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KBS 이사 "성소수자 좌파연대" 비판…시위 참여 자인한 셈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지난 주말 광화문 일대를 난장판으로 만든 민중총궐기 시위에 참여한 53개 단체 중에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란 동성애 단체가 있다. 투쟁본부 측이 만든 홍보물에는 세상을 뒤집자, 청와대로 가자, 박근혜 정권 퇴진과 같은 과격한 구호들이 담겼는데, 이 단체가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면 그날 시위 현장에 있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들이 세상을 뒤집어 엎어야 하며 현 정권의 퇴진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들이 근거랍시고 내세운 내용들이 기가 막힌다. ▲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 ▲ 성북구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예산 불용 처리 ▲ 선암여고 탐정단 방심위 중징계 ▲ 법무부 성소수자인권재단 설립 불허 ▲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혼인신고 불수리 ▲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침해 ▲ 성소수자 배제하는 여성가족부 ▲ 숭실대 동성결혼 영화 상영 불허 ▲ KBS 조우석 이사 혐오차별 발언 ▲ 서울시립보라매병원 HIV/AIDS 감염인 차별진료 논란

세계 어느 국가에서 동성애자들이 자신들 요구를 안 들어준다고 세상을 뒤엎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나? 어떤 국가 동성애자들이 정부 퇴진을 요구하고 도시를 마비시키는 불법폭력 시위에 가담하나? 동성애자들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합의하고 이룩한 체제와 문화에 대해 자신들을 기꺼이 수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을 일삼았다.

타인에게 반민주, 반인권적이란 독한 화살을 그토록 쉽게 날리면서 자신들은 그야말로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진 집회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억울하니 그 정도는 괜찮다는 얘긴가. 자신들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내세운 여러 이유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몇 가지 예를 보자. 동성애단체와 지지단체들이 걸고넘어지는 것 중 ‘교육부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란 것이 있다. 필자가 알기로 교육부 지도 지침엔 ‘현재 우리나라는 성소수자가 인권 측면에서 존중·인정될 수 있으나, 동성애가 합법적이진 않기에 성윤리측면에선 불법으로 보아 성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 시기엔 동성애 언급을 피한다’고 돼 있다.

나라 뒤엎겠다는 시위에 동참한 동성애 단체의 황당한 이유들

이게 뭐가 문제란 말인가. 여기 어디에 성소수자 인권은 무시해도 된다고 쓰여 있기라도 하단 얘긴가? 오히려 인권은 존중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동성애가 합법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성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기이니 괜한 동성애 언급으로 아이들 호기심을 들쑤시지 말라는 내용 아닌가. 이걸 교육하지 말라는 건 동성애를 권장·조장하라는 말이나 똑같다.

아니 동성애가 국가가 권장할 일인가? 교육부 표준안은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로, 이걸 꼬투리 잡는다는 것은 반인권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이성애보다 동성애가 더 특별한 취급을 받아야한다는 우월주의를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나라를 뒤엎겠다는 이유로 ‘선암여고 탐정단 방심위 중징계’ 건을 든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청소년 동성애가 드라마에 부적절하게 그려져 심의기관이 중징계 했다는 사실이 나라를 뒤엎을만한 이유가 될 수 있나? 동성애 부부 혼인신고 수리 안 해준다고 도심에 나가 깽판을 쳐도 되나?

이 외에도 하나 같이 혀를 찰 이유뿐이다. 모 대학에서 동성애 영화 상영을 불허했다는 이유, 한 에이즈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 받을 때 기피 당했다는 이유, 군대에서 동성애를 불허했다는 이유 등등 억지다. 그들 입장에서 불만일 수 있어도 그게 주말 도심을 마비시키며 시민들을 불편하게 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더욱이 세상을 뒤집어엎을 이유, 정부 퇴진을 요구할 사유는 절대 될 수 없는 것들이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내세운 주장 중 더욱 어처구니없는 건 KBS 조우석 이사가 혐오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을 꼽은 것이다. 이들은 지금 이사 사퇴를 요구하는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이유는 조 이사가 “더러운 좌파는 동성애자 무리를 가리키는 저의 카테고리”, “동성애자들이 노리는 게 궁극적으로는 국가 전복이라고 확신한다. 저는 뒷감당하는 소리만 한다. 제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 “동성애와 좌파가 연대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말이다.

   
▲ 성소수자 단체의 조우석 KBS 이사 사퇴촉구 서명운동.
조우석 ‘더러운 좌파’ 비난 몸소 증명한 동성애단체

조 이사의 발언은 과연 틀린 것일까. 아마도 민중총궐기에 나선 동성애단체들의 모습을 보고 많은 국민 중 특히 조 이사 동성애 발언을 지나쳤다고 생각했던 국민들조차 고개를 돌린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민주노총과 여러 좌파단체들이 모인 총궐기 시위에 동성애단체가 동참해 나라를 뒤엎겠다며 서울시내 한 복판에서 난장판을 벌인 꼴을 보고 그 어떤 국민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나.

그날 민중총궐기 시위는 동성애단체들이 조 이사 비판 논리에 근거를 갖다 대준 꼴이었다. 단골시위꾼들에 종북단체까지 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집회에 가서 세상 뒤집겠다고 구호를 외쳤으니, 또 그 시위가 불법과 폭력으로 얼룩졌으니 “국가전복을 노린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좌파와 연대한 것도 사실로 증명됐지 않나. 동성애를 보호받아야 약자인 것처럼 성소수자라는 단어로 이상한 포장을 해 보호막을 치더니 이번만큼은 나라 말아먹을 짓한다는 욕을 먹어도, “더러운 좌파” 소리 들어도 싸다.

약 1년 전에 MBC ‘PD수첩’에서 “게이, 레즈비언, 안녕들 하십니까?”편에서 동성애자들을 다룬 적이 있다. 동성애를 옹호하다 못해 권장하는 듯한 내용으로, 동성애에 거부와 정서적 반감을 가진 보통 사람들을 마치 인종주의자와 동급인 양, 반인륜적인 범죄자인 양 취급했다.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차별을 받아선 곤란하겠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가진 정서까지 간섭해 ‘당신은 왜 동성애자들을 혐오하는가’라고 머릿속까지 캐내 벌주겠다는 식은 정말 곤란하다.

이성애자들이 이성애자라고 특별취급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이것보다 미친 소리가 없는 것처럼 동성애자 역시 성소수자 운운하면서 특별히 더 사회적으로 유난을 떨어 댈 이유도 없는 것이다. 현행법을 어기고 차별받았을 때 그걸 따져 묻되, 동성애자들을 위한 법을 만들어달라거나 권장하는 조치를 해달라는 식은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육부 성교육 표준안과 같은 것들 말이다.

이성애자들이 강요받고 억압받는 이상한 시대

조우석 KBS 이사는 설령 혐오발언을 했을지언정 틀린 말은 하지 않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민중총궐기에나 참여하는 동성애자들에 미움을 샀다고 KBS 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은 웃기지도 않는 헛소리다. 성소수자에 대한 비판을 했다지만 도심으로 뛰쳐나와 나라를 뒤엎자는 선동이나 하는 동성애자 단체 발 뒤끝도 못 따라간다. 어느 쪽이 국익과 국민에게 더 위험한 존재인가.

조 이사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실이 아니라면 증명해 보이면 된다. 입만 열면 동성애자 인권 따지고 남을 반민주, 반인권이라 몰아붙일 게 아니라 본인들부터 준법하고, 타인의 불편함도 생각하는 배려를 갖기 바란다. 차별과 폭력을 부추긴다고 남을 비판하기 전에 폭력적인 시위에는 근처도 안 가는 일반 국민과 똑같은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동성애자들은 특별히 배려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동성애자들은 다원성과 민주주의를 따지기 전에 이 세상과 이 사회 절대다수인 이성애자들의 존재와 사고방식부터 인정해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