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안에 한계기업 명단 작성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정부가 한계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거나 금융부실 우려가 있는 산업군에서는 절망감 짙은 한숨만 나온다.

2일 한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한계기업 명단, 좀비기업 리스트가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다. 자칫 정부의 구조조정이 특별한 해법 없이 낙인찍기에 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 정부가 한계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DB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엇이든지 급하게 서두르면 자세히 드려다 보아야 할 점들을 놓치기 마련이다”면서 “지금 정부가 성급하게 나서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보다 시장 자율에 맡겨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조선업계로 집중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보고한 ‘최근 거시 금융안전상황 점검’에 따르면 지난해 이후 조선 업종의 부실위험기업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조선사들도 업황부진과 해양플랜트 쇼크로 경영위기를 맞았고 얼마 남지 않은 중형 조선사들은 하루하루가 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하나가 날아가면 그 지역경제도 파탄날 수 있다”며 “정부가 한계기업이라 못 밖아 버린다면 절망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의 지원안은 대기업을 향해있고 정부의 구조조정은 중소기업을 겨누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계기업에 적절한 금융지원이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달 14일 하나금융연구소와 한국금융연구센터는 공동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서울시립대 송헌재 교수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중소기업청에서 좀비기업에게 적절히 금융지원을 해준 결과 산업 전체에 긍정적인 외부효과가 나타나 정상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좀비기업의 긍정적 외부효과의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좀비기업 모두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고 그 가운데 옥석을 가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계기업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일명 좀비기업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곳은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정부는 올해 안에 한계기업 명단을 작성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을 빠르게 추진할 방침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기업은 빨리 정리해야 시장 불안감을 해소하고 한국경제에 부담도 줄일 수 있다”면서 “구조조정은 결국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시중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구조조정 추진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확한 옥석가리기”라며 “이를 통해 회생가능성이 없는 한계기업을 신속하게 정리함으로써 자원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선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