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호도, 언론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거리의 시위꾼을 택하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언론노조 시국선언 성명서? 현실 호도하는 무뎌진 칼

3일 언론노조 4713명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국선언 성명서를 발표했다. 4일에는 그 연장선상에서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시사인’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경남신문’ ‘경남도민일보’ 등 9개 신문이 ‘언론인의 양심으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반대한다’는 전면 의견광고를 실었다.

시국선언이라 하니 2013년 초 국정원 댓글 대선개입을 두고 벌어졌던 시국선언이 기억난다. 현재 해당 사건은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무죄 확정,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혐의는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2심 재판부에서 재심중이다. 당시 별의별 단체가 들고 일어나 시국선언을 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엔 정치적 수사에 불과했을 뿐이다.

2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언론노조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다시금 ‘시국선언’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런데 왠지 언론인의 시국선언이라는 것이 좀 생뚱맞다. 언론인은 독자에게 사실의 보도나 칼럼으로 이야기하는 존재다. 글과 논조로 자신들의 생각을 전하면 된다. 정치적 성향을 시국선언이란 방식으로 풀어낼 정도면 언론인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반문해 볼 일이다.

시국선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빛을 발했던 처사다. 지금은 대의민주제, 자유민주주의가 공고히 확립되어 있다. 언론탄압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공작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삼사십 년 전의 시국선언이 ‘빛과 소금’이었다면, 2015년 언론노조의 시국선언은 반정부를 외치는 ‘안티’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당시 펼쳐진 시국선언 퍼레이드에 일부 시민들은 개나 소나 다 한다고 일갈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언론인은 관찰자 중립자로서 객관적인 기사로 얘기하고, 주장이 필요하다면 팩트가 무엇인지 논거를 들이대며 말해야 한다. 지금은 언론인이 탄압 받는 상황도 아니다. 시국선언이라는 집단적 의사표시는 언론임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언론은 언론으로서 지켜야 할 금도가 있다. 이런 금도를 범한다는 건 언론인임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거리에서 외치는 시위꾼이나 다름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결국 가치 중립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것을 배척하고 ‘떼로 목소리 내는 것’이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펜으로 알리지 않고 선동을 택했다는 것이다. 언론으로서의 사명을 저버린 것이다.

   
▲ 시국선언문은 ‘국사학계를 지배하는 민중사관이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계급사관임’을 말하지 않는다. 작금의 검인정 국사교과서는 계급을 규정짓고 갈등을 부추기는 외눈박이 괴물이다. 세계사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적 조선맹아발전론에 기댄 민족나르시즘에 불과하다./사진=미디어펜

‘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 중 단연 눈에 띄는 언론이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현 국정교과서 정국에서 극도의 총궐기를 하고 있다. 민중사관으로 점철된 386세대에 종언을 고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결단에 들고 일어선 모습이다. 이것은 제대로 된 보도형태가 아니다. 그야말로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을 전파하고 세뇌시키는 것이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묻고 싶다. 과연 언론의 정도를 가고 있는가? 

연합뉴스와 KBS 등 일부 공영언론사에서는 이번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의사표시’라며 이에 동참할 경우 징계나 불이익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한 처사다. 정부의 녹을 먹는 자들이 정치적 의사표시라는 방종된 자유를 강행할 경우,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함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문의 ‘현실 호도’

11월 3일 49개사 현업언론인 4713명 일동이 발표한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문은 검인정 교과서, 역사교육의 실태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시국선언문은 “어떤 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역사 과목의 경우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1992년 헌법재판소 의견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들이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고 전제하고 있다.

말은 바로 하자. 1992년 이후로도 계속 국정화였다가 당시 헌법재판소의 의견을 받아들여 MB정부 2003년부터 검인정 체제로 바뀌었다. 그런데 검인정 체제로 인한 폐해가 개선이 되지 않자, 정부가 국정교과서라는 조치를 어쩔 수 없이 취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교학사를 제외한 나머지 7종 역사교과서에 다양성은 고사하고 민중사관 일색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부정하면서 북한 전체주의 현실을 옹호하고 그 참상을 호도하는 현 검정교과서들의 왜곡 실태는 낱낱이 드러난 상태다. 한국사교과서를 펴내는 출판사만 다를 뿐이지 근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무서울 정도로 유사하다. 다양성은 스스로가 포기한 것이다.

시국선언문에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사학자들 대부분 국정교과서 집필거부에 나섰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된 ‘진보와 보수’의 정의는 불명확할뿐더러, 시국선언문은 ‘국사학계를 지배하는 민중사관이 전체주의를 옹호하는 계급사관임’을 말하지 않는다. 작금의 검인정 국사교과서는 계급을 규정짓고 갈등을 부추기는 외눈박이 괴물이다. 세계사 속의 대한민국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적 조선맹아발전론에 기댄 민족나르시즘에 불과하다.

   
▲ 시국선언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나 빛을 발했던 처사다. 지금은 대의민주제, 자유민주주의가 공고히 확립되어 있다. 언론탄압은 물론이거니와 정부의 공작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삼사십 년 전의 시국선언이 ‘빛과 소금’이었다면, 2015년 언론노조의 시국선언은 현 정부에 대한 ‘안티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홈페이지 성명

그리고 시국선언문의 “현행 역사교과서의 어느 부분이 편향되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수많은 답과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뜻있는 현직 교사들과 학계 연구자들이 탄식을 내뱉을 정도로 현 국사교과서는 좌편향 되어있다. 시국선언 참여 언론인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는 격이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아직도 1980년대 주사파, 민중민주주의 혁명의 미몽을 벗지 못하는 일부 386 언론인들이 애처롭다. 지금은 공산주의 전체주의의 광풍이 휩쓸었던 100년 전도 아니고,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1990년대도 아니다. 1987년 체제 이후 28년이 지난 2015년의 대한민국이다. 언론인들이 시국선언문이나 내돌릴 만큼 무지몽매한 시대가 아니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