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 김재현 기자
[미디어펜=김재현 기자]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 유탄을 맞은 정책금융기관이 주요 수주산업의 부실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건설과 조선업 등의 사업수익성 심사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 발생 원인을 두고 시장의 기류 변화를 제대로 파악못하고 리스크 관리의 실패로 뭇매를 맞았던 터라 발빠른 대안이 필요했을 것이다. 조선업의 저가 수주와 해양플랜트 부실 등 시장의 경고음을 귀기울이지 않은채 정책금융을 지원한 안이함이 지적됐다. 이번 방안을 달리보면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해외 수주 사업의 수익성 평가를 꼼꼼히 처리하지 못한 과오를 인정한 셈이다.

과거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 받을때 여신협의회를 통해 회사상황 등을 고려해 포괄적으로 판단한다. 여기에는 적정성 평가가 이뤄지는데 입찰금액과 실제 원가 투입액, 발주처 신뢰도 등 수주 회사가 원가분석해 제출한 자료에 의존해 선수금 환급 발생 여부를 따졌다.

RG는 선주는 선박을 주문할 때 선수금을 지급한다. 이후 선박이 계약대로 인도죄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정책금융기관이나 은행에 RG보험을 가입한다. 선주는 선박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할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수금을 대신 지급받을 수 있다.

개별 건의 RG 발급에 대해서는 실장급 전결로 취급했다. 회사자료 자체의 적정성 검토는 하지 않았다. 심사는 했지만 형식적인 면이 짙었다.

아직 구체적인 수익성 심사에 대한 운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책금융기관은 수주회사에서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이나 심층적 분석을 사전에 판단할 것으로 짐작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안에 대해 따라갈 수 밖에 없다는 읍참마속의 심정이다.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이나 건설업계에서는 가뜩이나 업황이 좋지 못한 처지에 수주 위축되지 않겠냐는 푸념을 내뱉는다.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의 동반 침몰 위기에 몰린 것은 저가수주의 결과물이다. 이번 방안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던 무분별한 저가 수주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노림수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은 많고 성과를 이루기 위한 무분별한 수주가 손실로 이어졌다. 수주 기업이 자체평가한 수익성과 적정성을 정책금융기관이 먼저 검증해서 무분별한 수주를 막겠다는 의도다.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조선산업 차원의 규모를 축소한 다운사이징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복된 사업성과 인력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한 옥석가리기를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겠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너무 빠른거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최근 한계기업의 옥석가리기 등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벼르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전문회사 설립,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 정책금융기관의 역할 강화방안 등이 봇물을 이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살아남을 기업은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은행이 재무구조개선을 지원해 살리고 지속가능하지 않는 기업은 빨리 정리해 우리 경제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정부의 의도대로 기업의 경영정상화와 생산성을 높인다면 토를 달지 않겠다.

다만, 구조조정과 지원책이 동시에 나오면서 자칫 구조조정을 해야 할 업체가 지원을 받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될 수 있다.  옥석가리기가 제대로 된다면야 문제될게 없다. 금융권과 산업계 양측이 합리적인 구조조정으로 살아남은 자를 위한 부실 방지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라면 환영이다.

'

   
▲ 지난 10일 오전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외건설․조선업 부실방지를 위한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정책금융기관장들이 수익성 악화 재발 방지 방안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공동선언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수출입은행
병주고 약주는'  동시다발적인 방안은 시장의 혼란만 야기시킬 수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정부주도 강제 합병설이 나돌았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경영권 포기설까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정부가 강제합병 추진 사실을 공식 부인했지만 이들의 떨어진 주가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정부 주도의 강제 구조조정의 섣부른 뒷면을 보는 것 같아 씁슬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위한 전시대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 구조조정과 후 지원의 원칙을 세워 원할한 과정 속에 순조로운 연착륙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서두르다 체할 수 있다. 포퓰리즘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는 커녕 더욱 옥죈다.  표를 의식한 나머지 제대로 된 구조조정은 기대할 수 없을 뿐더러 좀비기업의 옥석가리기는 흐지부지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도 도대체 어느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만일 총선을 의식한 표심잡기용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정책금융지원센터와 해양금융종합센터 등 본연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발새된다. 정부는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작년 1월 수출입은행 본점에 설치해 중소건설사들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건설·조선업에 대한 수익성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두 곳에 각각 사업평가팀과 조선해양사업 정보센터를 신설키로 했다. 

현재 정책금융지원센터내에서는 사업기획팀, 보급사업팀, 투자개발 사업팀 등 세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투입인원은 18명 가량이다. 

정책금융지원센터는 올해 1월부터 9월말까지 상담 총 398건, 협약기관 30건(8900만불)의 금융지원 요청, 26건(8000만불) 등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사업 수익성 평가의 대상은 중소·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과 조선·해양업체들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중소·중견기업의 해외수주를 위한 정책금융지원센터의 역할이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중소·중견에 집중됐던 것이 규모가 큰 대기업에 매달릴 수 있는 우려다. 해외 수주 규모가 큰 만큼 대규모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대기업 수익성 심사에 치우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사업 수익성 강화 전담팀이 얼마나 투입될지 모르나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균형있는 역할 분배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익지도 않은 사과를 따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사태가 발생되지 않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