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서상 '시기상조'...그러나 논의할 필요는 있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 유도무제한급 김모씨(27)는 최근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항공사의 ‘배려’로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비상구 좌석을 얻었지만, 바로 옆자리에 자신 보다 더 큰 체격의 남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행기가 착륙할 때까지 옆자리의 남성과 살을 맞대고 앉아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 최근 일부 외국계 항공사들이 ‘과체중’ 고객들을 상대로 추가요금을 걷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SBS 방송화면 캡처

최근 일부 외국계 항공사들이 ‘과체중’ 고객들을 상대로 추가요금을 걷으려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규정을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국계 항공사를 중심으로 비만고객을 상대로 요금을 더 걷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몸무게에 따른 차등요금 도입에 대해 “비만승객이 많으면 공간이 협소해지며 항공유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비만승객에게 요금을 더 부담시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몸무게는 개인의 사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로 비만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의 국영항공사인 우즈베키스탄항공은 모든 탑승객의 몸무게를 측정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지난 8월 우즈베키스탄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비행기의 하중을 결정하기 위해 탑승수속 과정에서 수화물과 함께 승객전원의 몸무게를 측정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규정에 따라 비행기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차등요금 도입 수순을 밟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국적 항공사의 경우, 한국의 정서상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있는 가운데  ‘무거운’ 승객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항공사들은 과체중 승객들에게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은 비상구 좌석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거나 좌석에 여유가 있는 경우 옆자리를 비워 편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명문화된 규정은 없기 때문에 손님이 옆자리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그렇게 하도록 조치하며, 좌석의 여유가 있는 경우 옆자리를 비워둔다”며  “한국의 정서상 비만인에 대한 규정을 두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되지만 항공기 여행의 보편화에 따른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논의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