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차벽' 10여 차례…당내 불통 대명사는 '문재인'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11·7’ 민중궐기대회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박근혜 정부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국민에게 살인적 폭력 진압을 자행했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연일 대정부 강경 목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이 같은 목소리는 과연 문재인 대표의 본색일까? 잠시 거슬러 전 정권인 노무현 대통령 시절로 돌아가 보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이었던 2005년 APEC 정상회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부산 수영 1교에 경찰이 컨테이너로 차단벽을 만들어 원천 봉쇄했다. 2007년 11월엔 1000만 민중대회 시위대가 서울시청 남대문로를 점거하려 하자 경찰이 버스로 차벽을 만들어 저지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문 대표는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한 2003년 5·18 기념행사가 한총련의 시위로 차질을 빚자 “집회 및 시위가 충분히 보장돼 있는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권리를 누리는 만큼 의무가 있다”고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그 해 6월 철도노조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을 놓고 “대화와 타협의 소지가 전혀 없었고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 했다”고 말했다. 2005년 전국농민대회 진압과정에서는 농민 2명이 숨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문재인 대표가 목청 높여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차벽’은 언제 가장 많이 등장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표가 몸담았던 노무현 정부 때였다. 노무현 정부 때 차벽은 2003년 반미연대 집회,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및 쌀 개방 반대 집회, 2006년 한·미FTA 반대 집회 등 어림잡아 10여 차례 이상이다.

이후 차벽논란은 결국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헌재는 ‘차벽 자체의 목적은 정당하다’면서도 다만 그 차단범위에 대해서는 위헌성의 판정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세월호 때 설치한 차벽에 대해서 서울중앙지법이 합법 판단을 내리면서 차벽은 시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공권력의 정당방위로 인정됐다.

   
▲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집회 및 시위가 충분히 보장돼 있는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권리를 누리는 만큼 의무가 있다”고 시위대를 향해 외쳤다. 그 해 6월 철도노조 불법파업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을 놓고 “대화와 타협의 소지가 전혀 없었고 경찰력 투입이 불가피 했다”고 말했다. 2005년 전국농민대회 진압과정에서는 농민 2명이 숨지는 사태까지 일어났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표는 말한다. “폭력 시위냐 아니냐보다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정부의 불통을 봐야 한다”고. 개만 아니라 소도 웃을 일이다. 정부의 불통? 폭력시위 이전에? 이게 무슨 말인가? 폭력이든 불법이든 놔두고 소통을 생각해야 된다고? 문재인 대표는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해 왔는가? 진정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보라.

더 기가 막히는 건 지금부터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극단과 증오를 키우는 정치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프랑스 테러가 인류에게 준 교훈”이라고 문재인 대표는 강조했다. 극단과 증오는 누가 키우고 있는가? 정치인이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목소리다. 국민의 목소리가 과연 문재인 대표를 옹호하는가. 야당의 지지율은 지금 어디쯤인가. 제 1야당으로서 잇단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에 외면당하고 참패한 게 몇 번이며 그 당을 이끌어 온 책임자는 누구였던가.

당내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데도 귀 막고 있는 이는 누구인가?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아름다운 연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안철수 의원은 17일 ‘공정성장을 위한 공정 3법 토론회’ 후 변함없는 자신의 입장을 재천명했다.

혁신을 부르짖어 온 안철수 의원은 이날도 “혁신을 주장하고서 두 달이 지나는 동안 당에는 어떤 큰 변화도 일어나지 않고 통합을 위한 어떤 행동도 없었다”며 “시간만 흘러갔다”고 문재인 대표를 겨냥했다.

안철수 의원은 “정말 절박하게 위기감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라며 문재인 측인 추진하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 이후 공천권을 나누는 방식에 대해 “본질에 벗어난 것”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정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의 연대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은 “당의 단결과 혁신을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박원순 시장의 기본 입장”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나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게 빚이 있다. 대선 후보·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한 안철수 의원 입장에서는 두 사람의 ‘마이웨이’에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이야기나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일부 의원들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 요구마저 잠정 보류한 채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희망을 걸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18일 당내 계파의 최대 지분을 가진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12월까지 안철수 의원과의 공동지도부 구성에 실패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가 생각하는 ‘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본인이 직접 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인 참여를 검토한다는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자신이 제안한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참여 의사가 없음을 누차 밝혀왔다.

거리의 정치에 빠진 문재인 대표의 선택폭은 넓지 않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가 내민 손을 거듭 뿌리쳤고 박원순 시장은 그야말로 믿지는 장사가 없으니 어부지리다. 시위꾼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나선 문재인 대표의 심경이 읽히는 부분이다. 불통을 부르짖으며 시위꾼들의 편이 돼 공권력 때리기에 나선 문재인 대표가 처한 입장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고 진퇴유곡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가 분명히 인식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있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한 옹호는 스스로의 족쇄가 됨을 알아야 한다. 역사전쟁의 일선에 나선 문재인 대표가 과거 노무현 정부 때의 일을 쉽사리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이 목청 높여 외쳤던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리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10년 전의 기억마저 망각의 강 너머로 보냈다면 진정 문재인 대표는 공권력에 대한 배신이다.

문재인 대표는 기억해야 한다. 컨테이너벽과 숨진 농민과 공권력에 대해. 그리고 그 시절 자신이 어떤 자리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를. 잊었다면 국민들이 기억해 내리라는 것을. 내민 손을 뿌리친 안철수 의원과 말없이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과는 과연 불통이 아닌 소통인지를. 소통을 가장한 불통인지 불통을 위로 받기 위한 소통의 흠집내기인지 자신에게 반문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