정부 모두 전지하고 전능하며 자비로운 독재자가 될 수 없다.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육성’과 같이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통해 누군가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사회적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2013년 설문조사에서도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당장 고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지배적이기도 했다.

20세기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경제적 비효율성은 물론이고 인간 존엄성의 후퇴마저 드러냈다. ‘사회적’이라는 용어는 미신이 되었다. 사회적경제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기업은 ‘성과’ 하나 만으로도 실패했다.1)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정 초기 추진했다가 없던 일로 돌렸던 '반값 식당' 정책 또한 전형적인 사례다. 이런 실험은 20세기로도 족하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민 모두가 ‘자신의 책임을 남에게 돌리고 사회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시민’으로 바뀌길 원하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러나 세상은 녹록치 않다. 선의로 포장해 세상을 제멋대로 설계하려 드는 것은 사필귀정으로 돌아간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1) 서울시는 전체 744개소 중 168개소(22.5%)가 조사대상이었다. 전체 744개소 중 124개소(16.7%)가 영업이익 흑자, 302개소(40.7%)가 당기순이익 흑자를 냈다. 서울시 168개 사회적기업에 각각 지원된 1개소당 평균 지원금(영업외 수익)은 1억 8810만 원에 달한다. 『자료 출처: 2012년 사회적기업 성과 분석. 한국노동연구원. 2013년 12월.』

 

   
▲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서울시가 서울시민을 둘러싼 경제, 시장 전체에 대하여 더 잘 알고 더 잘 할 수 있으며 더 착하다고 보는가. 당신이 원하는 뜻대로 서울시 고용과 경제성장을 늘리며 원하는 방향으로 소득 재분배를 할 수 있다고 여기는가./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