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내게 베풀어 준 것 없어…궤멸한 당 내가 되살렸을 뿐"
"하와이는 대선 피해 잠시 망명온 것…끝나면 돌아가겠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후 정계 은퇴 및 탈당 선언을 선언하고 하와이로 떠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3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권유를 따라 민주당에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당에서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향한 작심 비판을 이어갔다.

홍준표 전 시장은 15일 지지자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서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며 “두 번의 경남지사는 친박(친박근혜)들의 집요한 견제와 음해 속에 내 힘으로 경선에서 이겼고, 대구시장도 당의 방해와 15% 페널티를 받고도 경선에서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당이 내게 베풀어 준 건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며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는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고 국민의힘과의 절연 이유를 다시 한번 설명했다.

   
▲ 홍준표 전 대구시장./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하와이는 놀러 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것”이라며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누군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이 몹쓸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청소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 전 시장은 “두 번 탄핵 당한 당과는 절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급하니 비열한 집단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정나미 떨어져 근처에도 가기 싫다. 한 번은 내가 일으켜 세웠지만, 두 번째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서 그 당을 나왔다. 탈당만 하면 비난할 테니 정계 은퇴까지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당에서 두 번의 대권 도전, 두 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여러 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 와서 이러면 안 된다”며 “타고난 인성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홍 전 시장을 향한 저격글을 올렸다.

보수진영 안팎에서 이 같은 설전이 계속되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권성동 원내대표가 애써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홍 전 시장을 향해 “선배님의 기나긴 정치 여정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이 있었다면 모든 노여움은 오롯이 저에게 담아주시라”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이어 “선배님께서 앞장서서 지켜주셨던 이 나라, 이 당의 역사만은 버리지 말아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많은 당원들, 많은 사람들이 선배님을 큰 어른으로 기대고 있다”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함께해 줄 것을 호소했다.

또 “선배님은 2017년 보수정당이 궤멸의 위기에 내몰렸을 때 당과 나라를 위해 경남지사직을 버리고 흩어진 보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신 보수의 영웅”이라며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운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당 대표 홍준표의 이름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홍 전 시장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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