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복잡,  보험료 비싸 보험가입 저조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선우모(34)씨는 얼마전 9년동안 키우고 있는 강아지를 위해 애견보험에 가입했다. 강아지가 나이가 들면서 병원을 자주 찾게 될 것같아 주사 한 번에 10만원이 훌쩍 넘는 등의 치료비 부담이 커지자 보험에 가입해 치료비 부담을 줄이려고 했다. 그러나 치료비만큼이나 애견보험료도 한 달 5만원 안팎 수준이라 보험료 역시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여서 한숨만 나온다.

# 경기도에 사는 직장인 박모(30)씨는 최근 가족들과 합의해 애견을 3마리 키우기로 했다. 애견의 나이는 0세~1세로 한 달 4만원 수준의 보험에 3마리 강아지 모두 애견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입하기 위한 조건에 '애견협회등록 번호'라는 부분을 보고 까다로운 조건이라며 망설이다가 뒤 늦게 가입했다.

   
▲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을 넘은 수준임에도 애견보험(펫보험)에 가입률이 0.1%도 못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SBS방송 TV동물농장 캡쳐
최근 1인 가구, 고령화 증가 등에 따라 애견, 반려견을 키우는 '펫팸족(pet + family)이 늘어나고 있지만 비싼 보험료, 까다로운 가입 등으로 인해 애견보험 가입에 주저하고 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애견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을 넘은 수준임에도 애견보험(펫보험)에 가입률이 0.1%도 못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2013년 농협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올해 1조8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오는 2020년에는 5조8100억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애견산업이 점차적으로 커지고 있지만 애견을 위한 보험시장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에서 애견 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삼성화재와 롯데손해보험, 다 2개사만 있다.

2개사에 판매된 애견보험 건수를 보면 삼성화재의 ‘파밀리아리스 애견의료보험2'의 가입 건수는 지난 2013년 555건, 2014년 880건, 올해 상반기까지 440건이 가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롯데손해보험이 판매하는  ‘롯데마이펫’은  2013년 590건, 2014년 762건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영국의 애견보험 가입률이 20%, 미국의 애견보험 가입률이 10%, 일본이 4%에 이르는 수치와 큰 폭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애견보험의 가입이 저조한 데는 비싼 비용, 절차의 까다로움, 인식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선 애견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애견 이름, 생년월일, 품종, 한국애견협회 등록번호(혈통서)가 필요하다.

한국애견협회에 따르면 애견 등록번호를 얻기 위해서는 애견 주인이 온라인을 통해 협회에 회원가입을 하고 키우는 애견을 등록해야 한다.

이때 키우는 애견의 부모의 혈통서가 필요하다. 다만 애견의 부모가 없다면 단독견으로 등록할 수 있기도 하다. 또 등록 가입비용이 6만원과 연회비 9만원을 내야 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 조건이 까다로운 점이 보험 가입을 저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보험료도 저렴한 편이 아니다.

일례로 한 질병이나 사고에 대해 입원 통원 등 최대 100만원 보장을 해주며 연간 500만원까지 보장해 주는 상품에 가입입시 치료금액의 70%를 보장해주는 상품에 가입했다.  종합건강검진이 50만원 수준이라면 15만원을 병원비로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보험료가 0세 기준으로 약 4만원으로 일 년 48만원 보험료를 지불하기 때문에 일 년 한 번 받는 종합건강건비를 모두 지출한 셈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병원별로 가격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보험료도 비싼 것도 가입 유도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애견이나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아직 선진국과는 달리 '상품'으로 보는 것도 문제다"고 덧붙였다.