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현대차 정의선 선택 '촉각'…총수부재 CJ·효성 '고요'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국내 주요 기업 임원들이 올해 연말 인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이미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인사평가에 돌입하면서 임원들에 대한 사정의 칼을 갈고 있다.

   
▲ 서울 서초동 삼성그룹 사옥 / 미디어펜 자료사진

4일 재계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이 올해 실적둔화를 이유로 연말 인사시즌에 맞춰 임원감축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올해 부진한 사업성적을 낸 임원들은 바짝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임원수를 늘림으로써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고 성장세를 유지하려 했던 기업도 이번 인사에서 인원감축이라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임원축소는 직원 감축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많은 기업 관계자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그룹은 내년 재무 개선 차원에서 주력 계열사 임직원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실적 위주의 ‘신상필벌’의 인사가 예상되는 가운데, 스마트폰 사업 부진의 여파로 임원이 20~30%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라인을 교체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신차 판매 추이와 노동조합 파업이 이번 인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오너 2∼4세의 경영권 승계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인사도 이번 연말 임원 인사의 특징으로 꼽힌다. 자신의 측근을 전진 배치하며 향후 조직 다지기에 매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지난해부터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 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승계와 무관한 다른 기업들도 위기극복 차원에서 친정체제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큰 폭의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LG그룹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LG전자를 필두로 전 계열사에 대한 인사평가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임원 승진을 줄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사면으로 조직 정비가 불가피한데 계열사 사장단보다 그룹을 대표해 온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연말에 정기인사를 하는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형제의 난에서 다소 우세를 보이면서 소폭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회장을 이을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한화그룹도 당분간 소규모 인사에 그칠 전망이다.

CJ그룹과 효성그룹 등 장기간 총수 부재 상태에 있는 기업의 이번 연말 임원 인사는 다소 조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 총수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면서 기존 인사들이 자리를 그대로 지키는 등 보수적인 인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CJ그룹의 경우는 투병 중인 이재현 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 연말 임원 인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실적 개선과 경영 승계라는 화두를 바탕으로 2∼4세 오너 기업가들이 인재 발탁 능력을 보여주는 결정적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기업 명운도 달라질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