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탄난 급식시스템, 학생·학부모·소비자 불안감 부추겨

   
▲ 오종택 한국대학생포럼 세종대학교 지부장
파탄난 무상급식 이제는 고름을 제거해야

정말이지 80년대 이후 취학한 대부분의 한국인은 급식이라는 시스템에 매우 친숙할 것이다. 그 배경은 1981년 "학교급식법(법률3,356호)"의 공포, 시행으로 제도화이다. 학창시절, 종종 괴식에 경악하고 스파게티의 경우 꽤 훌륭한 맛과 모습을 갖춘 급식도 먹어본 반면, 국수를 토마토주스에 말아 먹는 맛을 가진 급식도 가져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맛이 그래도, 우리나라 거의 모든 단체급식소에서는 자격증을 가진 영양사가 식단을 짜기 때문에, 영양적으로 균형 있는 식사를 제공한다. 대부분 추억할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괴로워도 육체적으로는 건강한 그 급식을!

급식도 서비스의 일종이다 보니, 영양적인 부분은 만족하더라도, 단체급식에서 맛을 내는데 능력 있는 조리장을 스카웃하는 경쟁도 있고, 훌륭한 조리재료를 납품하기 위한 경쟁도 있었다. 학생과 학부모가 급식에 지불하고 싶어 하는 비용과 더 나은 맛, 조리재료를 공급하는 능력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급식비였다.

이런 시장관계이야 당연히 여러 변수가 있지만, 확실한 것은 더나은 조리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지불할 수 있는 것은 급식비를 내는 학부모와 학생의 권리이었다. 물론 몇몇 폐단을 방지하는 학교급식법 내에서 '합법적 활동' 범위에서 말이다. 그러나 최근 투표를 통해 무상급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재료를 일괄 납품하는 서울시에서 일어난 '고름제거 돼지고기 납품'사건은 많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 서울시가 설립해 시내 각 학교에 식자재를 일괄납품하는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공급독점의 문제 말고도 각종 비리와 특혜의혹을 바탕으로 400억 원의 세금을 낭비한 적이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실 고름과 고름이 제거된 부위는 구강으로 인한 섭취 시, 인체에 대한 영향이 아예 없다. 단백질 그대로 소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돼지고기들은 이런 특성이 없는 돼지고기와 비교해서 '저질'로 거래되며 가격 또한 매우 낮게 책정된다. 급식소에 '저질' 돼지고기가 올라오는 것은 '급식의 질이 하락되었다'라고 볼 수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날까?

크게 두 가지 시스템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소비자' 였던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무상급식을 통해 급식이 '공공 서비스'의 범주에 들어가면서, 이에 대해 불평을 할 수 있는 통로가 하나로 줄었지만 오히려 직렬회로처럼 더욱 길어졌다는 것이다. 급식비를 납부하는 시절엔 재료에 대한 불만을 공급업체에게 직접 전하고 여차하면 공급업체를 바꿀 수 있는 점에서 병렬적이었다.

공공서비스의 문제수정은 공무원과 그 아래 공기업을 줄줄이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비효율적이고, 무엇보다 느리다. 둘째는 '직렬처럼 한 단체에서 일괄 공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이다. 만일 이 유일한 공급처에서 시스템적 부패, 납출하는 상품의 질 하락이 있을 경우 소비자는 공급처를 바꾸는 빠르고 안전한 선택 대신 이 공급처가 자체적으로 자기네의 문제를 해결하길 기다려야 한다.

소비자가 이를 감시할 수 있는 루트가 길어지고 피드백이 느려지기 때문에 느린 문제해결을 기다려야 하며, 무엇보다 이 유일한 공급처가 새로운 문제를 안 일으키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서울친환경유통센터는 이 문제 말고도 각종 비리와 특혜의혹을 바탕으로 400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적이 있다.

   
▲ 지난 4월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동읍 신방초등학교 급식소에서 한 교사가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한 끼 단식'을 하고 있다. 이날 이 학교에서 단식에 참여한 교사들은 10여 명으로, 이들은 학생들에게 급식 지도는 하되 점심 식사는 하지 않았다./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의 급식산업 시스템은 몇 십년동안 발달해오면서 더 나은 길을 찾고, 더 나은 서비스를 발달시켜왔다. 이러한 힘은 학생과 학부모로 이루어진 소비자의 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 매우 분명하다. 타국 급식사례가 무분별한 민영화로 이루어진 폐단으로 얼룩져 있었다면, 우리나라 급식 산업은 공정거래법률의 감시와 시장경제가 맞물려 훌륭히 발전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 산업시스템을 무상급식이라는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일어난 "고름제거 돼지고기 납품사건"과 여러 사건은 이 시스템이 정말 더 유익한 것인지, 학생과 학부모로 이루어진 소비자 집단에게 많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정치인은 자신의 신념과 지지세력의 바람대로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꼭 이 사회에 필요한 시스템인지, 잘 정렬되어있던 것을 새로 만들면서 더 혼란스러워 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한다. 박원순 시장의 무상급식 프로그램은 기존의 잘 정렬되어있던 급식 체계를 새로 바꾸었는데, 시스템 곳곳에서 염증처럼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고름제거 돼지고기 납품사건과 같은 많은 문제들이 무상급식의 허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무상급식’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비용이 다른 곳에서 더욱 지출되고 있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알아야한다. /오종택 한국대학생포럼 세종대학교 지부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청년함성'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