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최근 지난 8월 비공개 새누리당 입당 사실이 알려진 뒤 여야에 ‘양다리’를 걸쳤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결국 새누리당으로부터 ‘해당(害黨)행위자’로 규정됐다.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도 불사할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김 전 원장이지만 여야 모두로부터 외면당한 지금의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미뤄 그는 당적 뿐아니라 정치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누리당 서울시당은 10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김 전 국정원장에 대한 ‘탈당권유’ 징계를 의결, 징계 결정을 중앙당 윤리위원회로 넘겼다.

시당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김만복은 지난 10·28 부산 해운대 기장을 보궐선거에서 상대당 후보를 지지하는 언동을 했다”며 “이는 당인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는 중대한 해당행위”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이른바 ‘팩스 입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김 전 원장이 구설수에 오른지 닷새 만이다. 그동안 김 전 원장은 여야 모두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노무현 정권 시절 국정원장을 역임한 그의 새누리당 입당 사실이 알려지자 사실상 ‘친정’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당원들은 즉각 배신감을 표출했다.

5일 최재성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잘 갔습니다. 거절될 것입니다”라고 촌평했고 노무현 정부 때 국방 외교부문에서 호흡을 맞췄던 박지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그분의 새누리 입당은 노무현정부 국정원장 출신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역시 김만복답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선 ‘김만복스럽다’라는 비아냥마저 돌게 됐다.

새정치연합 해운대·기장을 지역위원회는 6일 ‘새누리당 당원 김만복 사죄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원장의 행보에 대해 “정치공작”이라며 “이런 비신사적, 비윤리적인 구태 정치 행각을 시인하고 당과 후보자, 유권자에게 백배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에서도 김 전 원장이 출마를 노리는 해운대·기장을을 지역구로 둔 하태경 의원이 같은날 성명을 내 “지역 당원협의회 차원의 직권조사를 벌여 당에 징계요구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오후 늦게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 전 원장이 야당 후보 지원 등을 한 해당행위를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출당 등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다. 회견은 처음엔 김 전 원장의 입당을 환영했던 김무성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전날인 9일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징계요구서를 당 최고위원회에 제출했다./사진=미디어펜

9일에 이르러서야 김 전 원장은 해명자료를 통해 비공개 입당에 대해선 새정치연합 인사들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해서”였다며 입당 전 새누리당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호응은 없었다.

이날 하 의원은 당 최고위원회에 김 전 원장의 징계요구서를 제출했으며, 새정치연합 측은 당 차원에서 공식 논평을 통해 비판하진 않았지만 비호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김 전 원장은 10일 CBS라디오에 출연,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피력하면서 앞서 제기된 2차례의 당비 납부 사실에 대해서도 ‘입당원서에 기입한 계좌를 통해 돈이 이체된 것을 몰랐다’며 항변했다. 출당 당할 가능성도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하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김 전 원장이 언론 보도(11월5일) 이전까지 자신의 입당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자신의 지역구에서 목격한 김 전 원장의 행보를 언급하며 ‘확인사살’을 했다.

그는 지난달 말 만난 김 전 원장이 ‘출마를 안 한다’고 했었지만 당시 지역구 축제에 ‘김만복 행정사’ 팜플렛이 배포돼 있었으며, 부산 출신 새누리당 의원을 만나 ‘내가 새누리당 당원’이라고 이야기 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 전 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서울시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규 제20조에 따라 해당행위에 의한 탈당권유 징계가 의결됨에 따라 사실상 ‘시한부 당적’을 갖게 됐다. 탈당권유를 받은 당원은 징계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 제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