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근미 작가

역사를 바꾼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 박정희』는 도서출판 기파랑이 일련의 박정희 대통령 관련서적의 시리즈물로 제작했다.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조갑제 지음, 2009) 『만화 박정희』 (이상무 그림, 2011)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 (안병훈 엮음, 2013) 와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다. 『박정희의 결정적 순간들』과 『사진과 함께 읽는 대통령 박정희』는 성인대상이며 『만화 박정희』는 청소년 대상, 『대통령 박정희』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출간한 책이다.

『대통령 박정희』는 초등학교 4,5,6학년을 독자로 삼되 저학년과 중학생들도 읽을 수 있도록 저술하였다. 원고지 350매 정도여서 두꺼운 책을 싫어하는 성인들도 가볍게 박정희 대통령의 일대기를 접할 수 있다. 얇고 쉬운 한 권의 책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일대기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획의도이다.

박정희 대통령에 관심 없는 엄마들

기파랑에서 집필 의뢰를 받고 시장 조사를 하다가 어린이를 위한 박정희 대통령 관련 책이 거의 없다는 점에 놀랐다. 반면 어린이 독자를 위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책은 꽤 여러 권 출간된 상태였다. 출판사 편집자에게 문의한 결과 “어린이 책의 독자는 엄마다. 30대와 40대 엄마들이 어린이 책을 구입하는데 그 나이층은 박정희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로 판매처가 없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책을 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집필을 하기로 결정했다. 첫째 박정희 대통령 관련 어린이책이 없으니 한 권 정도 나오면 반응이 괜찮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판매는 예측대로 기대에 못 미쳤다.

둘째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취재기자로 20여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60대 이상 취재원들을 만났을 때 거의 대부분 ‘박정희 대통령’을 거론했다. 공통적으로 우리나라의 발전은 ‘박정희’라는 걸출한 인물 덕이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이 긍적적으로 바뀌었다고 마치 입을 맞춘 듯 말했다. 그래서 공부도 할 겸 집필을 하기로 한 것이다.

우선 시중에 나와 있는 대통령 관련 서적들을 살펴보았을 때 성인물 시장은 어린이물과 양상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대형서점 서가 대통령 관련 코너에 꽂힌 책 가운데 70%가 박정희 대통령 관련 서적이었다. 서점 서가에 책이 꽂혀 있다는 건 절판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박정희 대통령 관련 책은 두 가지 특징을 보였다. 첫째 계속 신간이 나오고 있다는 점, 둘째 업적을 분야별로 세분화한 책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통치 기간이 길었고, 그 기간 동안 각 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 『역사를 바꾼 대통령 박정희』는 얇고 쉬운 한 권의 책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일대기를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하자는 게 기획의도이다./사진=『역사를 바꾼 대통령 박정희』표지.(이근미 저)

어린이 책의 방향

성인물을 살펴본 후 어린이 책의 방향을 몇 가지로 정했다.

-‘해석’이 아닌 ‘사실’ 위주로 기술한다.
-어린이들에게 교훈이 될 내용들을 선별한다.
-각 분야 업적을 골고루 조명한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정치 분야는 배제하되 ‘장기집권, 독재정치’ 등 부정적으로 거론되는 점을 분명히 기록한다
-가능하면 쉽게 쓰되, 한 권으로 일대기를 다 알 수 있도록 한다.

이런 기준에 의해 집필을 했다.

어린이들이 독자인만큼 어린 시절 힘들게 보통학교 다닌 이야기와 대구사범학교에서 공부한 이야기, 문경보통학교 교사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이후 강한 의지로 미래를 개척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대통령이 된 다음 경제개발계획, 국토개발, 기업후원, 과학발전, 산림녹화, 새마을운동, 방위산업, 문화재보호 등의 업적을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게 기술했다. 그와 함께 가족 이야기, 부정부패 척결 의지 등등 인간적인 면모도 함께 담았다.

이 책을 쓸 때 힘들었던 점은 많은 자료를 선별하고 압축하는 일이었다. 또한 여러 업적을 분류하여 효과적으로 기술하는 것이었다. 또한 어린이들에게 다소 충격적인 내용들을 어떻게 순화하여 쓰느냐 하는 것도 걱정되었다. 육영수 여사 총격사건과 박정희 대통령의 서거 장면은 사실적이되 어린이들의 마음에 상처가 가지 않도록 서술하고자 했다. 또한 5․16, 유신헌법 등도 짚고 넘어갔다.

인간 박정희는 어떤 사람인가

『대통령 박정희』를 쓰면서 ‘인간 박정희’가 어떤 사람인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첫째, 대단히 의지가 강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새벽에 일어나서 늑대가 나오는 길을 혼자 걸어 학교 다닌 것부터 시작하여, ‘군인이 되고 싶은 꿈’을 한 시도 잊지 않은 그야말로 ‘의지의 한국인’이다.

둘째, 끊임없이 배우고자 한 열의를 가졌다.

대구사범학교 졸업만 해도 초엘리트급인데 만주군관학교-일본 육군사관학교-조선경비사관학교(현, 육군사관학교)-미국 육군포병학교를 거치면서 의지와 실력을 동시에 갖추었다. 때로 훨씬 나이가 어린 선배들 밑에서도 굴욕을 참고 학구열을 불태웠다.

셋째, 담력이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을 과감히 실천했다. 초엘리트 군인들과 함께 혁명을 계획하고 목숨을 담보로 1961년 5월 16일에 나선 기개, 쉽지 않은 결단이다.

넷째, 좌절을 딛고 일어섰다.

음해를 당하거나 자신의 실책으로 좌천되고, 심지어 군복을 벗었을 때도 좌절하기보다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다섯째, 경청과 소통을 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이 전에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과정에 대한 취재를 여러 차례 했는데 당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같이 입안한 경제통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박대통령은 자신의 전공이 아닌 분야는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한 뒤 함께 논의를 하여 일을 결정했다고 한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경청과 소통을 미리 실천한 인물이다.

▲ 대형서점 서가 대통령 관련 코너에 꽂힌 책 가운데 70%가 박정희 대통령 관련 서적이었다. 서점 서가에 책이 꽂혀 있다는 건 절판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고,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사진=『박정희, 살아있는 경제학』표지.(좌승희 저)

여섯째, 다양한 분야에 골고루 관심을 갖고 있었다.

경제, 과학, 산림, 교육, 국토개발, 국방 등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그대로 실행했다. 이는 대구사범학교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일곱째, 인재를 제대로 뽑아 전권을 맡겼다.

실력있는 사람을 찾는 눈이 탁월했다. 일 잘하는 행정가를 오래 기용해 전권을 맡겼다. 최형섭 과학기술처 장관은 1971년부터 7년간 장관을 지내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정주영, 박태준 등 경제인들에게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를 맡긴 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도록 전적으로 지원했다.

여덟째, 현장을 중시하고 실천하는 인물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명령은 5%, 확인과 감독은 95% 원칙’을 지켰다. 일을 시작하면 책상에 앉아서 보고받지 않고 반드시 현장에 가서 확인했다.

아홉째, 부정축재를 하지 않고 친인척 관리에 철저했다.

여러 나라의 장기집권자들과 달리 사리사욕을 탐하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단지 박대통령이 부정축재를 하지 않은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인재들이 외국에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기 위해 귀국했다. 일례로 1968년부터 1978년 사이 410명의 과학자가 돌아왔다. 미국 험프리 부통령이 방한했을 때 “좋은 대우를 마다하고 조국으로 돌아가 봉사하겠다는 과학자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말을 했을 정도이다.

열 번째, 원칙을 지켜 꿈을 이루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뛰어난 실력과 실천력을 갖고 있었기에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를 발전시켰는데 그 모든 것은 아랫사람들이 따라주었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을 움직인 것은 ‘원칙’이었다. 분명한 기준을 갖고 잘한 사람에게는 상을 주고, 잘못한 사람은 가차없이 벌을 내렸다. 적절한 사람을 딱 맞는 자리에 배치했고 나라를 발전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실력이 있는 인물에게 일을 시켰다. 잘 아는 사람, 친인척이라고 하여 좋은 자리를 준 적이 없이 때문에 함께 일한 사람들이 움직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초창기에 외국으로부터 원조를 받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는데 당시 “헌국에 원조하면 100년 내로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았다. 박정희 대통령 취임 당시 우리나라 연간수출액은 3,300만 달러였다. 한천, 우뭇가사리, 명태, 중석, 누에고치, 흑연, 돼지털을 판 금액이다. 1977년에 우리나라는 수출 1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수출 1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를 달성하는데 서독은 11년, 일본은 16년이 걸렸다. 우리는 불과 7년 만에 달성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소득 82달러를 1640달러로 20배 넘게 성장시켰다.

이것이 단지 오래 집권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일까. 이제 ‘과거와의 단절, 과거 청산, 전 정권 폄하’ 등의 기조에서 벗어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공과를 제대로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역사를 묵살하거나, 왜곡하는 일은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 사실을 살펴보고 배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잘 구별해 미래를 발전시킬 교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이근미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