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해도 해도 끊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이라며 대대적인 규제혁파의 의지를 표명했다.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손톱 및 가시'를 없애라고 지시한 후 불합리한 규제가 하나 둘씩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거리는 가운데 여전히 우리 경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 어떠한가? 저성장 압력이 짓누르는 한국경제는 성장절벽에 막혔고 세계적인 생산성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던 수출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찾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혁파 외침과 달리 현장에서의 체감은 차디 차다. 1만5000개에 이르는 규제 중 연간 500개 정도만 줄어든다니 규제개혁의 지지부진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규제개혁 못지않는 이행없이 규제개혁 로드맵은 용두사미가 돼버릴 수 밖에 없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규제개혁 숫자놀음 이젠 그만하시지요
②잠자는 관광진흥법 "끓는다, 끓어"
③스마트폰이 웁니다 "단통법, 이게 최선입니까?"
④철강업계 ‘비산먼지’ 규제개혁 그 이후
⑤골목상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반대하네요?
⑥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입니까?
⑦복지부동 규제, 꽃 못 피우는 선진 차기술
⑧늑장대책이 나은 창조경제, 튜닝산업 활성화 발목
단통법 1년, 소비자의 실망 그리고 제조사 타격...보완 대책 필요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휴대폰 단말기를 싸게 사고 싶어 하는 소비자에게 싸게 팔게 되면 불법...”

단통법 시행 1년. 정부가 소비자의 차별을 막고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야심차게 진행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결국 성공이 아닌 실패로 돌아갔다. 소비자 모두 평등하게 비싸게 휴대폰 단말기를 사야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최근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가 단통법 시행 1년을 맞아 소비자 7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96.8%에 달하는 732명이 단통법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단통법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5.5%가 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단통법의 핵심인 지원금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1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용산 전자상가 내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휴대폰 매장들 모습이다./미디어펜
경실련은 “단통법 이후 일부 단말기 출고가가 인하하고 중저가폰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이를 혁혁한 성과라고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높은 단말기 가격에 의해 시장이 얼어붙어 제조사들이 제살을 깎아가며 내놓은 결과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일부 제조사는 얼어붙은 시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단통법의 핵심인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기까지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단통법으로 인해 단말기 판매는 감소하고 국내 제조사들은 매출 부진을 겪게 됐다.

올 7월 LG전자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단말기 보조금 상한제를 폐지해달라고 건의서를 제출했다. LG전자 측은 단통법의 기본 취지는 공감 하지만 국내 제조사들이 글로벌에서 성장하려면 국내 시장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국내 시장이 위축되면 제조사들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제조사의 타격, 소비자의 불만족에도 불과하고 정부는 “기존 지원금 경쟁에서 단말기 출고가 인하·요금·서비스 경쟁 발생했다”며 “이용자 차별이 해소되고 시장에 대한 신뢰가 회복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주장과는 다르게 단통법이 시행되고 ‘외산 스마트폰’ 혹은 ‘중고폰’, ‘중저가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 국내 제조사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한국에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휴대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며 “단통법이 레노버, 소니, 화웨이 같은 외산폰 제조사에 기회를 열어줬다”고 분석했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심각한 상황이다. 10월만 보더라도 이달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가 출시되면서 국내 대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점유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10월4주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4.8%를, LG전자는 12.9%를 기록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제품의 품질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상황은 바뀌게 된다”며 “신제품이 출시되면 기업들은 이전에 나왔던 제품의 가격을 내리는 등 대응을 해야 하는데 가격 경쟁력을 규제하고 있어 기업들의 손이 묶여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단통법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약정할인제 도입, 데이터요금제로의 전환 등 장점도 존재한다. 단통법이 1년이 지난 지금, 단통법의 단점을 확실하게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단통법을 보완하는데 가장 우선해 생각해야할 점은 시장경쟁을 되살리는 부분이다.

이병태 교수는 “단통법 시행 이후 판매점들이 많이 폐업하고 제조사들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시장 가격을 구체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제도, 비례원칙은 법을 제정하기 전에는 바꿀 수가 없지만 단말기 지원금 상한성의 결정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으로 가능하다”며 “제조사와 소비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단말기 상한성의 폐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