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경영난 이기지 못해 주유소 휴·폐업 늘어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이곳 1km근방에만 주유소가 9개 있는데, 그 중 2곳은 폐업했고, 1곳은 휴업 상태다.”

   
▲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최근 경영난에 허덕이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서울에서 11년째 자영 주유소를 운영해 오고 있다는 김모씨(54)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주유소의 현주소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김모씨가 운영하고 있는 주유소 길 건너 맞은편에는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주유소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이 주유소는 폐업할 상황마저 여의치 못해 지난 9월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고 한다. 

김씨는 “예전 같았으면 어디 가서 ‘주유소 한다’고 하면 돈 잘 벌고 걱정 없겠다 했겠지만, 지금은 당치도 않은 소리다. 매달 적자를 안고서도 어쩔 수 없이 버티는 게 현실이다”며 “이 근방에서만 한 집 건너 주유소가 여러 곳인데 올해 문을 닫은 곳만 3개다. 누가 주유소 하겠다하면 무조건 말리겠다”고 했다.
 
최근 한국주유소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영난으로 폐업을 선택한 주유소는 2008년 이후 6년 연속 증가했으며 지난해에만 300여 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국내 주유소가 악화일로에 치 닫은 배경에는 주유소 거리 제한 완화조치와 과도한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91년 주유소 거리 제한을 완화하는 조치를 내렸고, 4년 뒤에는 거리 제한을 완전히 철폐했다. 이에 1991년 당시 전국 3382곳에 불과했던 주유소는 2010년 1만3000여개까지 급증했다. 

여기에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도 주유소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하는데 한 몫 했다. ‘수상한’ 기름값을 낮추겠다고 정부가 2012년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면서부터 시장질서가 무너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경쟁을 촉진하는 바람에 주유소들도 어쩔 수 없이 마진율을 최소화해 기름을 판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 최모씨(42)는 “주유소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가격경쟁에서 밀리면 손님이 오지 않기 때문에 모두들 제 살 깎아먹으며 운영을 한다”며 “한 곳에 주유소들이 몰려있으니 조금이라도 비싸게 판다 싶으면 바로 차를 돌려 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가 아니더라도 주유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근방에 주유소가 이렇게 많은데 당연히 10원이라도 더 싼 곳을 찾지 않겠느냐”며 “그러다보니 가격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마진율을 포기하고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주유소 경영난이 심각하다보니 최근에는 폐업 뿐 아니라 휴업을 선택하는 주유소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폐업을 하는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서 지난해 휴업을 선택한 주유소는 400여 곳에 달한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폐업을 한 주유소는 그나마 폐업할 능력이 있고 타 업종으로 전환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주유소가 폐업하기 위해서는 시설 철거비와 토양 정화 비용 등으로 최소 1억5000만원이 드는데 이 비용을 감당하는 못해 최근에는 휴업을 선택하는 운영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