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문제는 권력누수 막고 국정동력 확보한 신의 한 수

   
▲ 조우석 주필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레임덕은 정확하게 임기 중반 이후 시작됐다.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는 걸 전후해서 권력누수 현상이 가속화됐다는 것이다. 당시 박근혜 의원이 반대토론에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힘은 미래권력(박근혜)에게 넘어갔다는 분석인데, 그런 정치셈법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냉정하게 말해 MB는 자기 힘을 스스로 뺐던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좌파정부로부터 권력을 빼앗아온 공로가 없지 않고, ‘전사회의 좌편향화’속도를 잠시나마 늦췄던 공로는 인정할만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던 정치인이다.

2008년 “이념의 시대는 갔다”는 선언과 함께 임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게 걱정스러웠다. 탈(脫)이념을 커밍아웃한 건 멋진 일이었지만, 좌파의 물결을 외면한다고 세상이 바뀔까? 그는 실용주의 노선에 대해 “한반도에서 이념 싸움은 끝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지만, 그 자신만 몰랐다.

   
▲ 박근혜 대통령은 결코 이념의 시대가 갔다는 식의 공허한 수사(修辭)를 해본 적이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웠던 그는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돈 그는 임기 초의 다소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씻어낸 것은 물론 집권 3년 차에 개혁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MB와 전혀 다른 박근혜 대통령의 기질과 스타일

한국사회의 이념 좌편향이 실로 얼마만한 규모이고, 철두철미 구조화된 세력이라는 점을 그는 끝내 감지하지 못했다. 흥미로운 점은 따로 있다. 지금 전개 중인 한국사 교과서 전쟁의 와중에 MB와 전혀 다른 박근혜 대통령의 기질과 스타일이 잘 드러난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결코 이념의 시대가 갔다는 식의 공허한 수사(修辭)를 해본 적이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란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웠던 그는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돈 그는 임기 초의 다소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씻어낸 것은 물론 집권 3년 차에 개혁 드라이브를 더 강하게 걸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다.

아직은 예측이 조심스럽다. 하지만 지금 현상은 분명 우리정치사에 진기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레임덕은 현재 흔적도 없으며, 그럴 조짐도 당분간 없어 보인다. 무엇이 이걸 가능하게 만들을까? 의외로 간단하고 자명한데, 그걸 나는 ‘원칙의 승리’라고 본다.

앞뒤만 약간 살펴도 그게 보인다. 지난여름 국회법 개정안 파동에서 촉발된 유승민 사퇴 정국에서 박 대통령은 완승을 거뒀다. 그걸로 레임덕을 늦추는 데 일단 성공했다. 당시 사람들은 “내년 공천 헤게모니 싸움이 아니냐”고 수군거렸지만, 그런 것마저 섣부른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전략전술의 구사 대신 자신의 소명에 충실하려 했을 뿐이었다. 본디 큰 것은 작은 것도 겸하는 법인데, 그게 4대 개혁(노동, 공공부문, 교육, 금융)을 위한 국정동력 총동원령이었다. 당시 국무회의에서 그는“편안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국민이 준 권한으로 다음 세대에 더 나은 미래를 넘겨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 안에 진실이 모두 담겨있다. 더도 덜도 아니다. 지금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국사 단일교과서 문제도 그의 일환이다. 당시 적지 않은 언론이 교과서 문제가 자칫 4대 개혁에 장애물이 될까를 걱정했지만, 그거야말로 정치공학적 판단에 불과했다.

현행 검정 한국사 교과서가 자해(自害)의 단계를 넘어 실로 위태로운 ‘반역 교과서’라면 그걸 바로 잡는 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연한 조치가 아닐까? 누구는 말한다. 단일 교과서 문제는 2년 전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 서둘렀어야 했다고…. 백 번 맞는 지적이지만, 당시는 우리에겐 여력이 없었다.

정부도 정확한 인식과 개혁 드라이빙의 능력이 부족했고, 우파 시민사회도 실력에 한계가 있었다. 오죽했으면 전국 고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2352 대(對) 1이었을까? 참담했다. 이후 불과 2년, 사정이 또 달라졌다.

   
▲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개최한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 대국민 서명운동'에서 한 시민단체 회원이 서명운동 중인 문재인 대표 등 지도부에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새민련, 주말 이후 출구전략 마련에 전전긍긍

여론조사에서 살짝 밀리는 듯 보여도 거의 비등비등한 수치라는 게 놀랍지 않은가? 아니다. 바닥의 민심과 시민 여론은 그런 여론조사로 쉽게 잡히지 않는데, 실제론 한국사회의 흐름은 이참에 교과서를 바꿔야 한다는 쪽이다. 그걸 새삼 보여준 게 지난주 10·28 재보선이었다. 24곳 중 15곳이 승리한 새누리의 승리란 일부 좌파 매체가 전해주는‘가짜 여론’이 얼마나 황당한가를 증명했다.

이참에 보다 분명해진 건 교과서 문제란 참과 거짓 그리고 진실과 허위의 싸움이란 점이다. 이런 종류의 불량 국사책, 반역의 교과서가 교실에서 읽히는 상황이란 체제수호의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걸 학부모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점이 지난 한 달 새 최대 수확이다.

다시 이번 주가 고비인데, 그런 흐름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당초 친일독재 교과서는 안 된다고 외치던 야당은 급한 김에 국정화 자체를 물고 늘어지더니 이제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게 주말을 기점으로 한 변화다. 즉 저들은 표면적으론 앙앙불락하지만, 속은 또 다르다.

확정고시는 1라운드에 불과하며, 불복종운동을 전개하는 동시에 헌법소원까지 추진한다지만, 그건 엄포에 불과하다. 대세는 그쪽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2일 역사교과서 단일화에 대한 여론을 매듭짓고 오는 5일까지 확정고시를 하면 국정화 열차는 드디어 시동을 걸게 된다.

그렇게 출발한 열차가 궁극으로 도달하는 곳은 어디일까? 자명하다. 좌파 독재자들의 반 대한민국, 친북의 망령을 넘어 대한민국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통일한국이 될 것이다. 그거야말로 대한민국파들이 고대해온 순간이다. 교과서 문제를 박근혜 정부 최대 치적이라고 내가 주장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이번 교과서 전쟁의 부산물이 흥미롭다. 지식 테러리스트 집단으로 드러난 국사학자들과, 여기에 부화뇌동하는 속물적 리버럴리스트들의 흉물스러운 모습이 한꺼번에 드러난 점이 관심이다. 단언컨대 그들이야말로 이번 교과서 전쟁의 쓰나미에 모두 쓸려 나갈 것이다.

기회에 좌편향 교과서를 방조한‘내부의 오적(五賊)’(김정배-정의화-황우여-이태진-오수창)에 대한 단죄를 나는 이 지면에서 할 생각이다. 더불어 ‘외부의 오적’도 따로 있다. 강만길-이만열-한홍구-서중석-박원순이 그들인데, 그간의 죄과와 그 이유를 낱낱이 드러나는 연속 칼럼을 역시 미디어펜에서 쓸 생각이다. 관심 바란다. /조우석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