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한국영화인총연합회가 주관하는 탈도 많고 말도 많던 대종상영화제가 존폐위기로까지 몰렸다. 20일 제 52회 대종상 시상식을 앞두고 남녀주연상 후보 9명 전원이 불참 뜻을 밝혔지만 주최측은 행사를 강행할 방침이다. 대종상은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고 대리수상도 불가하다. 그래서 일명 ‘대종상=출석상’이라고도 비난 받아왔다.

올해 대종상 남녀주연상 후보로는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사도·베테랑), 하정우(암살), 황정민(국제시장), 김윤진(국제시장),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 와이프), 전지현(암살), 한효주(뷰티 인사이드)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전원이 불참 뜻을 밝혔다.

공정성과 방만경영으로 잇단 논란을 지켜본 배우들이 사실상 대종상 영화제를 보이콧하는 ‘암묵적 합의’를 한 셈이다. ‘시상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남녀주연상 후보가 전원 불참하는 가운데 누가 참석하고 또 누가 수상자로 뽑힐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대종상=출석상' 주연상후보 9명 전원 불참…대체 누가 받는거야?
결국 남녀주연상 후보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대리수상도 불가능한 가운데 참석하는 배우들도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야 하는 입장이 됐으며 또 수상자로 선정된다 해도 반쪽상이란 오명을 벗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대종상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째 이어지면서 불만이 누적됐다. 2009년에는 정식 개봉하지 않은 영화의 주인공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가 하면, 2011년에는 ‘써니’의 심은경이 여우주연상 후보였으나 학업으로 인해 불참하자 후보에서 제외됐다.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5개 부문을 독식하면서 공정성 시비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종상 주관단체가 영화제 운영을 외부업체에 맡기는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리며 감사원 지적을 받는 등 공정성 실종과 방만한 운영 등에 대한 영화계의 불만이 쌓여왔다.

하정우, 김윤진은 해외 체류, 황정민은 뮤지컬, 유아인은 드라마 촬영 일정으로 불참 뜻을 밝혔다. 다른 배우들도 제각기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알렸다. 이들의 불참 여파는 타 부문 후보자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번 대종상 불참 파문은 지난 10월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촉발됐다. 당시 조근우 사업본부장이 “대리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참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말해 ‘대종상=출석상’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더욱이 올해 출연작도 없는 배우 김수현과 공효진을 유료 인기투표 대상으로 삼으며 구설을 더했다. ‘사도’의 송강호와 ‘무뢰한’의 전도연이 후보자에 누락한 것도 석연치 찮다는 반응이다.
대종상 시상식은 KBS 2TV가 이날 오후 7시 20분부터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