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지난 1991년 창립 당시 직원수 7명, 연매출 7억원으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지금은 직원수 350명, 연매출 4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 됐다.

서울 수색과 경기 일산 원당에서 조그마한 족발가게로 시작한 보승식품은 당시 신세계백화점 직원들로부터 맛이 좋으니 납품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큰 규모의 백화점에 납품하기 위한 위생처리와 유통에 대한 경험이 없어 주저했다. 이에 신세계는 보승식푸메 체계적인 위생관리와 유통기한 연장을 위한 진공포장 기술을 이전했다.

이러한 기술이전을 통해 보승식품의 간판제품인 족발 간편식의 유통기한은 기존 1~2일에서 30일 가량으로 늘어났고, 이는 안정적인 납품으로 이어졌다. 이후 1993년 신세계가 서울 창동에 이마트 1호점을 열면서, 보승식품은 이곳에 납품을 시작하는 기회까지 얻게 됐다.

   
▲ 이마트 해외 동반진출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업체 대신 일체의 수출 과정을 이마트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협력업체는 직접 수출 업무에 뛰어드는 대신 평소처럼 이마트에 제품을 공급만 하면 된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이를 계기로 보승식품의 매출은 급증했으며, 이는 곧 이마트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보승식품은 현재 100여개가 넘는 이마트 매장에 순대와 족발, 보쌈류를 납품하고 있으며, 신세계백화점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마트와 보승식품은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판매까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양사는 내부 아이디어나 주부평가단, 식품전문가 등 안팎의 의견을 종합해 신제품 개발방향을 공유했다. 현재는 공동시장조사, 상호샘플테스트, 레시피 개발 등 경영전반에 걸쳐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보승식품은 1997년 간편식순대를 개발한 이후 품목을 점차 늘려 훈제오리와 삼겹살, 그리고 2011년에는 보쌈수육과 불족발을 선보였다. 순대도 아바이순대와 매운순대를 추가로 내놓았으며, 족발도 독일식족발에 매운족발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특히 독일식족발은 이마트 식품담당 바이어가 제안한 것으로,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서 양 사 모두 만족했다. 신제품 개발에 든 비용은 총 20억원으로, 이같이 상당한 금액을 중소기업이 투자할 수 있었던 것은 이마트가 판로를 확보하고 제품을 적극 홍보했기에 가능했다.

이처럼 보승식품은 유통업계 갑과 을의 관계였던 대형유통업체와 중소납품업체의 관계를 동반자 관계로 인식을 전환시킨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우수한 제품력을 가진 중소기업과 유통경험이 풍부한 대기업의 노하우가 결합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이마트는 급변하는 유통시장의 흐름에 적응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최근 몇 년 간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판매를 확대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지원하기 위해 체계적인 시도를 펼쳐왔다.

이마트는 협력사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로지원, 자금지원, 교육 및 훈련지원, 경영지원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엔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몽골, 홍콩, 중국 등 해외 유통시장이 진출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 해외 동반진출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협력사 대신 일체의 수출 과정을 이마트가 책임진다는 것이다. 협력업체는 직접 수출 업무에 뛰어드는 대신 평소처럼 이마트에 제품을 공급만 하면 된다.

이마트는 자체 시스템으로 수출 업무를 대행해 중소기업의 투자 비용을 절감시킨다. 물류비용, 수출대금 선결제, 상품파손 리스크 역시 이마트가 담당한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외국업체의 ‘다품종 소량주문’에 맞추다 보면 물류비용이 과도하게 드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이마트는 여러 기업의 상품을 납품받아 컨테이너 한 대를 꽉 채워 선적, 물류비용을 40∼50% 절감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마트가 수출하는 PL제품은 일반 상품보다 원가가 10∼20% 저렴하다.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의 해외사업이 난항에 직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마트와 협력업체 간 동반사업 모델은 업계 전반에 새로운 해외진출의 가능성과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마트와 협력업체의 동반사업은 정부의 상생협력과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과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은 1차 협력업체에 제한돼 고, 상품판매에 직접 지원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제기돼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마트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제품 개발 과장에 다양한 주체를 참여시키고 무역과 판매과정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실질적인 동반성장이 가능해지는 한편 유통업에서의 공유가치 창출이라는 개념을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경영학부)는 “이마트의 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은 우수한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확대와 해외진출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이마트와 중소기업이 함께 장기적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한국 유통산업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