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컨슈머 부당한 요구...대책 마련 시급

[미디어펜=백지현 기자]#택배기사 A씨(63)는 배송일이 고되기는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할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여기며 배송업무에 성실히 임했다. 그러나 A씨는 최근 아들뻘보다 한참이나 어린 고객의 “평생 택배기사나 해쳐먹으라”는 ‘막말’에 신경성 스트레스로 결국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A씨가 몸담고 있던 회사 관계자는 “승강기가 없는 4층 빌라에 이불 2박스를 배송하다 이 같은 막말을 들은 것으로 안다. 손이 부족하니 박스를 밀어 넣겠다고 양해를 먼저 구한 뒤 박스를 집안으로 밀었는데, 이것이 아무래도 고객의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라며 “아무리 고객이라고는 하지만 나이 60에 자식뻘 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니 마음에 상처가 오죽했겠느냐. 결국 퇴사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 최근 여러 현장에서 도를 넘어선 ‘갑질고객’의 행태들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물류업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최근 여러 업계에서 도를 넘어선 ‘갑질고객’의 행태들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가운데 물류업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부 블랙컨슈머의 막말에 이어 부당한 손해배상 요구에 택배사의 피해가 늘고 있다.

15년간 택배업에 종사한 김모씨(43)는 “배송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배송지연에 따른 과도한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특히 힘들다”며 “자신이 배송받기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거나, 잘못된 주소를 기재하고 배송이 지연되면 그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요구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간 안에 일을 마치기 위해 정해진 루트에 따라 배송이 이뤄지다보니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며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해도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는 등 울화를 치밀게 하는 일이 다반사다”고 토로했다.

최근에는 물품 파손과 관련해 입증할 증거가 없음에도 택배기사의 과실로 돌려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전체 택배구제신청 건수(1101) 중 소비자의 주장만 있을 뿐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어 사실조사가 불가능한 ‘정보제공 및 상담기타’에 그친 건수(234건)는 21.3%에 달했다. 

업계에서도 일부 블랙컨슈머의 도를 넘어선 요구에 대응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블랙컨슈머라고 규정할 기준이나 대응책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서비스 업종이다 보니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최근 일부 블랙컨슈머의 도를 넘어선 배상요구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내부적으로도 대응방침을 놓고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