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정시한 'D-9'…'국정교과서' 공방에 선거구획정 논의 제자리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총선 전 5개월'로 규정된 내년 20대 총선의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11월13일)이 4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야간 선거구획정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대치로 긴장도가 높아지면서 다른 현안은 일체 다루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여야간 대화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선거구획정안에 대해 논의해온 중앙선거관리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여야간 견해차로 단일획정안 마련이 무산된 뒤 활동이 중단됐고, 국회 논의 창구인 정치개혁특위마저 언제 다시 가동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상태다.

실질적인 논의는 둘째치고 여야는 선거구획정문제를 논의할 대화채널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양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의 2+2 회담을 제안했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3일까지 선거구 획정을 해야 하는데…"라며 선거구획정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총선을 준비하는 분들이나 국민에 정치적으로도 도의가 아니다"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여야 원내대표 라인간 대화채널보다 정개특위 가동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현재 정개특위 여야 간사간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원내대표단 회동을 요구하는 것은 지금까지 논의를 백지화하고 선거구 획정 문제를 정쟁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새정치연합의 주장이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당이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정개특위에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며 "서로 더 노력하고 방법을 찾도록 정개특위에 지시하는 게 맞다. 정개특위 논의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대한 논의에 적극 나서지 않은 채 선거구획정이 늦어지는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어 선거구 획정안이 법정시한에 맞춰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10월 13일 내년 4월 20대 총선을 6개월 앞두고 선거구 획정안의 국회 제출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회에 정치적 결단을 촉구했다./사진=미디어펜

다만 지금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갈등 국면이 어느 정도 수습이 되면 여야간 대화채널이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개특위 핵심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여야 정개특위 관계자들이 물밑 교섭을 해왔고 큰 가닥은 잡힌 상태"라며 "특히 세부 사안은 몇 달 전부터 논의해온 만큼 양당 지도부만 나서서 정리하면 오래 걸릴 게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희망섞인 관측과 달리 여야간 선거구획정 논의가 재개되더라도 절충점을 찾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국민정서를 감안할 때 현재 의원정수 300명을 늘릴 수 없다며 지역구수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대표수를 감축하자는 입장인 반면에 새정치연합은 지역구수가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비례대표수를 줄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일각에선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구획정이 총선 1~2개월전 선거에 임박해서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선거구획정이 계속 늦어질 경우 내년 20대 총선 출마자들은 자신이 뛰어야할 운동장이 어디인지조차 모른 가운데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내달 15일이면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면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인지도가 낮고, 선거운동에서 많은 제약을 받는 정치신인들이 더 불리해져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