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미디어펜=김세헌기자] 과거 남성들의 힘에 눌려 차별과 부당함 속에 갇혀 있었던 여성들의 삶은 수많은 투쟁과 희생을 통해 이제 어느 정도 회복된 것처럼 보인다. 전통적으로 가부장적 성향이 강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더라도 이제 여성들의 발목에 채워져 있던 보이지 않는 억압의 고리는 많이 사라진 듯 느껴진다.

정치계나 재계 모두에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졌고, 이를 통해 여성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주류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한화그룹은 지난 5일 서울 더플라자 호텔에서 차세대 여성리더를 육성하고, 여성인력들의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기 위한 ‘2015 한화 위드(WITH)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직원이 멘토링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동료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 한화그룹 제공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여성에 대한 사회적인 억압과 차별은 아직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 단지 예전에 비해 나아졌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표면적으로는 여성의 권리가 상당 부분 신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도 여성이기에 느껴야 하는 차별과 부당함은 수 없이 많다.

한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3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 여성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가장 긴 것에 반해, 남녀 근로자간 임금 격차가 회원국 전체 평균 수준의 2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적은 임금을 받으며 많은 시간을 직장에 할애해야 하는 여성은 이중으로 부담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다는 소리다.

또한 전체 회원국 중에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이 의무교육만 마친 여성 고용률보다 낮은 경우는 우리나라만이 유일했다. 합리적이지 못한 근무환경 속에서 고학력의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지 못하고 가정의 울타리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일하는 여성’의 사정이 이러한데 하물며 ‘일하는 엄마’의 사정은 어떠할까. 일터에 나와 있는 시간조차도 가사와 육아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데다 직장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감내해야한다. 그래도 전자의 경우는 직장을 얻은 상황이고, 더욱 악조건은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고 싶어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악조건 속에서 최근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원하는 일을 찾아 멋지게 사회에 컴백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여성 직원들의 경력단절 방지와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힘쓰고 있는 한화그룹이 여성리더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한화 위드(WITH) 컨퍼런스’가 그것.

한화그룹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여성친화적 기업,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조화로운 직장을 만들고자 ‘일·가정 양립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 시행으로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방지하고, 임신 중 근무시간을 단축하거나 아이가 첫 돌이 될 때까지 야근을 금지하는 등의 탄력근무제로 업무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한화그룹은 또한 임신 중인 여직원들에게는 사원증 목걸이를 분홍색으로 제작해 동료 직원들이 배려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태평로와 여의도, 전남 여수 등 전국 7곳에 친환경 직장어린이집을 열었으며,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와 여의도 63빌딩에는 모유 착유실과 임산부 전용 휴게실도 마련했다.

남녀 모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매주 1회 가정의 날로 지정해 일체의 야근, 회의, 회식을 금지하고 정시에 퇴근토록 시행하고 있다. 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남녀 직원들을 위해 시술비 일부 지원과 함께 연간 최대 3개월까지 임신지원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은 2013년 5월부터 핵심 여성인력으로 구성된 TF팀 ‘위드(WITH)팀’을 운영하며,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고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한화그룹이 시행중인 일·가정 양립지원제도와 ‘한화 위드(WITH) 컨퍼런스’도 이 팀의 결과물이다.

   
▲ ‘2015 한화 위드 컨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한화그룹 제공

‘한화 위드 컨퍼런스’는 한화그룹내 여성인력들에게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자발적인 동기 부여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최됐다. 행사명인 ‘위드(WITH)’는 ‘Women In Tomorrow Hanwha’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일·가정 양립지원, 여성 인재 육성 및 다양성 존중 문화 정착을 통해 한화의 내일을 ‘함께(WITH)’ 만들어 가자는 의미라는 한화그룹의 설명이다.

지난해 컨퍼런스가 여성인력의 성장과 비전을 제시하는 데 촛점을 뒀다면, 지난 5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15 한화 위드(WITH) 컨퍼런스’에선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문화 조성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을 도출한 시간이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직원들은 지난 6주 동안 34개 팀으로 나눠 회사 내에서 여성인력 육성과 조직문화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팀별로 모여 토론하고, 온라인, SNS 등으로 각자의 의견을 나눠 다양한 방안들을 도출했다.

남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길을 끌었다. 팀별로 1~2명의 남직원이 참여한 이번 컨퍼런스에선 남성으로만 구성된 팀도 3팀이나 됐다. 6주간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여성인력 들이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에서 남녀 간 소통과 편견 없는 이해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들이 직장에서 리더로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이 육아와 가사에 대한 배우자의 분담인데, 이를 위해서는 ‘워킹맘’을 넘어 ‘워킹페어런츠’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데 공감하고 관련 제도와 대책을 제안한 팀들이 많았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한화 돌보미센터 운영과 여성위원회 조직’을 제안한 한화토탈 1팀, ‘패밀리타임 연차제도’ 도입을 의견으로 제시한 한화첨단소재팀, ‘통합포털 구축 및 자율 출퇴근제’를 제안한 한화S&C 1팀, 그리고 전원 남성 직원으로만 구성해 ‘한화그룹 퇴직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제안한 한화갤러리아 3팀 등 4개팀이 우수팀으로 선정돼 여성인력 커리어 및 경쟁력 강화와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한화케미칼 PVC 해외영업팀 민경원 대리(30세·여·기혼)는 "첫 아이 출산 이후, 육아휴직 외에 모성보호휴가를 사용하여 보다 수월하게 업무로 복귀할 수 있었고, 복귀 후에도 육아기 근로시간 선택제를 신청해 아침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직접 등원시키고 출근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며 “이번 컨퍼런스를 통 워킹맘 및 워킹대디들과 일·가정 양립을 위한 고민과 제안을 나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화토탈 홍보팀 변선영 대리(30세·여·미혼)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한화그룹에 다양한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와 여성 리더 육성 제도가 마련돼 있음을 알게 됐다”며 “그룹 내 여성리더 선배들의 특강을 들으며 동기부여가 됐고, 나 또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도전과 경험으로 미래의 후배들과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생명 차남규 사장은 “한화그룹은 앞으로도 우수한 여성인재들이 자신의 역량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의 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