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진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해도 해도 끊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이라며 대대적인 규제혁파의 의지를 표명했다.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손톱 및 가시'를 없애라고 지시한 후 불합리한 규제가 하나 둘씩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적거리는 가운데 여전히 우리 경제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지금 어떠한가? 저성장 압력이 짓누르는 한국경제는 성장절벽에 막혔고 세계적인 생산성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던 수출은 부진의 늪에 빠지고 있다. 기업들은 신성장동력을 찾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는데 정부의 규제혁파 외침과 달리 현장에서의 체감은 차디 차다. 1만5000개에 이르는 규제 중 연간 500개 정도만 줄어든다니 규제개혁의 지지부진한 이유를 찾아야 한다. 규제개혁 못지않는 이행없이 규제개혁 로드맵은 용두사미가 돼버릴 수 밖에 없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규제개혁 숫자놀음 이젠 그만하시지요
②잠자는 관광진흥법 "끓는다, 끓어"
③스마트폰이 웁니다 "단통법, 이게 최선입니까?"
④철강업계 ‘비산먼지’ 규제개혁 그 후
⑤골목상권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반대하네요?
⑥누구를 위한 동반성장입니까?
⑦복지부동 규제, 꽃 못 피우는 선진 차기술
⑧늑장대책이 나은 창조경제, 튜닝산업 활성화 발목
제철·철강업계, 비산먼지 일반기준 강화 적용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지난 7월 철강업계에 불어 닥친 비산먼지 규제는 환경부가 한발 물러나며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철강업계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칫 ‘손톱 밑 가시’가 될 수 있는 규제안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규제개혁위원회 심의결과, 환경부가 상정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비산먼지 발생사업자로 제철·제강업계를 추가한다는 안건은 일반기준을 강화해 적용하는 것으로 개선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부처 협의를 통한 법제처 심사만 남았다”며 “업계에서는 문구하나만으로도 예민한 사항이기 때문에 일반기준 강화 적용의 세부적인 안건도 환경부와 조율하며 논의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환경부는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중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5종 사업장(석탄, 토목, 시멘트 제조업자 등)에 제철·제강업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의 규제안을 제출해 업계의 반발을 샀다.

   
▲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가 규제심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지난 7월 포항 포스코와 당진 현대제철 등을 방문해 현장 검증을 실시하는 모습. /사진=국무조정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게 되면 삼면이 막히고 지붕이 있는 밀폐형 구조에 원료를 저장·보관하거나, 밀폐된 시설 내에서만 싣고 내려야한다. 일반기준으로는 방진덮개나 물 뿌림 시설 등을 통해 비산먼지를 저감시키면된다.

문제는 비용이다. 업계는 환경부의 규제안을 따르려면 약 3조원의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추산했고 환경부는 10억을 예상했다.

결국 규개위는 보다 정확한 심사를 위해 현장 방문 조사를 시행했다. 지난 1998년 규개위가 생긴 이후 첫 현장 심사였다. 규개위는 지난 7월 15일과 16일에 포항과 당진에 포스코와 현대제철소를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비산먼지 저감에 대한 사안은 공감하지만 밀폐형 시설을 마련하려면 조업이 중단돼 손실이 발생하고 설치비용도 상당해 어려움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규개위 위원들도 석탄,시멘트 등 사업장에 비해 제철·철강 사업장은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광범위한 사업장에 밀폐형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수정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공감했다.

현장 조사 이후 지난 9월 민간위원과 정부위원들이 참석해 비산먼지 규제 안건에 대해 심사를 진행했다. 회의 결과 기존 제철·제강 시설에 대해 일반 기준을 강화해 적용하는 것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규개위 관계자는 “비산먼지의 위해성과 엄격한 기준의 효과성은 인정되지만, 현재 철강업계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산먼지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정방식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산먼지 발생과 관련해 포스코는 원료공장의 원료야드 주변도로 포장, 자동 살수장치 설치, 원료 파일(pile)을 천막으로 덮는 복포 관리 강화 등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제철도 세계 철강기업 가운데 최로로 원료의 비산을 방지하는 ‘밀폐형 원료처리 시스템’을 도입해 원료의 하역, 저장, 생산 투입까지 원료의 손실 방지와 비산먼지 발생을 최소화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로서는 영향력이 큰 규제일 수밖에 없는데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인 규개위의 결정에 환영한다”면서 “환경부의 우려도 공감하기 때문에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서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